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대행업체 ‘갑질 계약서’ 무더기 적발... 공정위, 불공정 계약 개선

공정위·국토부·서울시·경기도·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합동점검... 76.1%는 표준계약서 채택·자율 시정키로

배달 오토바이 자료사진ⓒ뉴시스

배달대행업체 대다수가 배달기사와 체결하는 계약서에 배달료를 적지 않거나 불합리한 배상책임을 적는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이 합동으로 163개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간의 계약서를 점검한 결과 다수의 문제 조항들이 드러났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서울·경기 지역에서 생각대로·바로고·부릉 3개사와 거래하는 약 700여개 배달대행업체 중 배달 기사 수가 50명 이상인 163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들 업체로부터 업무를 받는 배달 기사 수는 1만2천여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163곳 중 폐업·주소불명 등을 이유로 점검에서 제외된 22개 업체를 뺀 나머지 141개 업체는 배달기사와 맺는 계약서에서 다수의 문제조항이 확인됐다.

계약서에는 사고 발생시 귀책 사유와 무관하게 업체 책임을 완전히 면제하는 조항은 물론,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기간 제한 없이 계약해지 후 경업(경쟁업종)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업체는 건당 수수료의 변동 범위를 임의로 정하면서도 변동 가능한 사유에 대해서 명시하지 않아 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조항을 두기도 했다. 또 배달기사의 단순한 계약상 의무 위반이나 분쟁 발생을 이유로 통지나 항변 기회 없이 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도 확인됐다.

이외에도 ‘불합리한 배상책임 규정’이나 ‘배달기사의 멀티호밍 차단’ 등의 문제 조항이 담겼다.

점검 결과에 따라 정부는 배달대행업체에 가급적 기본배달료는 계약서 내에 명시하고, 배달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상황에 따른 추가금액을 지급하도록 시정을 요구했다.

또한 계약서에 건당 수수료율을 명확히 하고 수수료의 변동이 필요한 경우 그 사유와 금액을 계약서 내에 명시하도록 했다. 배달업무 중 사고 발생시 업체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업체가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경업금지 의무는 인정하되 계약 기간에만 유지되도록 했고, 배달기사가 여러 배달대행업체로부터 업무를 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삭제토록 했다.

배달기사의 단순한 계약상 의무 위반은 업체가 사전에 통지하고 시정·항변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 다만 고객 상대 범죄행위 등 계약 목적 달성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즉시 해제가 가능하게 했다.

점검 대상(163개) 업체 중 124곳(76.1%)은 연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거나, 자율 시정하기로 했다.

표준계약서 채택과 자율시정을 모두 거부한 17개(10.4%) 업체는 향후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한편 신고가 접수되면 다른 경우보다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거나 계약서를 자율시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업체들은 연내에 이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서울시·경기도는 향후 이들 업체가 제출한 계획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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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헌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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