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로부터 회사 지키기 위해 파업 상경투쟁 나선 홈플러스 노동자들

“쫓아내자 MBK, 지키자 홈플러스”

11일 100여 명의 울산지역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사모펀드 MBK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D타워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투기자본 규제를 촉구했다.ⓒ민중의소리

“쫓아내자 MBK!”
“투기자본 규제하자!”
“지키자 홈플러스!”

11일, 울산에서 상경한 100여 명의 홈플러스 노동자 목소리가 광화문 거리에 울려 퍼졌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와 홈플러스 폐점매각저지 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홈플러스 노동자 총파업 상경투쟁 선포식’ 집회를 열었다. 영하 5~6도에 고개를 들기 어려운 칼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울산 지역 3개 매장 100여 명의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집회에 참여해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노조와 대책위는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매일 이 자리에서 상경투쟁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부산, 경기, 대전세종충청·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경남, 인천·부천, 서울 지역 노동자들도 12일부터 차례로 집회를 이곳에서 연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광화문 D타워에 모이는 이유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MBK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로, 홈플러스 지분을 100% 인수한 뒤 멀쩡한 매장을 폐점·매각하며 수조 원을 챙겼다. 흑자 매장도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폐점시키고 매각했다. 그사이 수많은 홈플러스·협력업체 노동자와 홈플러스 매장 입점 소상공인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는 이 같은 사모펀드의 행보를 막기 위해서였다.

11일 광화문 D타워 앞에 모인 울산지역 홈플러스 노동자들. 이날부터 19일까지 전국의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순차적으로 파업 상경투쟁을 벌인다.ⓒ민중의소리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값진 승리”

MBK를 상대로 한 상경투쟁 시작할 무렵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홈플러스는 전날 폐점·매각 정책을 철회하고, 다시 매장을 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영업이 종료되는 부산 가야점에 대해 부동산 개발사와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개점하는 방안을 협의하여 결정했다. 또 홈플러스 경영진은 사람에 대한 투자, 일하기 좋은 업무 환경 구축, 조직문화 개선 등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상경집회에서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이를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1차 승리”라고 불렀다.

박 대표는 투쟁에 나서준 홈플러스 노동자들 덕분에 MBK의 인수 이후 이루어지던 매장 폐점·매각이 중단되고 재개점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단순히 매장 하나를 지켜낸 게 아니라 중요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지만, 매장 입점 영세상인들을 지키는 일이기도 했으며, 지역주민들의 생활편익을 지키는 일이기도 했다”라며 “이제 이 승리를 기반으로 다시는 사모펀드 투기자본이 장난치지 못하게 법 제정까지 함께하자”라고 말했다.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하다 하다 안 되면 굴착기 앞에 드러눕겠다고 시작한 싸움”이라며 “우리는 홈플러스를 지켜냈다. 나아가 우리 동료들의 일자리를 지켜냈다. 한마음 한뜻으로 안 해본 투쟁이 없을 정도로 모든 걸 걸고 싸워 얻어낸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를 맞아 시작하는 이 투쟁은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임금 단체협상의 고지도 눈앞이고, 투기자본 규제법 제정도 이루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지부장ⓒ민중의소리

이상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사무총장도 “여기 있는 노동자들이 싸워준 덕분에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는 수많은 점주도 폐점·매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노조와 대책위는 이날 ‘홈플러스 노동자 총파업 상경투쟁 돌입 선포문’을 통해 “부산 갸야점 재입점 공식화로 2년간의 투쟁의 결과물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기서 싸움을 끝낼 수 없다”라며 “여전히 현장의 산적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들은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흑자매장 적자매장 가리지 않고 돈만 되면 무조건 팔겠다는 MBK의 투기와 약탈행위가 언제 그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희망을 품고 전 조합원 끝장투쟁에 돌입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 사측에 임금단체협상 요구안 수용을 촉구했다. 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및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 투기자본 규제를 촉구했다.

노조와 대책위는 “반드시 폐점매각을 저지하고 투기자본의 기억약탈을 멈춰 세워야 한다”라며 “지난 2년간의 길고 길었던 투쟁을 이번 상경투쟁 승리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홈플러스 마트노동자들은 카트를 끌고 MBK 입주 건물 앞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투기자본 규제법 제정과 매장 폐점·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홈플러스 입점 소상공인들도 조만간 MBK 입점 건물 앞에서 농성투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유행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매우 힘들었는데, 홈플러스에 입정해 있는 상인들은 이중고를 겪었다”라며 “시설비 때문에 폐점도 못 하고 언제 홈플러스 매장이 폐점·매각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장사해보겠다고 악덕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 결과, 월 1000만원 매출이 나오는 매장에서 수수료로 500만원 내야 했고, 어떤 매장은 매출의 80%를 수수료로 지출해야 했다”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갑질에 항의하기 위해 “저희 홈플러스 입점 점주들도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과 농성을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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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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