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이상의날개가 토해낸 아름다운 한탄

포스트록 밴드 이상의날개 신보 [희망과 절망의 경계]

이런 음악을 들으면 속수무책이다. 포스트록 음악을 오래도록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포스트록 음악이 트렌드를 주도한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뀐다고 음악이 멈춘 법은 없다. 누군가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며 노래하고 연주한다.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고 표현해도 좋을 일이다.

이상의날개의 새 음반 [희망과 절망의 경계]는 밴드 이상의날개가 계속 자리를 지킨 일지이며, 4년 만에 띄운 주파수이다. 이 음파를 수신하며 이상의날개라는 밴드의 존재와 이들의 지향을 재확인한다.

밴드 이상의날개 신보 '희망과 절망의 경계'ⓒ사진 = 이상의 날개 페이스북

이상의날개는 새로운 방법론을 끊임없이 수혈하는 밴드가 아니다. 음반에 담은 10곡의 노래는 이미 들어왔던 이들 음악의 구조와 스타일과 완전히 단절하지 않았다. 특히 멜랑콜리한 노래를 앞세운 음악의 흐름은 통속적일만큼 감상적이다.

바로 이 감상성이 이상의날개 음악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이며, 내가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울컥거리는 원인일 것이다. 역으로 누군가는 이 같은 노래의 감상적인 스타일이 전혀 새롭지 않다고 지적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곡의 맨 앞에서든 중간에서든 말미에서든 짧거나 길게 흐르는 노래들은 기승전결이 명확한 연주의 서사로 구현한 주제 의식을 더 친숙하고 명징하게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곡마다의 노래는 처음부터 곡을 끌고 가거나, 곡의 절정을 아득하고 눈부시게 불태운다.

첫 번째 곡 ‘그림자’에서 보컬 문정민의 노래는 인트로에서 강렬한 테마를 분출한 다음, 그러니까 기승전결의 전을 먼저 노출하고, 다시 기승전결로 돌아간 다음에야 시작된다. “차가운 밤공기는 내 심장을 찌르고/아슬한 경계에 선 나는 비틀거렸지/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어두운 밤거리를 홀로 헤매는//난 잃어버린 시간 속의 그늘,/어디에도 없는 그림자”라는 노랫말은 이상의날개가 연약한 인간의 편에 서 있음을 재확인한다.

이번 음반에 담은 노래들을 두 주제로 나눈다면 하나는 고통의 고백이며, 다른 하나는 그리움의 고백이다. ‘그림자’, ‘중력’, ‘일루션’, ‘홈’, ‘향’, ‘인간실격’, ‘영원’이 고통을 고백하는 노래라면, ‘스무살’. ‘푸른봄’, ‘어느 날 둔촌동 역 앞 횡단보도를 걷다가 가만히 서서 바라본 하늘’은 그리움의 고백이다.

이상의날개는 고통이 배인 노래를 부를 때에도 절망 쪽으로 경계를 넘어가지는 않는다. 음반의 제목처럼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 선 밴드는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너머에 영원이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푸른 봄을 그리워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닿을 수 없는 곳을 알아버린 밴드의 음악은 그래서 더 간절해진다.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지만, 인간이기에 닿을 수 없는 세계라는 근본적 한계는 인간의 마음을 더 애틋하게 만들고 만다. 이 음반은 우리 모두 연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인정하는 이야기 모음이며, 그럼에도 깃발처럼 펄럭이는 영원과 푸른 봄을 넋 놓고 바라보는 마음에 물든 푸른빛 자국이다.

뭐든 해낼 수 있을 만큼 강한 존재라면 이렇게 간절해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닿을 수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뜨겁고 격렬하게 외치고 토해내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백 년 전의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훨씬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지만, 그래봐야 인간은 여전히 지금 이 순간만 살다 가는 존재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렇게 한탄조차 아름답게 그릴 수 있다. 이 음반에 담은 샤우팅과 트레몰로 기타 연주, 들끓고 비상하는 사운드 스케이프는 모두 한숨이며, 눈물이고, 기도이다.

이렇게 제 마음을 지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존재, 자신의 한계로부터 아름다움을 구현해내고 마는 존재를 품지 않을 도리가 없다. 끝내 다시 인간을 연민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 방법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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