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철도민영화로 두동강 난 고속열차, ‘다시 하나로’ 국민청원 달성 임박

‘KTX-SRT’ 통합 청와대 청원 18만명 동참...“이용요금 10% 인하 가능”

KTX-SRT 통합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 캡쳐

정부가 올해 하반기 수도권과 전남 순천을 잇는 전라선에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인 SRT를 투입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철도노조가 이를 반대하며 KTX-SRT의 통합을 촉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박근혜 정부의 철도민영화로 만들어진 SRT를 다시 코레일의 KTX와 통합해달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오는 17일로 종료되는 청원에는 15일 기준 현재 18만여 명이 참여한 상태다. 종료 전까지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면 청와대 또는 정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

철도노조는 청원글에서 "국민 편익을 위해 출범했다는 수서 SRT 고속열차는 경부선과 호남선만을 운행한다"면서 "그 결과 전주, 구례, 여수, 순천을 잇는 전라선과 마산, 진주, 창원, 포항 등(을 잇는) 경전선, (그리고) 동해선 지역 600만 명의 국민들은 고속철도를 타고 수서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승을 해야만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SRT는 태생부터 KTX보다 운임을 10% 싸게 책정한 탓에 KTX이용객들은 같은 고속철도를 타면서도 상대적으로 비싼 운임을 내야만 한다"면서 "같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지만 거주지역에 따른 KTX와 SRT의 열차 운임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고속철도의 통합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2013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민주노총 철도민영화 반대, 민주노총, 철도노조 폭력탄압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 평화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박근혜 정권의 '철도민영화' SRT, 전라선까지 운행 확대하는 정부

SRT는 지난 2013년 말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철도민영화'에 따라 생겨났다. 당시 철도노조가 전면 총파업으로 반대했고, 여론에서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등으로 반대의견이 크게 표출됐다. 그러나 결국 경부선(수서-부산), 호남선(수서-목포) 고속철도선에서만 운영하는 조건으로 SRT가 운영을 시작하면서 고속열차는 한국철도공사의 KTX와 SRT로 분할돼 운영됐다. 최연혜 당시 코레일 사장은 2016년 사임 직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후보로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철도민영화의 결과인 SRT를 KTX와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난 2018년 운영회사인 SR을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정부는 올해 말 SRT의 운영노선을 수서와 순천을 잇는 전라선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지난 3월 SRT의 전라선 운행을 위한 열차 구매에 대한 의 예비타당성조사 심의를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노형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교통위원회에서 관련 질의에서 "SRT 차량의 정비가 완료되면 전라선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작년 5월 시운전 중 추돌사고를 낸 SRT 206호 차량의 수리를 마치는 대로 전라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해당 차량의 수리는 10월께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SRT의 확장운영은 KTX의 수익저하는 물론 수익성이 떨어지는 새마을·무궁화호 등 간선철도의 축소로 이어져 철도의 공공성 훼손이 우려된다. 고속철도 분할 운영으로 인한 이용객의 불편도 확대된다.

실제로 코레일은 지난 8월부터 영업적자를 이유로 PSO(공익서비스의무) 벽지노선을 단거리 열차로 변경하면서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의 운행 축소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진주에서 서울까지 하루 2회 운영되는 무궁화호 노선은 사라지고, 진주에서 KTX가 정차하는 동대구까지만 무궁화 노선이 운행되는 등 일반열차가 대폭 축소됐다.

특히 서부경전선과 호남선을 따라 하루 2회 순천에서 용산까지 직행하는 무궁화호 노선이 중단되면서 해당 노선을 이용하던 이용객들은 KTX로 갈아타더라도 서울까지는 가는 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불편함이 생겼다.

순천-용산 무궁화호 노선은 순천에서 KTX역인 광주송정까지만 운행하는 노선으로 축소됐는데, 문제는 경부선, 전라선 등은 KTX로의 환승을 고려해 운행시간까지 조정됐지만, 서부경전선의 경우에는 구간만 조정돼 오히려 서울까지의 이동이 불편해졌다.

광주송정역이 있는 호남선과 순천역이 있는 전라선 사이로 보성역이 있는 서부경전선이 이어져있다.ⓒ코레일

KTX역인 순천역과 광주송정역 사이 서부경전선의 중간쯤 위치한 있는 보성역을 예로 들면, 기존에는 광주송정으로 향하는 무궁화호가 오전 7시 2분, 순천-용산 무궁화호가 오전 7시 49분에 있었지만, 개편 후에는 순천-용산 무궁화호 노선이 사라지면서 오전 7시 시간대에 광주송정역으로 갈 수 있는 열차가 하나로 줄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순천-용산 무궁화호 노선을 이용하던 지역주민들은 더 빨리 출발하는 열차를 이용해 광주송정이나 순천에서 KTX로 환승하거나, 아니면 오전 10시 38분에야 광주송정으로 출발하는 열차를 타야 하는 상황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호남선 무궁화로 환승하면 오후 4시 51분에 용산역에 도착하며, KTX로 환승해도 시간표상 오후 3시 24분에야 도착한다.

기존에 있던 오전 7시 49분 순천-용산 무궁화호를 이용했다면 오후 1시 30분쯤에는 용산에 도착할 수 있던 것을 고려하면, 이용요금까지 더 내고 고속철도를 이용해야 하는데도 서울(용산)까지의 도착시간이 기존보다 3시간 30분이나 늦춰진다.

코레일은 이번 일반열차 축소로 39억원의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SRT의 확대에 이익손실을 우려한 코레일의 대응이 벽지노선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철도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SRT의 운행구간이 확대될수록 철도의 공공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수익이 나는 고속선을 SRT에 내어줄수록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 적자가 불가피한 노선의 축소 폐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철도노조는 SRT의 전라선 운영이 현실화될 경우 준법투쟁은 물론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전라선 고속철도를 이용해 수서역까지 직행할 수 없는 등 불편에 대한 '민원해소' 취지라는 입장이지만, 철도노조는 "KTX를 수서역 노선에도 운영하도록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민원해소를 위해서라면 SRT의 확대가 아닌 오히려 철도통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자료사진ⓒ뉴시스

"철도분할로 연간 560억원 비용 발생...통합하면 고속철도 요금 10% 인하 가능"

철도노조는 철도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KTX와 SRT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국토부가 지난 2018년 발주한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평가 연구' 중간보고서를 보면 KTX와 SRT를 분리 운영하면서 매년 559억원의 거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SR이 SRT의 차량정비와 선로유지보수, 매표까지 코레일에 맡기면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통합운영된다면 지출해도 되지 않는 비용이다.

반면 철도공사와 SR을 통합운영할 경우엔 고속열차 운행횟수가 늘어나고 요금은 내려가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속열차 운행횟수는 52회 증가하고 통합공사의 매출액이 3162억원 늘어남에 따라 고속열차 요금을 10% 줄일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말이 (철도)경쟁이지 SR의 차량정비와 선로유지보수, 매표까지 모두 코레일이 도맡아 하고 있다. 경쟁이 아니라 기생"이라며 "한 회사가 운영해도 충분한데, 이렇게 기관을 둘로 분리한 이유가 국토부 관료들의 퇴직 후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면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면 어느 곳에 살던 철도이용에 차별받지 않도록, 누구에게나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국민의 철도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철도통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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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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