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착취 해결하려면...사용자책임 회피하는 ‘진짜사장’과 교섭할 수 있어야”

중간착취 근절 위한 법 제도 방안 토론회 “솔직해 지자, 간접고용·자회사 왜 선호하나?…사용자책임 회피하고 싶은 것 아닌가”

민주노총과 장혜영 국회의원 등은 14일 국회 본청 220호 영상회의실에서 '중간착취 근절을 위한 법 제도 방안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민주노총 유튜브 채널

공공부문까지 노동자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파견·용역·민간위탁 또는 자회사 형태 등의 간접고용을 선호하면서, 많은 노동자가 중간착취를 당하고 처우개선의 기회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까지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과의 교섭을 촉진시키고, 더욱 엄격하게 간접고용 사용을 제한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국회 본청 22호 영상회의실에서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중간착취 근절을 위한 법 제도 방안 공동토론회’에서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와 윤애림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위원 등은 기업이 간접고용을 선호하게 된 원인과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 등을 짚으며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1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권오성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민주노총 유튜브 채널

기업들이 간접고용 선호하는 이유

윤 연구위원은 “노동자들은 의아해한다. 왜 사용자들은 파견·용역 같은 간접고용을 선호할까. 직영화하면, 하는 일 없이 중간에서 때어가는 용역업체 수수료 비용으로 용역노동자에 대한 임금도 올려줄 수 있고, 원청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데”라며 “원청도 직고용하면 파견용역노동자 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한다. 심지어 공공부문도 그렇게 안 한다. (중간에 업체를 하나 끼어서 간접고용하면) 노동법상 사용자의 책임을 쉽게 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도 ‘공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굳이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회사를 만들어 간접고용하는 이유’에 대해 “솔직해지자”라며 “단체협약을 피하고 싶고, 각종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공공부문 자회사 모델은 목적 자체가 법률 회피”라고 비판했다.

또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면 종종 나오는 사용자 측 반박으로 ‘분리된 경영을 하고 있다’와 관련해 “자회사를 만들면, 공기업 내부에 자회사를 관리하는 과를 만들지 않나. 직원을 두어서 자회사를 컨트롤하지 않나. 그게 무슨 엄격히 분리된 사업체라는 건가. 위장된 자회사지”라며 “모기업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파견·용역, 민간위탁 형태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조직하고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업체와 교섭에 나서도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결정권을 가진 실질적인 사용자는 원청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러면 원청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교섭할 의무가 없다”며 교섭요구를 무시하거나, 하청업체를 교체하는 형태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손쉽게 해고했다. 공기업도 이런 편리함을 이용해 용역·하청·민간위탁 등 간접고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직접고용보단 자회사 설립을 통한 간접고용 방식을 선호해 왔다.

게다가 이러한 사업주의 책임회피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권 교수는 “현행 노동법상 ‘사업주’라는 개념이 과연 시대의 변화를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다. 이윤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는 법언과 달리 이윤은 집중되나 책임은 분산되어 온 것이 현실”이라며, 플랫폼 산업에서의 타다 등 일부 사례를 거론했다.

1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윤애림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민주노총 유튜브 채널

“상시고용·직접고용 원칙으로 세워야”
“실질적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촉진해야”

윤 연구위원은 간접고용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방향으로 ▲ 간접고용 활용 제한, 상시고용·직접고용을 법·제도적 원칙으로 정립 ▲ 해당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지배력을 가지는 자에게 계약의 형식에 상관없이 노동자 권리에 관한 법·제도적 책임 부여 ▲ 노동자의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자와 단체교섭 촉진 등을 제시했다.

특히, 윤 연구위원은 이날 발제문을 통해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짜 사장’과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제노동기구(ILO)의 181호·189호·198호 협약은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단체교섭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의 보장을 우선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에 제시하고 있다”라며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용자를 상대로 집단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를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사용자책임 회피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조법에서의 ‘사용자’는 근로계약관계의 상대방에 국한되지 않는다”라며 “대법원 역시 노조법상의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사용자에 한정되지 않으며, 근로자의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윤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를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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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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