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유럽인보다 일찍 죽는 이유는 무엇인가?

편집자주:유엔이 발표한 2018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들어있는 2015~2020년의 국가별 평균수명을 보면, 84.7세로 일본이 세계 1위를 차지한다. 그 뒤에 한국, 이탈리아, 스위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스페인, 호주, 이스라엘, 스웨덴이 세계 2~10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78.3세로 여기에 수록된 201개국 중 48위에 그쳤다. 이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미국의 낮은 평균수명과 높은 조기사망률이 과연 보건 및 의료 제도의 차이에서만 기인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가디언 기고문을 소개한다.
원문:Why do Americans die earlier than Europeans?

30세 미국인이 죽을 확률이 30세 유럽인의 3배다. 30세들만 그런 게 아니다. 거의 모든 나이에서 미국인이 동갑내기 유럽인보다 죽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그 확률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례로 2017년에 미국의 나이별 사망률이 유럽과 같았다면 사망자가 40만1천명 적었을 것이다. 이는 그해 사망자 수의 12%에 해당된다. 85세 이후만 보면 그 비율이 25%로 훨씬 더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조기사망율은 코로나19 팬데믹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다. 수치를 비교해 보면 안다. 미국 정부는 2020년에 코로나19로 약 37만 7천명이 죽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보다 사망률이 높아서 해마다 죽는 사람과 코로나19로 2020년에 죽은 사람의 수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코로나19 사망자의 대부분이 노년층이다. 그래서 미국이 유럽보다 높은 사망률 때문에 평균 1년 동안 발생하는 잠재적 생명 손실의 총합계는 2020년에 코로나19로 발생한 것보다 1천300만년 대 440만 년으로 3배나 많다.

그동안 미국이 왜 유럽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지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많았다. 단일 요인은 없는 듯하다. 그렇지만 3가지 요인에 대해서는 합의가 있다.

약물 과다복용은 미국의 심각한 문제다ⓒpixabay

첫째,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미국의 사망률이 유럽보다 훨씬 높고, 이는 21세기 들어 특히 급증했다. 둘째, 미국의 성인 비만율도 40%로 유럽보다 훨씬 높다(2016년). 미국과 유럽의 사망률 차이의 55%가 비만 때문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셋째, 부유한 국가 중에서 보편적인 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18~64세 사망률이 유럽보다 높아서 4만5천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2005년). 이는 그 나이대의 초과 사망자수의 1/4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약물, 성인 비만, 건강보험제도에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될까? 나는 그것이 연방 정부의 소홀한 감독과 규제, 해당 업계들의 강력한 로비시스템, 미국 일자리의 탈산업화, 그리고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약물 문제부터 살펴보자. 미국에서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약물 과다복용은 공급과 수요, 양쪽 모두의 요인이 결합돼 발생한다. 공급의 측면으로 보면, 대형 의약회사들이 1990년대에 정부의 소홀한 감독 속에 안전 문제가 제기되던 진통제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아편류 진통제 처방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이 급증하는 기반이 됐다. 대형 의약회사들은 강력한 로비를 통해 아편류 진통제를 맘껏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었다. 이후 규제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 아편류 진통제의 불법 복용이 특히 저소득 지역과 저학력층에서 급속도로 번진 것이다.

수요 측면의 요인도 있었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뿐만 아니라 자살이나 알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경제학자 앤 케이스와 앵거스 디턴은 미국에 ‘절망사’가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이 탈산업화되면서 저학력층을 위한 고소득 일자리들이 없어진 게 그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조기 사망률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계층이 저학력층이다.

비만을 부르는 음식들ⓒpixabay

미국의 비만 문제와 건강보험제도도 유럽보다 미국의 사망률이 높은 큰 이유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이면 메디케어를 통해 거의 보편적인 건강보험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미국은 부유한 나라의 주요 사인인 심혈관 질환이나 암을 상대적으로 잘 발견하고 치료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심혈관 질환과 암 발병율이 유럽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의 하나로 오랫동안 미국의 사망원인 1위 자리를 지켜온 심장 질환은 비만과 같은 생활방식 요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비만이 건강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은 여전히 건강에 좋은 않은 음식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단 음식과 지방을 좋아해서뿐만 아니라, 대형식료품 생산자와 유통업체들이 이 약점을 이용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의 구조적 인종차별도 자원과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로 이어져 유색인종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색인종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거나 건강보험에 가입할 때도 차별을 받는다. 백인 남성이 다수인 의사들은 임신과 출산 중에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건강이상 신호에 신경을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흑인과 히스패닉의 영아 및 산모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 흑인 의사가 치료할 경우 흑인 영아의 상태가 훨씬 호전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9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한 시위자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 의해 자행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는 항의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2020.6.20)ⓒ신화/뉴시스

게다가 미국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유독 높아 인종간의 간극이 더 벌어진다. 미국에는 이 간극을 메울 사회보장제도가 상대적으로 없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다른 OECD 국가들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만 갖췄어도 평균 수명이 3~4년 길어진다고 한다. 건강보험제도를 포함해 미국이 이렇게 부실한 사회보장제도를 가지게 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사회보장을 확대하면 흑인들만 좋을 것이라는 백인들의 편견도 그중 하나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건대, 미국의 높은 사망률은 의약 및 공중 보건 분야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의 사망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미국 사회에 깊이 박혀있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 것이다.

미국은 자국민을 조기 사망으로부터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이럴진대 어찌 미국 사회의 구조와 작동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다른 나라들이 따라야 할 국가모델로 자국을 선전하는 미국의 노력을 진지하게 생각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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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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