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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엔 MB 지지했던 한국노총, 이번엔 민주당?

이정미 기자 voice@voiceofpeople.org

입력 2011-11-18 12:09:33 l 수정 2011-11-21 15:00:08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한국노총이 또 한 번의 정치실험에 나섰다. 한국노총은 또 2004년 총선에서는 아예 ‘녹색사민당’을 창당해 선거에 참여했지만 참패한 바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공식적 참여 요청을 받은 한국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 중앙정치위원회에서의 3시간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야권통합 연석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하고, 20일 열린 연석회의에 이용득 위원장이 참석했다. 한국노총은 연석회의 참여와 관련해 "지도부가 논의 사항을 수시로 중앙집행위에 보고하고 최종 의결은 대의원대회에서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통합정당 참여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앞선 두 차례의 ‘지지’ 혹은 ‘정책연합’과는 달리 이번엔 아예 창당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한국노총의 행보는 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과거를 의식한 듯 20일 연석회의에 참석한 이용득 위원장은 “제1야당인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시민사회세력과 함께 하는 이 자리가 한국노총에서 있어서는 마지막 정치세력화의 시도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모두발언하는 이용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진보 및 시민통합정당 출범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호헌 지지에서 김대중 지지, 이명박 지지를 거쳐 다시 민주당으로

한국노총의 정치참여 전략은 여러 차례 변화해 왔다.

1987년 개헌 국면에서 ‘호헌지지’를 선언하는 등 해방 이후 일관되게 집권세력을 지지해왔던 한국노총이 변화를 모색한 첫 번째 선거는 1997년 대선이었다.

한국노총은 당시 김대중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거쳐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한국노총은 김대중 정권에서 열린 2000년 총선에서 박인상 위원장을 비례대표 7번으로 국회에 진출시켰다. 한국노총은 2002년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고, 2004년 총선에서는 녹색사민당을 창당했으나 실패했다.

한국노총은 현 여권의 승리가 기정사실에 가까웠던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한국노총은 ‘노동계가 어떻게 한나라당과 손을 잡을 수 있냐’는 비난을 무릅쓰고 이명박 후보와 정책연합을 한 데 이어, 2008년에는 강성천(비례)·김성태(강서을)·이화수(경기 안산상록갑)·현기환(부산 사하갑) 등 4명의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한국노총으로서는 최대의 성과를 올린 셈이다. 다만 당시 정책연합을 주도했던 이용득 위원장은 비례대표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 위원장은 총선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에게 배신당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그 후 다시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됨으로서 ‘권토중래’의 길을 걸었다. 이번에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에서 정반대에 있는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 경험은 민주노총이 자신들이 건설한 민주노동당을 일관되게 지지하며 노동자 의원과 지자체장을 탄생시킨 것과 비교된다. 그 이면에는 한국노총이 그 때 그 때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실리주의 전략이 깔려있다. 한국노총은 ‘될 것 같은’ 세력과 손을 잡아왔다는 뜻이다. 이번의 야권통합 참여 결정 역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정세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노총의 실리 전략, 비판도 많아

실리주의 전략에 따른 한국노총의 통합정당 참여 여부는 지분 규모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이용득 위원장이 한국노총 회의 직후 "연석회의에서 한국노총의 지분참여를 요구할 것이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통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점과 ‘혁신과통합’과 물밑 대화에서 20석 규모의 지분 논의가 오고갔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한국노총 특유의 정치세력화 방법론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뚜렷한 이념이나 노선 없이 추진되는 정치세력화가 결국 상층 간부들의 정계 진출로만 끝났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번 정권에서도 이명박 정권과의 공조를 통해 4명의 출신 의원을 배출했지만 결국 타임오프제 시행 등 반노동 정책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강성천, 김성태, 이화수, 현기환 의원 등은 타임오프제 시행에 대해 소극적 반대 입장을 내놓았을 뿐 한국노총과의 긴밀한 협의나 시행 저지 등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또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공조를 파기했음에도 이들이 여전히 의원직은 물론 한나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아이러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민주노동당 이혜선 최고위원(노동 담당)은 "한국노총 출신 4명의 의원들은 노동자 전체의 이익에 별로 관계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반노동자정책에 앞장서왔으며 비정규직 양산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며 한국노총의 정책공조가 오히려 노동계를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역설적으로 한국노총이 통합정당 참여를 앞두고 ‘지분’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경험에 근거를 둔다. 개인의 정치적 영달이 아닌 조직의 지분 참여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노총의 한 산별위원장은 “김대중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 모두 우리는 속았다”면서 “정치 참여를 안 하는 것이 좋지만, 굳이 하려면 조직 앞에 돌아올 지분을 분명히 하고, 이용득 위원장 등 집행부는 ‘정치 안한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혁신과통합 측은 지분 논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20일 열린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은 “2012년의 19대 총선과 관련해, 공천 지분 나누기는 없으며, 지역구는 국민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통합정신에 입각해 새로운 참여세력을 적극적으로 배려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지분 문제가 겉으로 불거지는 것은 피하되, 한국노총 등 ‘비전문 정치인’을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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