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전히 안이한 국방부의 인식

22일 국방부는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전체 부대원 90%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초유의 사태를 맞아 밝혀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당사자인 국방부의 감사로 문제의 원인을 모조리 파헤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셀프 감사로 어떤 결론을 내린들 그것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이미 국방부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국방부는 사건이 알려진 초기에 “청해부대가 올 2월 나갈 때는 항원키트가 개발이 안 되어 있었다”며 항원검사 키트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지난해 11월11일 의료인 또는 검사 전문가용 항원검사와 항체검사 키트를 정식 허가했다”고 밝히면서 국방부의 해명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됐다.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오아시스’라는 작전명을 굳이 공개하고 의미부여까지 시시콜콜하게 해 가면서 후송 작전 홍보에 나선 것도 꼴불견이었다. 군이 감염병 대처를 일반 상식 수준 정도로만 했어도 애초에 하지 않아도 될 작전이었다. 장병 대다수를 감염병 위험에 빠뜨리고도 군의 상황인식은 여전히 안이한 것은 아닌지 걱정만 커졌다.

문제는 최근 몇 달 동안 군에서 심각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그 대처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비인간적인 급식이 공분을 불러일으켰을 때도 군의 대응은 미덥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고,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하기 일쑤였다. 더는 발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마지못해 시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20일이 되어서야 서욱 국방부 장관은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취임한지 1년도 안 돼서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였다. 하지만 이 사과조차 앞선 다섯 번의 사과와 마찬가지로 발뺌하다 마지못해 하는 사과로 비쳐졌다. 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에 ‘유감’을 표명하며 책임을 회피한지 4일 만에 태도를 바꿔서 사과했지만 이미 늦었다.

국방부의 셀프 감사만으로 감당하기에는 밝혀야 할 의혹이 너무 많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함정 내로 유입된 경로도 쟁점이다. 작전 중 물자 반입 과정에서의 외부 접촉이 원인으로 점쳐지지만 다른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장병이 생겼을 때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방치한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아우성인 이 시국에 고열증상이 잇따르는데 단순히 감기 취급 했다니 그 무신경이 놀랍다.

처음부터 초기 감염을 식별할 수 없고 그런 용도도 아닌 항체검사 키트를 가지고 나간 이유부터 의문이다. 항체검사는 어디까지나 과거 감염으로 항체가 형성됐는지를 확인하는 용도일 뿐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가 아니다. 정확성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안심하며 며칠을 보낸 사실도 이해하기 어렵다. 유증상자가 40여 명에 이르러서야 합참에 상황을 보고했다는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대처가 있을 수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국방부가 이번에 실시하는 셀프 감사는 수많은 의문에 답을 내주리라는 기대보다는 또다시 축소 은폐나 꼬리 자르기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더 크다. 여태까지 군 당국이 보여 온 미온적인 태도가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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