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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실패,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신자유주의의 종말-①]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인터뷰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1-01-17 12:37:45 l 수정 2011-02-25 23:04:15

2011 기획 -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 그 첫번째



<민중의소리>는 2011년 새해를 맞아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신자유주의는 하향 길에 접어들었으며, 그 핵심적인 근거로 다수 대중들이 신자유주의의 주요 ‘교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든다.

10여 건의 기사로 구성될 이 기획은 그래서 학술적 논의의 요약이 아니다. 이 기획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인터뷰로 시작해,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르포’와 신자유주의의 무덤을 파는 노동자와 노인에 대한 보고로 이어지며,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대안’ 논의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기사는 전체 기획의 ‘문제제기’에 해당한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 창출의 1등 공신 중의 하나였으며, 어떻게 보아도 ‘보수우파’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그런 정 최고위원이 신자유주의에 대해 불신을 표하는 이유는 충분히 유의해 볼 가치가 있다./편집자주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 기획의 첫 꼭지, 인터뷰이(인터뷰에 응한 사람)는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그를 찾은 건, 감세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집권여당의 핵심 인사인 그의 입에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해 연말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대표적 경제학자인 장하준 캠브리지대학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정 의원은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온 우리 자신을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라며 "'이 길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고통과 저항이 따르더라도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진보개혁진영 인사의 입에서 나온 신자유주의 비판이라면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대선의 전초기지였던 '안국포럼'의 원년 멤버로, 이명박 정권 창업공신으로 불렸던 그의 입에서 나온 자기 성찰적 비판이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두언 의원의 '고해성사(?)'를 좀더 들어보기로 했다. 인터뷰는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메인 스트림 신자유주의에 문제 있다는 것"

-장하준 교수를 초청해 강연한 것이 화제가 됐다. 그 자리에서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새 길을 나 혼자 모색하면 의미가 없으니, 다같이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를 초청해 강연한 것이 화제가 되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다. 그만큼 한나라당이 유연하지 않다는 것 아닌가. 사실, 장하준 교수와 한나라당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장하준 교수는 재벌에 대해 옹호하고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긍정적인 면을 얘기하는 등 한나라당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도 많다.

이미 한 이야기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말만 10년 가까이 하고 있다. 정부.단체.연구기관이 있는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지금 가고 있는 길에, 메인 스트림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현재 메인 스트림은 신자유주의다. 아무리 보완을 해봐야 해답이 안 나온다면, 메인 스트림 자체를 성찰을 해봐야 한다."

-메인 스트림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고민이 되는데, 나 혼자 폐기해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신자유주의는) 우리 만의 메인 스트림이 아니라, 지구적인 메인 스트림 아니냐.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빠져나올 힘이 있냐는 문제는 고민이다. 우리가 대외의존도가 크다는 한계도 있다. 이런 걸 감안해서 뭔가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신자유주의 도입 후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했다. 이런 걸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인가?

"충분히 절충과 타협이 가능하다. 발걸음 속도를 줄이면서 절충이 가능하다."

-한나라당에 있으면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게 밖에서 보기에는 튄다고 할까?

"정치를 하면서 한나라당에 들어와서 우습다고 생각한 게, 세미나를 해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불러서 '맞아, 맞아' 그러고 있는 거다. 조갑제 등 (같은 생각을 가진) 그런 분들 불러다 얘기를 들으면서 '맞아, 맞아'하는 게 무슨 발전이라고 할 수 있냐. 다른 생각을 들어보면서 내 생각에 문제가 있지 않나 고민해 보고, 자기 생각 수정하고 보완해 가면서 발전이 있는 거지. 그냥 내 생각이 옳다는 것만 공고히 하는 게 무슨 발전이냐. 만날 같은 얘기만 듣다보면, 결정적인 문제에 부딪혔을때 좌절하는 경우 많다."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뇌관에 해당...노동법 다시 개정해야"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 핵심적 드러난 폐해는 뭐라고 생각하나?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김영삼 정부때 국제화 나왔다가 반년만에 세계화 (담론이) 나왔다. 그 것만이 살길인 것처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는데, 외환위기 겪으면서 꼼짝없이 그 길로 가게 됐다. 양극화의 두드러진 피해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양극화의 뇌관에 해당하는 문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키라고 말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는 있다. 그거를 결국 법으로 규제하더라도 기업들은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편법이 등장하고 일반화될 것이다. 명약관화하다. 비정규직도 그래서 생긴거 아니냐. 현재 임금 노동이 아닌 자영 노동 형태도 보편화되고 있다. 현재의 노동권 개념으로는 자영 노동을 포괄할 수 없는데, 자영 노동도 권리로 보호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동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는 몇 년 정도밖에 못 버틸 것이다."

-임시.일용직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 명까지 된다고 한다. 너무 남용돼서 비정규직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는 지역구 의원으로서 피부로 느낀다. 매일 보는 게 지역의 부모들이 우리 애들 취직 좀 시켜달라는 거다. 취직을 시켜줘도 오래 못 버틴다. 지방을 가서 130만원 받고 버틸 수 있나.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숫자는 따질 필요도 없다. (비정규직이) 이미 일반화됐고 심각하다. 내가 17대 때 환경노동위원회에 있으면서 비정규직 법안이 제정됐는데, (이 법안으로는) 비정규직 문제 실패했다. 다시 개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방안이 있나?

"솔직히 말하면, 거기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 나도 대안을 내놓으려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문제제기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야지 대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 지금은 문제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것 같다. 친기업에 눌려서 '비정규직 문제는 일단 양보해야 할 문제 아니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덮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부터 걷어내야 한다. 비정규직이 오히려 사회 발전을,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명절 때마다 책을 선물하는데, 이번에는 비정규직에 관한 책을 선물하려고 한다."

책을 골랐냐고 물으니 자신의 책상에서 책 한 권을 들고왔다. 제목이 '권리를 상실한 노동자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 책이라고 하면 재미없을 것 같은데 소설쓰는 사람이 재밌게 썼다. 크기도 작고 얇아 3~4시간 정도면 다 읽는다"라며 이번 설에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는 요즘 정치권의 화두인 '복지' 문제로 이어졌다.

"복지 이름 갖고 장사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복지 담론이 유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금융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실은 신자유주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신자유주의를 폐기하고 있는거다. 예를들면, 조선시대에 중국에서는 주자학이 끝나고 양명학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주자학을 하고 있는 겪이다. 변방으로서 촌스러운 거지. 신자유주의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진보개혁진영에서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복지국가'를 대안체제로 제시하고 있다.

"여야가 복지 문제를 정치적으로 부각시킨 면도 있지만, 복지 문제가 국가적인 아젠다가 된 것은 필연적인 면이 있었을 것이다. 야당이 보편적 복지로 나가는데 뭐든지 지나치면 마이너스지 않냐. 야당이 하는 건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게 아니고 결국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다 무상으로 하자는 것은 국민들 눈에도 표를 얻기 위한 것으로 비칠 것이다. 여야가 우리 재정의 한계 내에서 어떻게 지금보다 낫게 할 거냐. 모색을 해야 하는데 서로 정치적인 논쟁으로 끌고가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진정성 있게 서로 해법을 모색하는 모임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만들어 볼 생각도 있다."

-사실 한국사회는 직장에서 해고되면 모든 걸 잃고 기반이 무너지는 사회 아닌가?

"보편적 복지, 한국형 복지, 맞춤형 복지 이름도 많은데 이름 갖고 장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도 구체적으로 공부를 해봤다.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계에 한계가 있는 경제적 결핍에 대해서는 생계형 복지로 접근해야 한다. 또 일을 못함으로써 빈곤을 겪는 문제는 고용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생산적 복지가 있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빈부격차나 차별에 대해서는 통합형 복지가 필요하고, 사회보험이나 보육 등 사회적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문제는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다원적으로 접근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제목 갖고 싸울 일이 아니다. 서해에서 유전 하나 터지면 다 해결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우리가 고민하는 거 아니냐. 빈곤의 실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왔는지, 더 할 게 무엇인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마냥 무상이니 맞춤형이니, 정치적 논쟁같고 복지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감세 철회도 복지에 대한 재원 문제 때문에 얘기한 것"

이 설명을 하면서 그는 파일을 꺼내 들었다. A4용지 여러장에 복지에 대한 개념 정리 등 공부한 내용이 자필로 빼곡히 정리돼 있었다. 그의 말대로 근사한 담론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근사한 담론에는 가짜도 있고, 진짜도 있다. 옥석을 구분해야 하는데 결국은 재원 마련 대책이 있느냐 없느냐로 갈릴 수밖에 없다. 어쨌든 복지에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세금 문제로 이어졌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해 10월 말,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인 '부자감세' 부분 철회를 주장한 바 있다.

-필기도 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다. 복지 관련해서는 결국은 재원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일텐데.

"우린 세금 더 걷자는 얘기는 안 하지 않나. 그렇다면 다른 쓰임새를 줄여야 하는 거다. 문제는 그 계층이나 집단이 그걸 양보할거냐는 거지. 이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한다. 우리가 재원에 대해서도 같이 대책을 내놓으면서 (복지) 대안을 내놔야 하는데, 야당은 그걸 못하고 여당은 국민들을 안심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여야가 진정성을 가지고 모색을 해야 한다."

-지난 연말에 감세 철회를 주장했었다.

"내가 감세를 왜 얘기했냐면, 복지에 대한 재원문제 때문에 문제제기를 한 거다. 감세는 이 정부가 정책기조로 잡아서 했고, 또 여야간 절충이 있어서 중산층 서민이나 중소기업 부분에 대해서는 감세를 하고 있다. 나머지 (부유층)까지 하자는 거를 미뤄놨었다. 감세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했던 이유는 경제적 위기가 왔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위기는 벗어났고, 한편 복지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지 않냐.

복지 논쟁에서 재원 문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재원을 어떻게 할 거냐? 유전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다른데 쓸 돈을 빼서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감세를 하지 않으면 세금이 그만큼 더 걷힌다. 한 3~5조원 정도 더 생긴다. 그럼, 이 돈을 복지에 쓰면 되지 않냐. 내가 공무원 생활도 해봤고, 경제학 공부도 해봤다. 너무 쉬운 해결책이다. 이걸 가지고 (당내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답답한 일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감세를 하면 트리클 다운 효과가 생겨서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의 경제적 성과가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에게도 돌아간다고 하는데, 논란이 많지 않냐. 장하준 교수 같은 경우는 그 효과를 본 적이 없다고 얘기한다.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소득분배만 악화됐다'는 거 아니냐. 노벨경제학상을 탄 폴 크루그먼 교수도 그렇게 얘기하는 거고. 내가 논쟁을 하면서 폴 크루그먼 교수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상대방에서 하는 얘기가 '폴 크루그먼은 재정학 공부를 안 했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폴 크루그먼 교수 책을 다시 읽어봤다. 그랬더니 시종일관 미국 경제에 대해 시계열 분석을 해서, 케인지안 정책을 썼을 때는 성장도 됐고 소득구조도 좋아졌고, 그렇지 않았을 때는 성장도 낮아지고 분배도 악화됐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런에 우리가 굳이 안 좋은 면을 따라갈 필요가 뭐가 있냐."

-복지공부도 하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앞으로 문제의식을 드러내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한나라당이나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역할 이전에 문제제기만 할 게 아니라 나도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나 복지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게 급한 일이다. 알다시피 국회의원은 공부할 시간이 없다. 온갖 행사에 왔다 갔다 하고 지역관리도 해야 하고, 또 요새 선거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내가 늘 하는 얘기가 공부하는 국회의원은 말이 안 된다. 공부가 된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국회의원 되고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어쨌든 대안을 갖고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대안이 나오면 그걸 이슈화하고 법제화까지 끌고 가는 게 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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