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였으면…” 김태현 사건은 ‘스토킹 살해’ 사건이다

김태현(25) 씨는 게임에서 만난 A 씨에게 호감을 느꼈다.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싶어 A 씨에게 연락했으나 차단당했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려 집요하게 연락한 지 두 달. 배신감과 분노에 찬 김 씨는 A 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그를 죽이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생각이었다.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은 ‘스토킹 살해’라고 정의했다.

서울 노원 세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이 9일 서울 도봉구 창동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사죄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9일 서울 노원경찰서는 취재진과 만나 김 씨의 진술과 증거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김 씨와 A 씨는 지난해 모 게임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게임 채팅방을 통해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그해 11월경 카카오톡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만남도 이어졌다. 올해 1월 초 두 사람은 강북구에서 만나 게임을 했다. 1월 23일 게임에서 알게 된 지인 2명과 함께 저녁을 먹기도 했다.

이 식사 자리가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두 사람 사이 말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A 씨는 다음 날인 24일 김 씨에게 ‘더는 할 말이 없다’라며 연락도 하지 말고 찾아오지 말라고 명시적인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김 씨는 그날 저녁 피해자 주거지 인근을 찾아가 저녁까지 주변을 배회했다.

A 씨에게 차단당하자 김 씨는 집요해졌다. 공중전화로 전화하거나 지인의 번호로 문자를 보내는 등 계속해서 A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이유를 묻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이를 ‘스토킹 행위’라고 분명히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정 시점 이후부터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기 위해 연락처를 변경한 시점까지 (김 씨가) 연락을 시도한 정황이 다수 보인다”라며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의사를 표현한 이후에도 그런 정황이 보였다.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계속 연락하고 찾아갔는데 차단당하자 화가 나고 배신감, 분노를 느껴 살해하게 됐다”라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A 씨에게 호감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연인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 관계였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A 씨와 팀으로 게임을 하며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내심 의사로는 여자친구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보도로 알려진 것처럼 범행 전까지 김 씨가 피해자의 주거지에 온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노원 세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이 9일 서울 도봉구 창동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사죄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김 씨는 두 달가량 스토킹을 일삼다 범행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A 씨의 근무일정을 알아낸 것이다. 김 씨는 자신이 자주 사용하지 않던 게임 아이디로 A 씨와 대화해 근무일정을 알아냈다. 흉기는 범행 당일 피해자 주거지 인근 마트에서 구매했다.

김 씨는 퀵서비스를 가장해 A 씨 주거지에 침입해 집에 있던 여동생을 살해했다. 뒤이어 귀가한 어머니와 A 씨도 살해했다.

A 씨의 근무일정을 확인한 김 씨는 그 시간에 A 씨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범행 대상을 특정한 건 아니지만, 혹시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거지로 향했다”라며 “살해 고의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범행 직후 자해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처음부터 도망갈 생각보다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이었다. 김 씨가 범행 직후 현장에 3일간 머무르며 맥주를 마시는 등 엽기적 행각을 보였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첫 번째 자해 이후 중간에 의식이 돌아온 김 씨가 음료를 마시고 다시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3일간) 특별하게 의미 있는 행동을 했다고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 세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이 9일 서울 도봉구 창동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사죄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김 씨는 이날 도봉경찰서에서 북부지검으로 송치되는 과정에 취재진과 만나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 쉬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 살아 있다는 것도 정말 자신이 뻔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김 씨에게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 등 다섯 가지 죄목을 적용해 북부지검으로 송치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가 김 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검찰은 “김 씨는 인권감독관, 주임검사의 면담을 거친 뒤 동부구치소에 입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유족 등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해 긴급 장례비 1천200만 원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