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지금 들어야 할 2021년의 새 노래 13곡

13곡의 음악으로 2021년의 첫 네 달을 정리할 수 있을까. 하루에 새 노래가 3,000곡 이상 나오는 시대에 고작 13곡이라니 너무 박하다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곡조차 듣지 않을 사람들에게는 13곡조차 길다. 그래서였을까. 소셜미디어에 날마다 들은 음반을 정리하는 내게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은 싱글을 정리하는 게 낫다고 훈수했다. 사람들이 음반 단위로 음악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도는 나도 안다. 그런데도 이 방식을 고집하는 건 음반을 만드는 뮤지션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음반이라는 포맷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13곡의 음악을 고르고 연결한다. 이 음악들이 더 많은 음악과 만나는 초대장이 될 수 있을까.

음악을 들어보면 알아차릴 것이다. 오늘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은 음악인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좋은 음악이 풍성한지. 록과 펑크, 크로스오버와 포크, 팝과 재즈를 비롯한 모든 장르에서 좋은 음악은 날마다 만개한다.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일은 의미가 없다. 음악 속 누군가는 절망하고 누군가는 항변하며 누군가는 웃는다. 뮤지션들은 그 이야기의 운동과 파장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고심할 뿐이다. 좋은 음악은 장르와 악기, 감성과 태도의 차이를 넘어 누군가를 설득한다.

가수 정차식 앨범 '야간 주행' 커버 이미지ⓒ사진 = 정차식
재즈 피아니스트 임보라 세 번째 음반 '여음'ⓒ사진 = 임보라 페이스북 갈무리

물론 어떤 이들은 이 음악을 들으며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의 취향과 정체성까지 알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음악들은 그저 개인적인 취향으로 고른 것이 아니다. 오래 음악을 들어왔고 지금도 꾸준히 오늘의 음악을 찾아 듣는 이들이라면 이 음악들 앞에서 쉽게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음악이 잠시나마 자신을 고립시키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혼자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연결되기 위해, 제대로 감지하고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자신을 단절시키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처 소개하지 못한 음악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김성규와 마인드컴바인드, 베이빌론과 샤이니, 이희문과 현아, 해파리와 홍찬미, 그 밖의 수많은 음악들을 모르고 지나치기엔 봄꽃 같은 음악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사랑할 시간이 아직은 충분히 남아있기를.

파란노을 ‘격변의 시대’/2021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발견. 투박한 레코딩에도 세계의 록 마니아들이 반해버린 이유가 있다.


슬랜트(Slant) ‘How Did It Feel?’ /1분 42초의 격렬함과 팽팽함. 방구석에서라도 날뛰게 하는 음악.


정차식 ‘눈사람’/어떤 노래는 울게 한다. 울었던 날들을 잊지 못하게 한다. 정차식만 할 수 있는 시린 노래.


정재일 ‘why do you stand afar’ /그 옛날의 천재 소년은 이제 역사를 껴안은 음악을 들려준다. 들려줄 뿐 아니라 아프게 한다. 음악이 위대할 수 있는 이유.


오헬렌&최솔 ‘Dying for’/한국 대중음악의 세대교체 그 증거. 이것이 오늘의 감각이며 오늘의 사운드이다.


시크릿 아시안 맨(Secret Asian Men) ‘c913’ /사라지는 사운드는 없다. 어디선가 반복되며 이어진다. 한국대중음악은 이토록 두껍다.


여유와 설빈 ‘마음을 과거에 두고 온 사람’/이 음악을 듣는 동안만은 평화롭다. 한국 포크음악의 오늘을 기록한 음반 [실]에는 이 노래 말고도 좋은 곡들이 그득하다.


모임 별 ‘콩 이야기(MinWhee Lee Remix)’ /이제는 이 사운드가 올드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모임 별은 번번이 매혹되게 한다.


청하 ‘Stay Tonight’ /현재까지 청하의 최고작이자 지난 4개월 동안의 최고작이다. 유일한 단점은 한 장의 음반에 너무 많은 곡을 담았다는 것 뿐.


서수진 코드리스 퀄텟 ‘Roots To Branches’ /서수진은 무서운 집중력과 돌파력으로 자신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 재즈의 풍요 속 빈곤을 채우는 역작.


백현 ‘Bambi’ /백현은 어느새 이렇게 근사한 음악의 주인공이 되었다. 부디 멈추지 않기를.


임보라 ‘Voyager1’/임보라가 이런 곡을 선보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명징하고 서정적인 음악의 찌릿한 힘


전진희 ‘Breathing In December’/음반을 마무리 하는 곡에 깃드는 평화와 안식.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