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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차라리 꿈이고픈 현실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낭독극 ‘꿈이 아닌 연극’
DAC Artist 윤성호_꿈이아닌연극
DAC Artist 윤성호_꿈이아닌연극ⓒ두산아트센터

이제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불과 1년이 채 안 되어 불어닥친 이 변화는 좋고 싫음과 상관없는 것이었다. 공연은 관객이 필요했고 관객은 공연이 절실했다. 개막 날짜를 받아 두어도 언제 다시 공연장 문을 닫아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극단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연을 병행하거나 아예 온라인 공연으로 방향 선회 하고 있다. 입체 낭독극 ‘꿈이 아닌 연극’ 역시 코로나19로 10월 정식 공연은 취소되었다. 하지만 공연을 기다린 관객들을 위해 10월 22일부터 3일간 공연을 마치고 11월 16일에서 11월 22일까지 유튜브를 통해 낭독공연을 선보였다.

이 연극은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가 1901년 발표한 희곡 「꿈연극」을 각색한 작품이다. 100년을 훌쩍 넘은 이 작품이 여전히 2020년 현실과 닮아 있다는 것은 씁쓸한 부분이다. 100년 전의 작품이라 여겨지지 않을만큼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은 신선한 부분이기도 하다.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으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윤성호가 각색 연출을 맡았다는 점은 신뢰감까지 더해준다.

무대 공연 대신 선택한 온라인 공연은 공연장을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줬다. 편리함으로 본다면 만점이다. 어디서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을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 공연 시작 전 비어있는 무대를 마주하며 느끼는 설렘 대신 화면을 마주하는 어색함은 차차 나아질 것이고.

DAC Artist 윤성호_꿈이아닌연극
DAC Artist 윤성호_꿈이아닌연극ⓒ두산아트센터

입체낭독극 ‘꿈이 아닌 연극’은 낭독극이 아니었으면 이 넘나드는 시공간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진다. 누군가 연극의 매력은 빈 무대가 '여기는 바다'라고 하면 바로 바다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굳이 무대 세트가 없어도 연극적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무대 위 시공간은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신의 딸이 지구로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불평불만이 전부인 족속들이 사는 곳, 만족이란 없는 생명체가 사는 지구에 신의 딸은 인간의 삶을 살아보기 위해 내려온다. 페지줍는 노인의 딸로 살아가던 신의 딸은 자꾸만 자라나는 건물 속에서 세상을 겁내며 와이파이 속에서 살아가는 대학생을 꺼내준다. 이후 신의 딸과 대학생은 여러 명의 인간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에 불평불만으로 더러워진 옷을 벗지 못하는 경비원, 사랑을 잃고 노래마저 잃어버린 한물 간 여가수, 사랑 하나만 믿고 결혼해서 죽도록 일만 하다 정말 병에 걸려 죽게 된 엄마, 약자들을 변호하지만 그것 때문에 후원을 받지 못하는 인권변호사 등. 이들이 찾아간 행복의 바다에는 정작 고통밖에 없었다. 왜냐면 행복의 바다는 가시밭길을 지나가야 나오기 때문이다.

DAC Artist 윤성호_꿈이아닌연극
DAC Artist 윤성호_꿈이아닌연극ⓒ두산아트센터

그렇다면 행복한 사람은 없는 걸까? 아니, 있다. 그들은 돈 많은 사람이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훔치면 감옥에 가지만 더 큰 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안갈 수 있다는 자조적인 대화는 100여 년을 단숨에 뛰어넘어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연극은 얼핏 보면 각 장이 연결되어 보이지만 사실 각각의 이야기는 결이 맞지 않으며 연속성이 없다. 갑자기 이야기가 뚝 끊어지고 다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필름이 끊긴 것처럼 이상하게 이어 붙여진 다음,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연극은 한밤의 꿈같다. 도무지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현실이 꿈보다 더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일까? 신조차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이 험난함을 깨닫게 되니 말이다. 꿈이지만 꿈이 아닌 현실을 분절체로 보여준 이 이야기는 막장 현실에 대한 은유로 가득하다. 정말 삶은 꿈처럼 달콤할까, 꿈같이 허망할까?

연극 ‘꿈이 아닌 연극’

공연장소:두산아트센터 Space111
원작: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의 「꿈연극」
각색 연출:윤성호
출연진:선명균, 윤현길, 이지혜, 김훈만, 전운종, 이강욱, 문현정, 경지은, 안지환

이숙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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