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 집권 열망이 만든 ‘젊은 대표’ 이준석

여야 청년정치인, 한목소리로 ‘차별·혐오 없는 평등 경쟁’ 당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2021.06.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정당사 최연소, 36세 당 대표가 탄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11일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제1야당 수장 자리에 앉았다.

국민의힘은 102석을 거느린 제1야당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3분의 1 이상이 국민의힘에 속해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퇴행적인 문화를 떨치지 못하는 탓에 ‘꼰대정당’이란 꼬리표가 붙은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당선 이력이 전무한 ‘0선’의 젊은 대표를 맞이한 것은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전당대회 기간 통틀어 누린 이미지 쇄신 효과도 상당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배경에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발표된 선거 결과에서 37.41%(5만 5,820표)의 당심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원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나경원 후보(40.93%, 6만 1,077표)보단 부족했지만, 적지 않은 득표다. 당 대표 본선에서 함께 경쟁한 중진의 조경태(5선)·주호영(5선)·홍문표(4선) 후보의 당원 득표수를 모두 합해도 이 대표의 것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대표는 여론조사에선 58.76%(환산득표수 3만 7,572표)로 6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얻은 지지율은 28.27%에 불과했다. 이 대표가 두 배가량 앞선 것이다.

당심이 이 대표에게 쏠린 이유는 타 후보보다 물리적 나이가 젊은 그 자체로 쇄신 이미지를 갖기 때문이다. 또한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새로워지지 않으면, 지형을 확장하지 않으면, 정권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전당대회 기간 이 대표를 공개 지지한 정치인 상당수가 ‘정치권 세대교체론’을 띄웠다.

세대교체 효과는 최고위원 당선인들 구도에서도 나타난다. 조수진(48), 배현진(39), 김재원(56), 정미경(55) 신임 최고위원 4명 중 2명이 30·40대이며, 3명이 여성이다. 함께 선출된 김용태(31) 청년 최고위원은 후보군 가운데 가장 젊은 주자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전체적인 민심의 풍향보단 보수 세력의 정권 창출 의지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규칙을 적용했다. 즉, 국민의힘을 지지하거나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자에 한정해 선거를 진행한 것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1.06.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정권 불신·적대감에 편승해 간판 단 ‘이준석 효과’
여야 청년정치인들, 입 모아 ‘평등한 경쟁’ 당부

이 대표는 논쟁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으로 인지도를 쌓으면서 보수진영 내 영향력을 키웠지만, 사실 그는 2011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각종 막말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대표의 지지는 여권에 대한 반사이익 측면이 크다. 그가 구호처럼 “공정”과 “경쟁주의”를 외친 것은 이른바 ‘조국 사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문제’ 등을 거치면서 형성된 집권 세력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공략한 부분이다.

이 대표의 공약 중 하나인 여성 할당제 폐지 또한 이 대표의 주요 지지층으로 꼽히는 20대 남성의 ‘역차별’ 주장에 호응한 것이었다. 결국 이 대표는 타인을 향한 불신·적대감에 편승해 세를 불리는 효과를 누려 왔다.

‘공정 담론’을 외치면서도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이 대표의 한계다. 이 대표는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모두를 같은 출발선에 놓는 것 만이 “공정하다”고 그는 반복해 말한다. 이 대표의 공정 담론을 두고 ‘과대평가’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는 당 대표 후보들과의 토론회에서 줄곧 엘리트주의·능력주의 사고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청년·여성 할당제 폐지, 공직선거 후보자 자격시험 도입 등 이 대표의 공약은 외형적으론 ‘공정’이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또 다른 불공정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적이 나왔듯, 이 대표의 극단적 경쟁주의는 당의 기득권 중심주의를 강화하는 퇴행적 정치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지지층의 불신·적대감을 붙잡기 위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을 남발하는 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이 대표의 당선 발표 뒤 여야 청년 정치인들은 입을 모아 그에게 ‘평등한 경쟁’을 당부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투명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리라 믿는다”며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다르게 보상하는 경쟁은 시장의 원리일지 모르지만 사회를 운용하는 정치의 원리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30대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일”을 제안하며 “(이 대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은 조건의 평등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 연령 제한 폐지, 청소년 참정권 확대 등에 앞장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장 의원은 “무조건 반대, 막말, 장외투쟁 등 반복된 구태에서 탈피한 제1야당을 기대한다”며 “(이 대표를 향해) 기대와 함께 세간의 우려도 존재한다.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실력경쟁을 부추기진 않을지, 여성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진 않을지, 대선정국에서 버스에 모두를 태울 수 있을지 등 이를 이겨내고 구태정치에서 세대교체 열망을 함께 실현해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향후 ‘젊은 당 대표’의 역할과 함께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소속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와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당내 중진 의원들과의 소통, 국민의당과의 합당, 대선 주자 영입 등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나아가 ‘박근혜 탄핵 반대파’ 김재원, ‘세월호 막말 논란’ 정미경 최고위원 등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 지도부에 재등용된 상황에서 변혁적 리더십도 적극 발휘해야 한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용기가 있다”며 당의 변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이준석 당 대표 당선자(가운데)와 김기현 원내대표, 최고위원 당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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