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500원 인상안과 한미 FTA가 무슨 관계?

박흥수 연구위원 '최요한의 시사 펀치' 게스트로 출연해 깨알같은 설명 이어져

최수정 기자 csj@vop.co.kr
입력 2012-04-30 04:45:13l수정 2012-04-30 17:35:57
서울시 메트로9호선이 최근 지하철 9호선의 500원 요금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4.11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발표된 500원 인상안은 KTX 민영화 반대는 물론 한미 FTA 폐기운동으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왜 그럴까. 리얼 시사 버라이티쇼 '체샤&취랩의 울퉁불퉁~쇼'의 한 코너 '최요한의 시사 펀치'에서는 지하철 9호선 500원 인상안 문제속에 내포되어있는 다양한 논점들을 짚어봤다.

이번 방송에서는 '최요한의 시사 펀치' 사상 처음으로 철도노조 정책연구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을 게스트로 초청해 지하철 9호선 운임인상 계획안이 가진 문제점을 살펴봤다.

지난 2007년 개통된 지하철9호선은 서울시가 직접 관할하는 공기업인 서울메트로(1~4호선), 도시철도공사(5~8호선)과 달리 서울지하철에 처음으로 민영회사가 들어온 경우다. 지난해 개통된 신분당선 역시 민간회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지하철 9호선 건설이후 지하철은 민간투자산업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건설계획은 사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준비돼 온 것으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지하철9호선을 건설하려면 정부부담이나 서울시 지자체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민간자본으로 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자는 여론이 높았다. 실제로 1997년 발생한 IMF 사태로 정부재정은 바닥인 상황에서 사회적 인프라 확대요구는 높아져 있었다.

이처럼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하게 되면 정부 재정부담은 완화되고, 민간투자도 촉진시키고, 민간기업은 효율적으로 경영하니까 국민편익도 증대된다는 공식이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민간투자사업을 하면 기업이 돈을 많이 대서 사회적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민간투자사업이라고 해놓고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액이 정부재정이나 지자체 재정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조사를 촉구합니다

23일 오후 민변과 참여연대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지하철 9호선 사태-민자특혜 규명을 위한 행정 사무조사 청원 제출 및 국회 차원의 민자사업 전반과 특혜 문제에 대한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이승빈 기자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의 편이었을까?

특히 박 연구위원은 지하철 9호선 건설계획이 민간투자쪽으로 강하게 드라이브 걸리던 시점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 이전에는 울트라 건설이 우선협상 대상자였다가 이명박 시장의 취임이후 현대로템으로 변경됐다.

박 연구위원은 지하철 9호선의 요금운임이나 운영방식 등을 다루는 협상에서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에 대해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한 밀고 당기기다"면서 "서울시 입장에서는 서울시민이 최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야 되는데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입장을 대변한 건지, 9호선 영업맨인지 모를 정도로 과도한 혜택을 준 면이 많다고 비판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민자사업의 경우 운임수익보장률이 보통 5% 정도인데 반해 서울시는 메트로 9호선의 운임수익보장률을 세후 8.9%(세전 10%)까지 내줬다. 게다가 지하철 9호선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 Minimum Revenue Guarantee)의 적용을 받는다. 쉽게 말하면 사업이 예측수요에 미달했을 경우 민간자본이 투자했을 때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니까 위험부담을 최소한 보존해주도록 한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어떻게 악용됐냐면 예측수요를 뻥튀기 하는 것으로 됐다"며 가장 대표적으로 인천공항 철도수요가 과다하게 예측됐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개통 당시 예측수요를 21만명으로 잡았다"면서 "2~3칸에 승객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실제 하루 승객은 1만 6천명이었다. 예측수의 7%밖에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인천공항철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도가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지기도 한다. 승객들이 누워서 갈 수 있을 정도로 너무 편한 철도라는 것.

파산직전까지 갔던 인천공항철도는 결국 한국철도공사가 2009년 공항철도의 지분 88.8%를 인수했다. 민영화 했던 게 공기업화 된 셈. 박 연구위원은 "국토부는 공기업이 너무 비효율적이라 효율화 시키려고 민간에게 맡겼는데 민간 기업은 망해놓고 다시 자신들이 비난했던 비효율적인 집단에 넘긴 거죠"라고 진단했다.

예측수요 뻥튀기 꼼수로 주머니 돈 챙기는 민간자본들

또한 박 연구위원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결과 민간투자사업이 평균적으로 예측수요를 50%이상 과다하게 책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연구위원은 "민간자본이 앉아서 돈을 벌려고 예측수요를 어떻게 하냐면 자기 수익목표를 결정하고 그 수익을 얻으려면 얼마의 수요가 있다고 한다"며 "지하철 9호선도 예측수요에 못 미달할 경우 개통 5년간은 90% 그 다음 5년은 80% 그 다음 5년은 70%를 서울시가 보전해주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에 따라 2010년만 해도 322억이 지하철 9호선 보조금으로 사용됐고 2011년에도 270억이 사용됐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2011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의 2010년 기준 당기순손실은 466억원에 이른다.

특히 322억이나 지원받고도 466억원의 손실이 난 데 대해 박 연구위원은 "영업손실은 26억밖에 안된다. 나머지 440억정도가 영업외 손실인데 이부분은 이자비용이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투자자들에게 8.9%의 운임수익을 보장해줘야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

이와 관련 박 연구위원은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지 않았으면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불거졌을까"라며 박원순 시장이 취임 후 서울시 산하 기관들의 사업내용을 분석하고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박 시장이 9호선 요금인상안을 반대한 이후 메트로 9호선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1990년대 영국철도 민영화 당시를 언급했다. 박 연구위원은 "영국철도가 민영화되서 제일 많이 돈을 번 집단이 변호사들"이라며 "대형로펌들은 영국철도가 민영화되기 전 철도관련 분쟁이나 소송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민영화가 되고 나니 철도사고가 났을 때 서로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 한 쪽에서는 선로가 잘못됐다고 책임을 물고, 한 쪽에서는 차량 운행의 실수가 있었다며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소송에 신경쓸 동안 낙후된 차량의 안전문제 등 현실의 상황은 개선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

박 연구위원은 "법적 판단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라며 "이런 폐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겪는다"고 말했다.

KTX 민영화 반대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비를 맞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지하철 9호선과 수서발 KTX민영화 문제는 다른 것? 같은 것?

한편, 지하철 9호선 문제는 KTX 민영화 문제와도 이어진다.

최근 지하철 9호선 운임인상안 발표 직후 정부는 '수서발 KTX부터 도입되는 KTX 민간운영(경쟁도입)은 서울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지난 1월 16일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이 기자간담회에서 KTX를 민영화하면 지하철 9호선처럼 경쟁체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편리하고 효율적이고 서비스도 좋아진다고 발표했다"며 앞뒤 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9호선 요금인상 문제가 발생하자 바로 2가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한영 교통정책실장은 "민간이 운영하는 지하철 9호선처럼 철도(민간사업자가 운영하게 될 수서발 KTX) 역시 운임은 내려가고 서비스는 더 새로워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연구위원은 "국토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죠. 왜냐하면 국가가 기반시설을 소유하고 있고 운영을 위탁하는 건데 이게 어떻게 민영화냐 이러는 데 전 세계 사람들은 영국철도는 민영화 됐다고 그러거든요"라고 비유했다. 애초에 국가기반시설의 소유와 운영을 모두 민영화했던 영국은 각종 사고가 발생하자 기반시설이라도 국가가 운영하도록 했다. 초기에 민영화를 안 시켰더라면 전혀 이뤄질 일이 없었던 '재 국유화' 과정에서 민간자본들은 이른바 '먹튀'로 자취를 감췄다.

구한말 철도부설권 이권다툼 21세기에도 재현

KTX 민영화문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한미FTA와도 긴밀한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FTA에 따르면 2005년 7월 이전에 건설된 노선에 대해서는 개방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의 독점권이 인정되는 것.

문제는 KTX가 민영화 돼버리면 이 독점권마저 사라지게 된다는 데 있다. 수서발 KTX는 평택에서 기존의 노선들과 합류가 돼 부산, 목포, 광주 등으로 향하게 돼있다. 박 연구위원은 "만약 지금 국토부가 추진하는 민영화가 되면 같이 운행을 한다"며 "민간자본이 주주를 바꾸는 건 어떠한 제약도 없는데 매각된 주식을 미국자본이나 초국적 기업이 사 대주주가 돼서 한국에 들어와버리면 한국철도의 독점권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미FTA의 레칫조항에 따라 한번 민영화 된 철도에 문제가 발생해도 다시 공기업화 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박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ISD 제소가 들어가서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야 된다"면서 "국가혈맥인 철도라는 네트워크 망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공공적으로 관리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박 연구위원은 구한말 대한제국을 통치하기 위해 열강들이 철도부설권을 갖고 이권다툼이 심했던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박 연구위원은 "민영화 문제는 교통인프라 측면 뿐 만 아니라 기본적인 주권의 문제도 있는것이고 여러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국토부 사람들은 아주 무개념"이라고 독설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현재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KTX 민영화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울퉁불퉁쇼 49화 '9호선과 KTX의 비밀'편은 soundcloud.com/kfline/utbtshow_49 에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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