검색보기
댓글보기
[나원준의 경제비평] 2021년 고용 예산, 증액되어야 한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10월 일자리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2만 개 줄었다. 2월 이후 10월까지 무려 68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은 2월부터 4월까지 일자리 102만 개가 없어지면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후 5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를 진작시키면서 일자리는 느린 속도로 조금씩 회복되었다. 하지만 8월 말부터 코로나19 2차 확산의 여파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선별 지원금이 의도했던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면서 9월과 10월 들어 고용은 재차 악화된 모습이다. 10월 공식 실업자는 102만 명이며 여기에 추가 취업이 가능한 단시간 취업자 106만 명과 구직을 단념한 186만 명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실업 인구는 395만 명에 달한다. 15-29세 청년층만 따지면 117만 명이다. 이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전체 연령에서는 78만 명, 청년층에서는 16만 명 늘어난 수치이다.

2차 확산 이후 저소득층 중심의 고용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정부 재정 대응이 역부족이었다

한편 올해 3분기(7월-9월)에 가구별 소득분배는 뚜렷이 악화되었다. 가구마다 가구원 수가 다른 점을 고려한 ‘균등화 처분가능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하위 20% 가구의 소득보다 4.88배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격차는 작년 3분기보다 커졌다. 그만큼 일 년 새 분배가 악화되었다는 뜻이다. 소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저소득 가구가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시장소득’이 크게 줄어든 데에 있었다. 8월 말 2차 확산으로 인해 임시일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가 컸던 영향이다.

다만 9월에 선별 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 이전소득’은 늘었다. 그러나 이 역시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를 배경으로 ‘소비 성향’이 저하되었고 소비 자체도 줄었다. 작년과 비교해 보면 공적 이전소득은 상위 20% 가구에서 40% 늘어난 반면, 하위 20% 가구에서는 그 증가율이 16%에 못 미쳤다. 선별 지원 과정에서 오히려 자녀수가 많은 고소득 가구에 상대적으로 혜택이 늘어난 셈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지만, 2차 확산 이후 고용과 시장소득에 파급된 충격으로 인해 저소득 가구가 입은 피해를 흡수해 내기에는 정부의 재정 대응이 불충분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9월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에 마련된 서울시 특수고용-프리랜서 특별지원금 접수창구에서 희망자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2020.05.11.
9월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에 마련된 서울시 특수고용-프리랜서 특별지원금 접수창구에서 희망자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2020.05.11.ⓒ뉴시스

세계 주요국의 2차 봉쇄와 국내 3차 확산이
다시 그리는 잿빛 예측

당초 국내외에서 발표된 여러 경제전망에서는 세계 주요국에서 감염 확산의 정점이 올해 봄의 1차 확산으로 그치는 표준 시나리오를 가정하면서 ‘V자형’의 빠른 세계경제 회복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세계적으로 감염 확산의 정점이 가을 이후에 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1월 들어 세계 주요국에서 2차 봉쇄(록다운)가 개시되고 있다. 이는 수출 길을 막아 한국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11월 이후 경제상황에 대한 예측은 잿빛이다. 그간에 누적된 지역 감염을 배경으로 전국적인 3차 확산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경제로서는 향후 단기적으로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까지 동시에 악화되면서 다시 한 번 소득과 일자리의 위기를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2021년 고용 관련 예산은 증액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가올 소득과 일자리의 위기에 대한 정부 대응의 준비 부족은 현재 국회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내년도 정부 고용 관련 예산안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용보험기금 중심의 일자리 예산은 24조원이다. 동 기금의 내년도 지출 계획은 대체로 올해에 비하면 감액된 수준이다. 코로나19 고용 대란 속에서 여태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고용유지를 위한 1차 방어선 역할을 했던 고용유지지원금도, 그리고 실직 후 일정 기간 동안 노동자 가구의 생계 방어선 역할을 하는 구직급여도 예산이 줄었다. 1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사용자에 대한 고용보험 및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의 예산은 아예 33%나 줄었다.

이 감액 배정은 내년에 고용 사정이 개선될 것이라는 당초의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해 있다. 그 전망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모두 감염 확산의 파고가 거세지는 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 지금 국회에 제출된 고용 관련 예산으로는 정부의 재정 대응이 다음에도 불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는 이유이다.

감액 배정은 또한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약속한 전 국민 고용보험 계획에 들어맞지도 않는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의 범위는 정부의 9월 고용보험법 개정안만 보더라도 일부 직종의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도록 곧 확대될 예정이고, 향후 대상 직종이 더 늘어나면서 수급자 수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국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는 현행의 지출 계획이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고용 대책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한국판 뉴딜의 전 국민 고용보험 계획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지를 기준으로 본격적인 증액을 논의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 현재 예산안 계획에서처럼 정부 일반회계로부터 고용보험기금으로의 ‘전입금’을 올해보다 감액해서는 안 된다. 고용보험기금의 가장 큰 수입원은 물론 노동자와 사용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현행 고용보험법 제84조는, 고용보험 지출을 위한 ‘준비금’을 일정 비율로 적립하도록 정부에 의무를 지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정부는 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부족 재원을 정부가 운용하는 다른 기금으로부터 빌려서 쓰고 있다. 고용보험 재정을 확충하려면 근본적으로는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준비금 적립 의무도 준수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555조8천억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0.10.28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555조8천억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0.10.28ⓒ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확대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여가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에 새롭게 시작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이 조기에 안착되도록 해야 한다. 이 사업은 고용보험 대상자가 아닌 저소득 실업자의 취업과 생계를 지원하는 것으로서, ‘구직자취업촉진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것에 발맞춰 1.3조원 예산이 배정되었다. 사업 내용으로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일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보수 야당에서는 과거 유사사업의 실적에 비해 사업 계획 규모가 크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2009년부터 시행된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의 참여 저조는 동 사업이 법적 근거가 미비했던 관계로 지원 수준이 미흡하면서 그나마도 매년 변경된 탓도 있었다. 제도 개선만으로도 참여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예산이 적어서 제대로 사업이 안 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구직자취업촉진법 시행령안이 구직촉진수당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상위법의 취지보다 엄격하게 정해 참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실제로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규모에 비해 1.3조원 예산은 적어도 너무 적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와 적극적인 관리로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을 확대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여가야 한다.

저소득가구의 소득과 일자리를 지켜내는
예산안 심의가 되어야 한다

소득이나 일자리의 수치가 줄어드는 것은, 그 수치 너머 민중의 삶이 한계지점으로 내몰리는 비극적 현실을 가리킨다. 문제는 상황이 재차 악화될 때 정부의 재정 대응이 다음에는 좀 더 나아질 수 있는가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정부의 민간에 대한 소득이전은 비생산적이고 정부 일자리 사업도 대체로 낭비에 가까워 재정 규율 강화로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동료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점점 더 자주 접하는 때문이다. 이 얼마나 절망적인가. 그런 생각이 정부 내에서 강해질수록 이 나라의 주인인 민중은 삶의 경계선 밖으로 내몰리기 쉬운 법이다. 제발 이번 국회 고용 예산안 심의가 내년에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과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