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사위원장 공방’ 대신 본말 전도된 법사위 기능부터 바꿔야

“목숨 걸고 싸우겠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선 뒤,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느냐를 놓고 소모적 논란을 벌이기 보다, 그동안 국회 운영의 난맥상을 초래한 것으로 지적되는 법사위원회의 기능을 이번 기회에 재정립해야 한다. 해법도 이미 나와 있으니정치권이 결단만 하면 될 일이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이 원래 야당 몫이니 자신들이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지금 끄집어 낸 것은 뜬금없다. 21대 상반기 국회 원구성 이래 상황이 본질적으로 바뀐 건 없다. 전임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됐고,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역시 새로 선출됐을 뿐이다. 그렇다면 법사위원장 배분은 하반기 원구성 협상 때 제기하는 것이 상식적인 태도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 갑자기 이를 쟁점화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보다 상원처럼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법사위원회의 기능을 제대로 개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실 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할지는 역대 국회가 늘 되풀이했던 공방이다. 그 때마다 나오는 논리는 똑같다. 다만 주장하는 정당이 바뀌었을 뿐이다. 과거에는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출범한 뒤 당시 야당이 된 한나라당이 강력히 요구해 1998년 15대 국회 하반기 국회부터 야당 몫이 됐다. 그 뒤부터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굳어졌다. 난데없는 문제제기란 점을 논외로 하면, ‘야당 법사위원장’이 근거가 없지는 않은 셈이다.

법사위원장 자리가 여야간 첨예한 쟁점이 된 배경에는 법사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때문이다. 체계·자구 심사 권한은 1951년 제2대 국회 때 도입됐다. 그 뒤부터 소관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법사위는 그동안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빌미로 국회 안에서 ‘상원’ 노릇을 했다. 다른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뒤집거나, 처리를 미뤄 폐기시키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야당이 저지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국회 입법 교착의 원인으로 법사위의 과도한 기능이 매번 지적돼 왔다. 국회 개혁을 위한 논의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폐지가 단골로 제기된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면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공방을 벌이기보다, 이번 기회에 월권을 일삼아 온 법사위의 기능을 재편하는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이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19대 국회 때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20대 국회에선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여야가 서로 같은 취지의 법안을 냈으니, 서로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는 이 법안부터 처리한 뒤 논의하면 된다.

여야가 현안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을 두고 벌이는 논란이 얼마나 생산적인지 의문이다. 이보다는 정치의 본령에 더 부합한 논쟁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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