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 입장과 무관” 성소수자 혐오세력 데려와 발 뺀 민주당

차별금지법 토론회 반대 측 성소수자 차별세력 구성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내 제정 등을 촉구하며 90여개의 깃발로 국회 담장을 에워싸는 깃발 포위 행동을 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본 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내용은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개인적인 의견 또는 소속 단체의 입장을 반영한 것일 뿐 우리 당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힙니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 자료집 맨 앞장에 쓰인 글귀다. 다른 토론회에서 볼 수 없었던 문구다. 성 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유명한 이들을 차별금지법 반대 토론자로 구성해 개최 전부터 질타가 쏟아지자 선을 긋기 위해 넣은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혐오세력에게 판을 깔아주고 이를 묵인한 책임은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 관련 민주당의 언행 불일치는 계속되고 있다. 차별금지법 찬성 토론자로 참석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이날 7개 원내 정당에 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대상으로 명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등을 공개질의한 결과 민주당은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은 채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이날 토론회를 열었다.

성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이들과 차별하자는 이들을 찬반 동수로 구성하면서 민주당은 2007년 참여정부가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이래로 14년간 쌓인 논의를 처음으로 되돌렸다. 이종걸 차제연 공동대표(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성 소수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계속 호출됐고 인권이 찬반의 대상, 다수결의 영역, 논쟁적 의제처럼 다뤄져야 하는 수모를 14년 동안 겪어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은 ‘사회적 합의’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연시킨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혜인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은 “2007년 참여정부의 차별금지 사유 삭제 사태, 2013년 민주당의 차별금지법안 철회 사태를 거치며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누군가의 인권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단단히 자리 잡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국민의힘에 여야 공동 토론회를 요청했으나 요청에 응하지 않아 오늘 토론의 장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야당 간사에게 일방 통과가 두려우면 여야 동수로 만들어진 특별소위에서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더는 이 법에 대한 논의를 미루는 것은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부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21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11.08.ⓒ사진 = 뉴시스

이날 토론회는 반대 토론자 구성부터 예상됐듯 차별금지 요건 중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완주 의장은 “모든 논의의 기초는 주장이 아니고 철저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고 전제했지만,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는 말이었다. 종교적 힘으로 ‘탈동성애’가 가능하다며 사실상 전환치료를 하는 이요나 목사(탈동성인권센터 홀리라이프 대표), “동성애는 죄”라는 이상원 새로남 교회 협동목사 등 반대 토론자들은 혐오세력으로 유명한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토론이라기보단 반대 토론자들의 가짜 뉴스 유포를 찬성 토론자들이 저지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이요나 목사는 “43살에 탈동성애자가 됐다”며 “종교적 기독교적 상담법으로 동성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전환치료 주장에 자캐오 신부(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는 “정체성 강제전환 시도”라며 “주류 그리스도교는 ‘치료’라는 말 자체로 위험하거나 왜곡된 시선을 줄 수 있어서 전환치료라고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조혜인 변호사는 “미국정신의학회가 1073년 동성애를 정신과 진단명에서 삭제했다”며 “계속되는 반동성애 측 주장에 세계정신의학협회가 2016년 동성에 대한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은 병리 현상이 아니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요나 목사와 류현모 성산생명윤리연구소(서울대) 교수는 “친동성애 세력이 로비해 (미국정신의학회) 이사회에서 전환치료를 폐지한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류현모 교수는 성 소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류 교수는 “남성 동성애자가 HIV를 전파하고, 일반인보다 정신건강도 좋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자 청중에 앉아있던 한 여성은 자신을 의사라고 밝히며 “과학이 모독당했다”고 분노했다. 그는 “동성애는 HIV 감염 원인이 아니다. 콘돔과 보편적 의료접근성의 문제”라며 “동성애자의 정신건강은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차별과 낙인, 혐오 때문이다. 성 소수자의 불건강을 조장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날 발제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안을 중심으로 손인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으며, 찬성 측 토론자로 이종걸 사무처장, 조혜인 변호사, 지몽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자캐오 신부, 박종운 변호사(전 장애인차별금지추연대 법제정위원장)이 참석했다. 반대 측 토론자로 이요나 목사, 이은경 변호사(법무법인 산지), 류현모 교수, 이상원 새로남 교회 협동목사, 윤용근 변호사(법무법인 엘플러스)가 참석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등 5건의 청원에 대한 심사 기간을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4년으로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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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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