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아들과 엄마가 꿈속에서 나눈 대화, 연극 ‘인간이든 신이든’

연극 '인간이든 신이든'ⓒ연극 '인간이든 신이든'

2015년 1월, IS가 되기 위해서 터키로 떠난 18살 소년에 대한 소식이 뉴스 면에 도배된 적이 있었다. 트위터를 통해서 IS가 되는 법을 문의한 소년은 터키와 시리아의 접경지인 킬리스로 떠났다. 터키의 유명 관광지로 보기엔 어려운 곳. 소년은 왜 이곳으로 가야만 했을까. 무엇이 소년을 그곳으로 이끈 것일까.

현재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연극 '인간이든 신이든'은 신화 속에서 이 사회적인 사건을 풀어낸다. 작품은 풀리지 않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자, IS 전사가 되려는 아들과 아들을 집에 데려오려는 엄마에게 현미경을 댄다. 풀리지 않은 먹먹함이 선연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들은 시작해보기도 전에 실패한 인간이 되는 것보다, 위대한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전사가 되는 것을 택한다. 그리고 집을 떠난다. 화려한 이력과 성공을 등에 업은 엄마는 모든 걸 내려놓고 국경을 넘어 아들을 찾아다닌다. '계속 아들을 찾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현지인의 말도 엄마는 두렵지 않다. 엄마의 행보는 망설임도 고민도 없다. 아들을 향한 직진, 오직 그뿐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엄마와 아들이 만나 대화하는 장소다. 그 장소는 바로 꿈속이다. IS 아들과 엄마의 만남 장소는, 만날 순 있지만 절대 닿을 수 없는 꿈속으로 표현됐다. 꿈을 통해서 드러난 아들과 엄마의 거리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거리다. 대척점에 서 있는 가치관과 가치관의 거리다. 닿을 수 없는 거리다. 아들과 엄마의 대화는 자꾸 엇갈리고 빗나간다.

아들:내가 아는 엄마 맞네. 남의 얘기 전혀 안 듣는 거.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사람.(중략)
엄마:네가 왜 여기서 총을 들고 있어? 그 광신도들 얼마나 잔인하게 사람들 죽이고 파괴하는지 모르니? 넌 그 사람들하고 달라. 제발 엄마하고 같이 가자.

꿈속에서 아들의 진심과 엄마의 진심은 충돌한다. 통하고 싶지만 통하지 않는 말들이 가득하다. 가닿고 싶지만 가닿지 않는 독백들이 넘실거린다. 거칠어 보이지만 유리처럼 유약한 소년과 기라성처럼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아들 앞에선 약한 엄마의 입체적인 언어는 치열하게 끌어안고 밀쳐내기를 반복한다. 그 사이에서 고연옥 작가는 평화와 연결을 모색한다. 먹먹한 탐색의 시간을 이어간다.

묵직한 주제도, 해박하고 경이로운 몸의 언어로 풀어내는 프로젝트 내친김에 김정 연출가(경기도립극단 상임 연출)가 연출을 맡았다. 이번 연극 '인간이든 신이든'은 김정 연출가와 고연옥 작가가 세 번째로 합을 맞춘 작품이다. 앞서 두 사람은 연극 '손님들', '처의 감각'으로 관객을 만났다.

소년과 엄마의 여정은, 신이 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인간으로 돌아와 소멸한 인류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의 여정을 떠오르게 한다. 다만 극 중 한 등장인물의 말처럼 완전한 인간으로 평화롭게 죽은 길가메시와 소년의 최후는 결이 달라 마음을 저리게 만든다.

연극 '인간이든 신이든'엔 다양한 얼굴을 담겨 있다. 길가메시의 얼굴과 IS가 되려고 했던 소년의 얼굴도 담겨 있다. 또한 21세기 젊은 세대의 자화상과 기성세대의 자화상도 품고 있다. 우리 시대의 거대한 아픈 구멍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연은 5월 9일까지 볼 수 있다.

연극 '인간이든 신이든' 공연 정보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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