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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2만명 불법 사찰, 누가 지시하고 누가 보고 받았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벌인 불법사찰 대상자가 2만명 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국정원으로부터 과거 정부 발생한 국정원 불법사찰과 관련해 보고받은 내용을 전했다. 김 위원장이 밝힌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인들과 법조계, 문화·예술계, 노동계 인사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사찰을 벌였으며, 이를 통해 생산한 문건은 20만여 건에 달한다.

김 위원장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불법사찰은 국정원의 독자적 판단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이뤄졌다. ‘청와대 지시사항’이 기재된 사찰 문건이 생산된 시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차인 2009년 12월 16일부터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작성됐고, 민정수석실이 경찰과 국세청 등을 통해 전해받은 첩보를 국정원에 제공하면, 국정원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리하다가, 청와대가 특정한 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국정원이 넘기는 등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청와대가 지시·감독하고 국정원이 손발 역할을 하는 등, 정권 차원에서 버젓이 불법사찰을 감행한 것이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에 따라 파면된 이후인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에도 국정원의 불법사찰이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 문건에 명시된 ‘보고처’에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보고할 의무가 없는 국무총리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실제로 보고됐다면 사안은 훨씬 심각해진다. 국군 기무사령부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시기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 것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의 불법사찰이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으니 국정원의 자발적 공개만 촉구할 수 없다.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와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은 몰라도 최소한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불법사찰은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 철저히 수사해 불법사찰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사법처리해야 한다. 특히 누가 지시했고, 누가 보고 받았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사찰지시가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개된 데서 보듯, 정보기관의 불법사찰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에 대한 정권 차원의 수요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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