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와 여당은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정부와 여당을 향한 민심은 매섭고 싸늘했다. 다른 해석의 여지라고는 티끌만큼도 있을 수 없는 선명하고 준엄한 심판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바로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을 밀어줬던 국민의 마음이 왜 이렇게 돌아섰는지 깊이 돌아봐야 한다.

선거일 다음 날인 8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년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8인이 전원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총사퇴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최고위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대위 인선을 놓고도 당 내에서부터 불만 표출이 이어졌다.

여당의 의원총회에서는 지도부 비판도 있었고, 당청 관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조국 사태 때의 대응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각양각색 자성의 발언은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쇄신의 큰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제각각인 것으로 보인다.

선거기간 여당은 야당 후보의 자질을 물고 늘어졌다. 상대 후보의 거짓말을 논박하고 의혹을 폭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심판이라는 유권자의 투표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국민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정부와 여당은 집권 기간 내내 온갖 종류의 개혁을 말해왔지만 정작 뭐하나 제대로 끝을 보지 못했다. 백보를 양보해서 수십 년 적폐의 뿌리가 그만큼 깊어서 그렇다고 쳐도 그 뿌리를 끝까지 도려내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이어 산업재해로 사망할 때, 배달 노동자가 잇따라 과로사할 때, 정부와 여당은 머뭇거렸다. 차별을 철폐하고 생명을 보호할 법안은 번번이 미뤄졌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게도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정작 정부와 여당 인사들 스스로도 개혁을 위해서는 더 내려놓고 거듭나야 할 기득권의 일부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 부모의 지위를 이용해서 서민의 자녀들은 꿈도 꾸지 못할 기회를 누리는 것을 보고 청년들이 허탈해졌지만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방어에 급급하고 미온적이기만 했다. 다주택 청와대 비서진이 보여준 강남 아파트에 대한 애착이 어떤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야 했다. 자정과 혁신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임대차보호법 통과 직전에 청와대 정책실장과 법안을 발의한 여당의원이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임대료를 미리 인상한 사실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드러나 치명적인 악재가 됐다. 기회의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며 자초한 일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정성 있는 개혁을 하면 된다. 들보든 티끌이든 제 눈에 낀 것을 먼저 빼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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