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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위탁생산 폭스콘, 전기차 플랫폼까지 확장 나서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19일 자사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MIH을 공개했다.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19일 자사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MIH을 공개했다.ⓒ폭스콘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대만 폭스콘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앞세워 완성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폭스콘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를 만드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여러 완성차 기업과 설립한 합작회사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으로부터 완성차 생산을 위탁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23일 블룸버그통신과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콘 모회사 홍하이 정밀공업 류양웨이 회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4분기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경차 2종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 회장은 비슷한 시기 MIH를 활용해 설계된 전기버스도 출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폭스콘이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방식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폭스콘은 완성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해 완성차 생산 진입 장벽이 낮기는 하지만, 스마트폰을 조립하던 폭스콘이 단기간에 자동차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폭스콘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완성차 기업이 생산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폭스콘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는 완성차 기업에 플랫폼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가 큰 완성차 기업은 자체적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신생 기업이 주로 폭스콘 플랫폼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도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이 성숙기에 이르면서 폭스콘은 대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있다”며 “폭스콘은 브랜드 이름으로 자동차를 만들지 않고, 애플을 위해 휴대폰을 조립하는 것처럼 파트너를 위해 자동차를 제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기차 시장 ‘안드로이드’ 표방

폭스콘은 최근 신산업 확대 일환으로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MIB를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플랫폼은 여러 완성차 모델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설계라는 의미로, 통상 차체 하부 구조를 이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어, 내연기관차와는 별도로 최적화된 플랫폼을 사용해야 효율성이 높다. 내연기관차에서 공간을 차지하던 부품이 빠지면서, 차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된다.

폭스콘은 MIH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소개했다. 여러 완성차 기업에 MIH를 개방한다는 의미다. 완성차 기업은 MIH를 기반으로 경차·세단·SUV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 폭스콘은 “개발자가 MIH를 기반으로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업계 진입 장벽을 낮춰 더 많은 기업이 전기차 개발에 참여하도록 장려할 것”이라며 “모듈식으로 설계된 MIH은 배터리 팩 크기에 따른 세그먼트 등 다양한 전기차 주요 기능을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MIH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적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설계 기반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라는 단어는 MIH의 개방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폭스콘은 “MIH를 ‘전기차 산업의 안드로이드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파트너사들과 함께 전기차 제조 산업을 위한 개방형 생태계를 만드는 목표를 향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IOS) 안드로이드는 여러 스마트폰 제조 기업에 공개돼 있어, 아이폰 전용으로 통제되는 애플의 IOS보다 확장성이 크다.

폭스콘은 MIH를 선보인 행사에서 2027년까지 세계 전기차 시장의 10%에 부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MIH의 개방성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폭스콘은 테슬라를 등 주요 완성차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폭스콘의 자동차 부품 관련 매출은 3억3천만달러(약 3,7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2% 수준이다.

폭스콘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MIH
폭스콘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MIHⓒ폭스콘

‘자동차도 아이폰처럼’ 완성차와 주문 제작 회사 설립

폭스콘은 완성차 기업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지리자동차와 완성차 주문 제작 전문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양사가 각각 50% 비율로 출자한 신설회사는 고객사 주문을 받아 완성차, 자동차 부품, 자동차 스마트 제어 시스템 등을 제작해 납품한다. 고객사는 향후 완성차 시장 경쟁을 주도할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에 집중할 수 있다. 폭스콘이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방식을 전기차에 적용한 것이다.

폭스콘은 MIH 기반 전기차를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지리자동차와 세운 신설회사가 전기차 생산과 관련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 등 회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폭스콘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과도 M-바이트 SUV를 공동 생산을 위한 협력 계약을 맺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양사는 오는 2022년 1분기 M-바이트 양산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8년 M-바이트를 처음 공개한 바이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지난해 7월 난징 공장에서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당초 지난해 첫 모델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폭스콘은 첨단 제조 기술과 효율성 향상 노하우 등 운영 관리 경험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제공하면서 M-바이트 양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도 폭스콘의 협력사 가운데 하나다. 폭스콘은 지난해 1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중국에 전기차 생산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합작회사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중국에서 우선 판매될 전망이다.

폭스콘과 FCA의 완성차 협력이 테슬라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당시 블룸버그는 ‘폭스콘은 일론 머스크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머스크 CEO가 “자동차는 휴대폰에 비해 매우 복잡해, 폭스콘과 같은 기업에 자동차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발언한 걸 상기했다. 칼럼은 폭스콘의 공급망 관리와 생산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폭스콘의 40년 경험을 활용해 FCA가 빠르게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도록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폭스콘과 FCA가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애플이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폭스콘과의 협력 가능성이 언급됐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오래 관계를 유지해온 폭스콘에 전기차 생산도 맡기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향후 폭스콘이 완성차를 직접 생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단기간에 생산 체계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이 연구위원은 “대만이 완성차 산업 진입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폭스콘과 같은 기업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면서도 “애플은 완성차 생산 경험이 많고 전기차 생산 기술이 입증된 기업과 협력하려고 할 것이기에 당장 폭스콘과 전기차 분야에서 손잡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 시장에 개방된 부품 공급망이 갖춰져 있기는 하지만, 물량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부품사는 일정 물량을 충족하는 고객사에 부품을 공급하는데, 폭스콘이 그에 상응하는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부품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폭스콘은 지난달 13일 지리자동차와 자동차 OEM 전문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폭스콘은 지난달 13일 지리자동차와 자동차 OEM 전문회사를 공동 설립했다.ⓒ폭스콘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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