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소방서 들어가 ‘말벌방어복’ 숨긴 뒤 다음날 “없어진 것도 몰랐냐”며 감찰

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감찰이라 쓰고 도둑질하는 소방청 고발한다”

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기자회견 포스터ⓒ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제공

소방청이 일선 소방서의 점검·보안 업무 관리를 위해 과도한 ‘함정감찰’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방청 감찰반원이 어두운 밤에 전북의 한 소방서 차고에 들어가 몰래 말벌보호복(말벌방어복)을 가져간 뒤, 다음날 교대점검 시간에 보호복이 사라진 것도 몰랐냐는 형태의 감찰이 이루어지면서다.

2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이하,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밤 소방청 소속 감찰반원 2명은 전북 덕진소방서 차고에 몰래 들어가 펌프차 안에 적재된 말벌보호복을 가져간 뒤 다음날 오전 감찰을 진행하며 ‘간밤에 보호복이 없어진 것도 몰랐냐’며 분실 책임 등을 물었다고 한다.

이 같은 형태의 믿기 힘든 감찰은 실제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소방청 감사담당관에서 감찰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소방서 보안 점검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확인 차원에서 소방서 차량이 세워져 있는 차고에 들어갔던 일”이라고 말했다.

일선 소방서는 긴급 출동이 용이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 침입을 고려한 담벼락·검문소 등을 두지 않는다. 이처럼 다른 관공서보다 외부 관계자의 소방서 진입이 덜 까다로운 측면이 있고, 누군가 들어와서 소방물품을 훔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보안 문제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감찰이었다는 게 소방청 감찰반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안·점검을 강조하기 위한 감찰이었다고 하더라도, 밤에 몰래 물품을 가져간 뒤 다음날 없어진 것도 몰랐냐는 식의 감찰은 과도한 ‘함정감찰’이라는 게 소방본부의 지적이다.

소방본부는 이날 세종시 소방청 앞 ‘야간주거침입절도 소방청 고발 긴급 기자회견’에서 “해당 장비를 숨겨놓으면, 출동 시 장비가 없어 대원이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야간에 2인 이상 현주건조물에 침입하여 공용물을 절취한 것은 감찰이 목적이었다고 해도, 공문에 적시한 감찰내용에 위배될뿐더러 함정감찰이라는 치졸함을 넘어서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22일 세종시 소방청 앞에서 이 같은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함정감찰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제공

이 같은 과도한 감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서 근처에 차량을 세워놓고 몰래 숨어서 일과표대로 하고 있는지 지켜보다가 작은 문제라도 잡히면 들어와서 감찰을 진행하는 식”이라며 “지난 19일에는 전북 남원에서 출근한 직원 중 한 명이 소방서 앞에 주차된 감찰반 의심 차량을 보고 사진을 찍자, 쫓아와서는 핸드폰에서 사진을 지우게 하고 경위서를 작성하게 한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걸 지적하지 않으면 이런 식의 감찰을 계속할 게 뻔해서 문제 제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연말·연초 대전소방본부 전·현직 고위 간부 자녀 승진 특혜 등 여러 비리가 언론을 통해 나온 뒤, 소방청에서 조직문화 혁신 TF를 구성한 바 있다”라며 “거기서 나온 대책은 인사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과 암행적인 표적감찰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방청은 이번처럼 최하위 조직을 방문해 탈탈 터는 식의 감찰이 아니라, 상급 부서 고위직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적인 비리 이런 걸 밝히는 감찰로 개선하겠다는 보고서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방청 감찰 관계자는 “누군가를 징계하거나 불이익을 주기 위해 억지로 하는 게 아니다. 청사 보안 관리를 위해 CCTV 추가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행정이다”라며, 감찰반원의 감찰 행위를 침입 또는 절도 등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8시40분에 교대를 하는데, 업무의 시작은 점검이다. 개인 보호 장구가 있는지, 출동차량 및 소방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연료는 충전이 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라며 “이는 굉장히 중요한 업무지만, 일상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행여나 소홀히 되는 부분이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감찰은 이를 조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소방청은 행정안전부의 ‘하계휴가철, 추석명절 공직기강점검 특별감찰’ 지시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전국 소방기관 감찰을 시작했다. 감찰 주요 내용은 방역지침준수여부, 직위남용, 품위훼손, 이해충돌행위, 민원이첩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승훈 기자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