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우려, 탈원전 때문” 언론보도, 어디까지 가짜뉴스일까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장 “전력수급 안정적...태양광, 전력수요 줄이는 데 크게 기여”

전력수급 위기와 탈원전, 무엇이 팩트인가 토론회ⓒ뉴스1

폭염이 이어지자, 약속이라도 한 듯 최근 여러 보수매체가 “전력난에 블랙아웃 우려가 커졌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그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됐다”라고 주장한다. 또 한 종편은 “정부가 강력 추진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전력수요) 피크 시간대에 기여한 비율은 1%대에 불과했다”며, 재생에너지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다급해진 정부가 멈춰 세웠던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가짜뉴스였다.

전력거래소 정응수 계통운영처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전력수급은 현재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전력수요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수력원자력 이광훈 발전처장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정아 안전정책과장은 7월 말 가동을 시작한 3기의 원전이 전력수급과 아무런 관계없는 계획예방정비와 화재로 정지됐다가 안전정비가 끝나고 원안위 승인을 받으면서 재가동됐다고 밝혔다. 특히, 조 과장은 “원안위는 에너지 수급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과는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원전의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기관”이라며, 보수언론의 주장이 사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력수급 문제와 탈원전 정책을 연결 짓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종합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김선교 부연구위원은 “집 냉장고에 물이 얼마나 채워져 있느냐를 정수기 공장에 가서 물어보는 것과 같다”며 황당해했다. 이어 그는 “전력 관련한 여러 논의에서 전문가의 말과 이해관계자의 말은 분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2일 프레지던트호텔 31층 모짤트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전력수급 위기와 탈원전, 무엇이 팩트인가?’에서 전문가들과 담당자들은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이학영·김성환(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양이원영(무소속) 의원실이 주최했으며, 그린피스와 에너지전환포럼이 주관했다.

7~8월 전력수급 실적 및 전망ⓒ전력거래소 정응수 계통운영처장 발제자료

7월, 8.8GW 예비력 확보 안정적 전력수급 운영
“8월도 상한수요 전망범위 내 안정적 수급관리 가능”
“발전기 고장, 이상기온 대비 자원 충분히 확보”

정응수 계통운영처장은 올해 여름철 전력수요 그래프를 보여주며 “급격한 기상변화에도 (미리 예측한) 상한 수요전망 사이에서 전력수요가 시현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올해 여름 중 가장 피크를 찍은 시간은 ‘7월 27일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로 91.1GW(기가와트)였는데, 이날 예비력은 11% 정도로 매우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이루어졌다. 또 가장 예비력이 낮았던 7월 3주째에도 예비력은 8.8GW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이뤄졌다.

8월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지속으로 2주째에 90.9GW에서 94.4GW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 또한 상한수요 전망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수급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처장은 “신월성 1호기 등 가동으로 공급능력이 (99.2GW에서 100.2GW로) 당초보다 증가해, (8월에도) 안정적 수급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8월 중 전력수요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2주째에도 예비력이 5.8~9.3GW에 이를 뿐만 아니라, 발전기 불시고장 또는 이상기온 등을 대비해 8.7GW 상당의 추가 예비자원까지 확보하고 있다며 “만약 이상기온이 찾아와서 상한기온을 상회하거나, 발전기 불시고장이 발생해도, 예비자원을 활용해서 전력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력난에 블랙아웃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수많은 보수언론 기사와는 다르게,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수급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5년 계절별 태양광 평균 이용률ⓒ전력거래소 정응수 계통운영처장 발제자료

“태양광, 전력수요 감축 공급능력에 큰 기여”
“8월 2주에도 전체 발전량 중 7.0% 기여 전망”

오세훈 서울시장의 태양광 보급정책 중단 논란에 이어 전력수급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제기된 주장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23일 TV조선도 ‘정전 잇따르는데...1.7% 밖에 도움 안 되는 태양광·풍력’이란 기사에서 “정부는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겠다고 하지만, 정작 전력이 필요한 이번 폭염 때 그 역할은 미미했다”며 “태양광이 사용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언론보도와는 반대로, 정 처장은 “태양광은 전력수요 감축 및 공급능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처장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전체 태양광 설비용량 추정치는 약 20.3GW이다. 이 가운데, 전력시장에서 거래돼 실시간으로 계량되는 발전량은 5.1GW(전체 용량의 약 25%)이다. 나머지 15.2GW는 한국전력과 직거래(PPA)를 통해 발전하는 태양광(11.5GW)과 자가소비 목적으로 발전하는 태양광(3.7GW)으로, 수요감축 효과로 작용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정 처장은 최근 5년 계절별 태양광 평균 이용률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제시하며 “태양광 이용률은 계절별 시간대별로 상이하나, 여름 피크 시(오후 2시~5시) 태양광 평균 이용률은 35%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근거로 “8월 2주차에도 태양광 발전으로 5.2GW 수준의 전력수요 감축이 전망된다”라며 “거래소에서 취급하는 태양광 발전량까지 친다면, 8월 2주에 발전 전체에 태양광이 7.0%까지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날 오전 ‘봄과 가을에 태양광이 (효율이) 좋은 편인데 실제 피크 시간대 기여는 4~5%밖에 안 된다’는 언론보도를 봤다며, 이 같은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처장은 “냉난방 수요 자체가 없는 봄·가을에는 피크가 낮에 발생하지 않고, 어두워져서 집에 불을 켜고 조리하는 시간 때인 오후 7~8시에 발생한다”라며 “그 시간에는 이미 해가 없어서, 태양광이 기여했는지 못했는지 논하는 거 자체가 의미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광훈 한수원 발전처장ⓒ에너지전환포럼 유튜브 채널

“원전 점검, 전력수급 이유로 단축 못 해”

이날 토론회에는 한수원 이광훈 발전처장과 원안위 조정아 안전정책과장도 참석해, 최근 보수매체의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최근 ‘전력수급 비상에... 정비 중인 신월성 1호기, 5주 앞당겨 투입’(조선일보)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 바 있다. 전력수급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에도, 전력수급에 큰 차질이 생긴 것처럼 전하면서 정부가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동을 일시 중단한 원전을 재가동시키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다.

이 같은 언론보도에 대해, 이 처장은 전력수급 등을 이유로 정비 중인 원전을 정비를 완료하지 않고 재가동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공교롭게도 지난 7월 4주차에 3개 원전이 재가동됐는데, 2개의 원전은 계획된 예방정비 이후 원안위의 승인을 받으면서 재가동을 한 것이고, 다른 1개의 원전은 화재로 정지됐다가 정비가 끝난 후 원안위 승인을 받고 재가동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발견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비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 “여름 또는 겨울 특정 기간에 맞춰서 원전을 운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 과장도 “정비기간 중 정비해야 할 내용뿐만 아니라 발전 중 발생한 다른 문제도 완전히 해소되어야 승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예년보다 정비기간이 늘어났을 뿐”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전의 정비 기간이 전년 대비 8배나 늘어났다는 보도를 보고 놀랐다”며 “정비 기간이 늘어난 것은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 정비해야 할 사항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원안위의 원전 정비기간이 8배 이상 늘었다’는 내용의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김선교 부연구위원 역시 탈원전은 장기 계획이며 전력수급 관리는 단기 계획이기에 두 문제는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전력 예비력은 전력 비상수급 첫 단계인 5.5GW의 약 2배인 10GW에 달해 대정전 가능성을 논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며, 오히려 “태양광과 유연성 에너지원의 확대로 이제는 불확실성에 대처할 능력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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