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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논란, 버려지는 영아 급증...취약한 미혼모정책의 부작용?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베이비박스 논란

베이비박스 논란.



베이비박스가 논란이다. 영아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베이비박스가 결과적으로는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베이비박스를 만든 목사는 이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아 유기가 급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베이비박스와 같은 도구가 영아 유기를 더 조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일면 타당하기도 하다.

베이비박스가 논란이 되면서, 영아 유기가 급증하고 있는 현 상황의 심각성도 대두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길거리에 버려지는 아이들은 2천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베이비박스의 논란 원인이 되고 있는 영아 유기는 지난 1998년 1만 1천명, 2001년 1만여명, 2008년에도 9천 200여명으로 대체로 증가 추세에 있다. 여기에다 부모 이혼이나 사망 등으로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까지 합하면 숫자가 해마다 1만여명은 훌쩍 넘는다.

자녀 양육의 경우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치명적인 경제적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질 수록 영아 유기 건수는 전세계적으로도 늘어난다. 이런 추세 때문에 해외에도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 영아유기로 입건된 34명 중 65%는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10대와 20대로, 이 중 상당수가 미혼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베이비박스가 논란? 더 문제는 사회적 편견과 제도

베이비박스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진짜 문제는 영아를 유기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보호 및 지원 제도의 부실, 주위의 따가운 시선 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의 미혼모 보호정책은 매우 부실한 실정이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여성가족부와 서울시로부터 제 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친부모인 미혼모가 직접 양육할 경우 5만원(24세 이하 청소년)의 양육비 외에 별도의 지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정부 정책이 오히려 영아 유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보다 시급한 것이 곧 미혼모가 자립적으로 자녀를 기를 수 있도록 정부의 보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미혼모의 수는 크게 늘고 있다. 실제 국내 미혼모는 해마다 6천5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데, 정책 개선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영희 의원은 " 시설과 그룹홈에 대한 지원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친부모가 직접 양육하는 것보다 시설에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은 조건이라면 누가 직접 키우려하게냐"며 "미혼모에 지원되는 양육비를 대폭 상향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 이전에 미혼모 보호정책이 시급하다는 현실을 체감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의 자녀 양육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양육비와 교육비'가 63.1%로 가장 많았고, '양육 시간의 부족'이 16.4%, '자녀의 훈육지도'가 6.1% 순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기 이전에 미혼모가 처한 현실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을 바라보는 미혼모들의 시선도 좋을 리가 없다. 미혼모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한달 양육비로는 아이들 학용품이나 간식도 사주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미혼모의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지원 정책은 여전히 청소년 등 10대 미혼모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 30대 이상 미혼모가 2000년 2.8%에서 2008년 16.7%로 증가한 데 비해 10대 미혼모는 2000년 53.3%에서 2008년 30%로 줄었다.

이처럼 미혼모에 대한 보호정책이 취약한 상황이 지속될 수록, 특별한 보호 정책 없이는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더군다나 이처럼 경제.사회적 보호정책이 열악한 상황에서 주위의 따가운 시선마저 쏟아져 베이비박스는 사실상 논란이 원인처럼, 미혼모들에게는 유혹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