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의 농간 끝에 결국 풀려난 김학의 전 차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풀려났다. 10일 대법원은 뇌물 혐의에 대해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의 보석 허가로 김 전 차관은 법정구속된 지 8개월 만에 석방됐다.

대법원은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뇌물수수에 대해서 검사와의 면담 이후 입장을 바꾼 정황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을 검사가 구체적인 방법으로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김 전 차관은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만 가지고도 이미 유죄가 입증되고도 남았다. 김 전 차관의 혐의는 많다.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뇌물 1억3천만 원과 13차례의 성 접대를 받은 혐의, ‘스폰서’ 역할을 한 또 다른 사업가 최씨로부터 5천100여만 원을 받은 혐의, 모 저축은행 회장 김씨로부터 1억5천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이다.

소위 ‘별장 동영상’을 비롯해서 많은 증거와 증인이 있었지만 김 전 차관이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을 받거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최씨로부터 받은 4천300만 원에 대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마저 이번에 2심으로 되돌려졌다.

유일하게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서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진 마당에 김학의 전 차관의 재판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보석으로 풀려나오는 김 전 차관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무겁고 착찹하다.

애초에 2013년 사건이 처음 드러났을 때 검찰이 정상적인 수사를 했으면 공소시효 같은 말은 나오지도 않았을 일이다.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도 검찰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마냥 시간을 끌었다. 다른 사건에서는 빈대 잡자고 집을 태울 기세를 보이곤 하던 검찰은 제 식구 사건에서는 압수수색 한 번을 하지 않았다.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재수사를 하게 됐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뒤였다. 그 결과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도 죄를 물을 수 없었다. 재수사를 거듭하면서도 끝까지 시간을 끌어 유죄 사실이 충분히 인정됨에도 법망을 빠져나가게 만든 검사들 중 어느 누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이제 ‘증인에 대한 검사의 회유가 있었냐’는 문제 하나와 엉뚱하게 몰래 국외로 빠져나가려는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의 불법성을 따지는 재판만 남았다. 어이없다고 하기에는 현직 검사의 신분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받고 성접대까지 받은 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이 처참하다. 검찰 개혁의 절박함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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