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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전국민지원, 두마리 토끼 잡는 미국 경기부양책

미국인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활성화 대책 이름이다. 뼈대는 두 가지다. 전국민에게 150만원 정도를 보편지급하는 것과, 최저임금 2배 인상이다.

재정 건전성 맹목적 추종과 선별지급 효과론이 득세하고,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축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일찌감치 후퇴했던 한국 사회에 ‘미국인 구조 계획’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1.1.20)
지난 20일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1.1.20)ⓒAP/뉴시스

2천조원 규모 슈퍼 경기부양책
옐런 장관 “재정 부담 있지만 미국 경제 재건이 나의 임무”

미국 경기부양책은 모두 1조9천억달러, 한화로 2천조원 규모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4차 재난지원금과 일자리 확대 등으로 준비중인 추가경정예산이 20조원대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 추경의 100배 규모로 경기부양책이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미국의 경제 규모는 한국보다 약 14배가량 크다.

2천조원 지원책 중, 미국인 1인당 1,400달러(153만원)를 지급하고 실업급여를 주당 400달러 추가 지급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이 절반 이상(1조달러, 1,098조원) 차지한다. 미국은 지난달까지 1인당 직접 지원금 600달러(65만원)를 줬는데 이번 지원금을 합하면 2천달러(220만원)를 현금으로 직접 지원한다.

미국에서도 공화당을 중심으로 ‘과도한 지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확한 재원 조달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원금 대다수는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하원은 22일(현지시간) 하원 예산위원회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경기부양책 처리를 통과시켰다. 공화당 위원 전원(16명)이 반대했지만 다수인 민주당(19명)이 찬성하면서 법안은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미국이 무리수를 둬가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는 이유가 있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자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은 재닛 옐런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 답변서에서 “통 크게 행동(act big)하지 않으면 미국은 더 길고 고통스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나 저 모두 이번 부양책을 제안하면서 국가 부채의 부담에 대해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금리가 역사상 최저점에 있는 상황에서는 통크게 행동하는 게 가장 영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자율이 낮아 국채 발행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은 만큼, 일단 빚을 내서 위기를 탈출하고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 나중에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옐런 당시 지명자는 “나에게는 두 가지 임무가 있다. 하나는 펜데믹으로부터 미국인들을 지키는 일과 우리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2배 인상,
노동자 임금·소비 보장->경기활성화…소득주도성장 닮음꼴

‘미국인 구조 계획’의 또다른 축은 현행 7.25달러(8천원)인 연방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향후 4년간 15달러(1만6,500원)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미국 의회는 2009년 현재의 최저임금을 결정한 이후 단 한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할 때가 지났다. 미국 구조 계획이 인상을 해낼 것(will get it done)”이라고 적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야당과 재계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에 부담을 늘려 고용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미 의회예산국은 지난 9일,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 두 배 수준으로 인상하면 14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언론은 이 부분을 집중해 보도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부작용과 함께 효과도 상술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미국 전체 노동자의 10%에 달하는 1,700만명의 임금이 올라갈 것이고 90만명의 미국 국민이 빈곤층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는 실업 급여 등 일부 프로그램 지출은 증가하지만 식품 지원 등 복지 재원이 감소하고, 연방 순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를 맞은 미국 경제가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노동자 소득을 올려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새로운 경제 성장 패러다임이라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으로는 월마트(220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노동자(130만명)을 고용중인 아마존은 지난 21일 뉴욕타임스에 ‘최저임금을 올릴 시기다. 사실은 늦은 감이 있다’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실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한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은 남았다. 하원 통과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50대 50으로 동수를 이룬 상원에선 단 한명의 이탈자도 나오면 안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소 2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최저임금 2배 인상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내 대표적 보수파인 조 맨친(Joe Manchin)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11달러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원 예산위원장인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대담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안도 함께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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