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아들 곁으로 떠난 배은심 선생, “한열이랑 평안하시길”

배은심 선생, 11일 망월 묘지 배우자 옆 안치

11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5·18구묘역 8묘원에서 고 배은심 여사의 하관식이 열린 가운데 아들인 이한열 열사 묘역 옆에 배 여사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2022.1.11ⓒ뉴시스

“한열아, 엄마 아버지 옆으로 가셨어. 이제 엄마 너한테 못 와, 엄마가 너 못 불러. 아버지 계신 8 묘역 쳐다보고 있으면 엄마가 웃어줄 거야.”

11일 어머니 배은심 선생을 떠나보내며 동생 이한열 열사 묘지에 선 유족들은 끝내 목놓아 울었다. 이날은 배 선생의 여든세 번째 음력 생일(12월 9일). 배 선생이 그토록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아들 이한열 열사를 만나러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민중들이 함께했다.

11일 오전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故) 배은심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발인제를 치르고 있다. 배은심 여사는 최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퇴원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쓰러져 지난 9일 향년 82세의 일기로 별세했다.2022.01.11ⓒ뉴시스
11일 오전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故) 배은심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관을 옮기고 있다. 배 여사는 최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퇴원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쓰러져 지난 9일 향년 82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2022.01.11.ⓒ뉴시스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했다. 영정 앞에는 고인을 위한 생일 케이크가 놓여있기도 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장례위원회는 노제가 열리는 5·18 민주광장으로 유해를 운구했다. 애초 장례식장에서 5·18 민주광장까지 만장과 도보 행렬이 뒤따르는 노제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민주역사 심장부인 옛 전남도청 앞은 ‘민중의 어머니’ 배 선생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배 선생과 앞선 민주 열사를 위한 묵념 이후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며 배 선생을 맞이했다.

1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사회장 노제에서 유족을 비롯한 추모객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2022.1.11ⓒ뉴스1

유족을 대표해 첫째 이숙례 씨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3일 동안 함께 한 여러분을 뵙고 보니 많은 분의 기억 속에 마음속에 (어머니가) 너무나도 크게 만인의 어머니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며 “어머니 가시는 길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엄마’라고 부르짖으며 애끓는 마음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 가슴에 묻고 살아낸 세월이 35년. ‘한열아!’ 애타게 보고 싶어서 가슴 찢어지게 울부짖으려 불러대던 이름도, 피맺힌 절규도 이젠 들을 수 없다. 아들 잃고 62세 한 맺힌 세상을 참으로 일찍이도 하직하신 아버지 이병석. 엄마, 아버지랑 한열이랑 평안하세요…”

1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사회장 노제에서 배 여사 장녀 이숙례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하고 있다. 2022.1.11ⓒ뉴스1
1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이한열 열사 어머니 고 배은심 여사 노제가 열리고 있다. 2022.01.11.ⓒ뉴시스

배은심 선생의 영정사진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앞세운 장례 행렬은 배 선생이 기거했던 지산동 자택에 도착했다. 배 선생은 이한열 열사가 네 살 때인 1970년부터 살던 이 집을 평생 지켰다. 언제든 대문을 열고 이한열 열사가 들어올 것만 같다고 말해왔던 배 선생이다.

장례 행렬은 이한열 열사가 잠들어 있는 망월동 묘역 6 묘원으로 향했다. 배은심 선생은 평소 1987년 6월 9일 최루탄 피격 당시 이한열 열사 사진을 쓸어내리며 ‘네가 왜 그 자리에 있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배 선생을 가까이서 모셨던 이들은 “그립고 그립던 아들을 만나 못 다 준 어머니 사랑 다 주라”며 울먹였다.

배 선생 유해는 배우자 이병석 씨 옆인 8 묘원에 안치됐다. 이한열 열사가 잠든 6 묘원보단 조금 위쪽이다. 하관식에 함께한 이들은 ‘한열이가 내려다보였으면…’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나눴다.

11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망월묘지공원 8묘원에서 이한열 열사의 모친이자 민주 투사 고(故) 배은심 여사의 유해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장지는 아들 이 열사가 묻힌 민족민주열사묘역(5·18 옛 묘역)에서 직선거리로 1㎞ 가량 떨어져 있다. 2022.01.11.ⓒ뉴시스
11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5·18구묘역 8묘원에서 열린 고 배은심 여사의 하관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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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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