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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반대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공식화한 가운데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반발하며 사태가 복잡해지고 있다. KCGI 측은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하며 합병 시도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태도다.

조원태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과, 땅콩회항의 주인공 조현아 씨가 참여한 KCGI의 경영권 분쟁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들 중 누구도 대한항공을 이끌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과 별개로 문제는 산업은행이 주도한 이번 합병에 어떤 논리적 적합성이나 정당성이 없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부채가 23조 원, 부채 비율이 1,100%에 이르는 적자 기업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부채 12조 원, 부채 비율은 무려 2,300%를 기록 중이다.

두 적자 기업을 합병하면 흑자 기업이 된다는 기적의 논리가 아니고서야 왜 두 회사를 합쳐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박삼구 회장 일가의 무능한 경영으로 적자 폭을 키운 회사다. 그렇다면 새 주인은 당연히 유능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곳이어야 한다. 조원태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유능하지도 않고,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곳은 더더욱 아니다.

두 거대 항공사의 합병이 소비자나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대한항공은 “운항 스케줄과 연결편 개선, 노선 확대, 마일리지 통합으로 소비자 편익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건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다. 합병 기업은 국내 항공시장의 62.5%를 점유하는 거대 독점기업이 된다. 그리고 독점기업이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킨다는 이론은 세계 어느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다. 합병 회사는 당연히 슬금슬금 가격을 올릴 것이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노동자 고용 불안 문제도 심각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양사 모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스무 곳이 넘는 중복노선이 지금처럼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추산에 따르더라도 양사의 중복 인력만 800~1,000명이다. 시장점유율 60%를 넘는 독점기업이 중복 인력과 중복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번 결정은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항공시장에 거대 민간 독점 기업을 만든 꼴이다. 독점의 비효율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용 불안에 내몰릴 것이다. 그 어떤 명분과 정당성도 갖지 못한 이번 합병은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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