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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화라고 다 딱딱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서울환경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

현석훈 기자 radio@vop.co.kr

입력 2012-05-09 16:51:03 l 수정 2012-05-10 10:02:14

"우리나라의 영화제는 작은 규모의 단편영화제와 국제영화제를 포함해 약 30~40개의 영화제가 있습니다. 그중 영화제마다 프로그래머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해 어떤 영화를 상영할지 결정하고, 기획하고, 전반적인 영화 작품을 선정하고 결정하고 기획하는 사람을 '프로그래머'라고 합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서울환경영화제의 프로그래머 김영우 씨를 만났다. '프로그래머'의 직함에 의문을 표하자 그는 자세한 설명을 들려줬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작은 약 800여 편이고, 이중 장·단편 영화를 각 10편씩 선정해서 상영하며 영화제 기간 모두 11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주최측은 이를 위해 용산CGV 3개관을 빌렸다.

그는 1년에 500여 편의 영화를 본다고 했다. 해외의 영화제를 돌아다니면서 환경 관련된 영화를 선별하는 것은 오롯이 그의 몫이다. 환경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딱딱할 것'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관객이 많이 모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현 정부의 4대강 정책이 환경영화제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투통꺼리다. 영화제를 문화·예술로 이해하지 못하고 환경vs개발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환경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

서울환경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


특히 이번 영화제에 용산참사 문제를 다룬 '두개의 문'과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Jam Docu 강정', 척박한 한국 건축문화의 문제점과 대안을 살피는 '말하는 건축가' 등이 한국 환경영화 섹션으로 묶여 소개된다. '용산참사가 왜 환경영화인가?'는 물음에 그는 "환경은 내가 살고 있는 모든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환경재단 응접실에서 진행됐다. '영화를 잘 모르는 문화부 기자'라고 소개한 탓에 영화제에 대해 매우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113편이 상영되는데 준비는 어떻게 하시나

이번 영화제는 경쟁부분과 비경쟁부분 포함해 모두 800편 정도 출품작이 들어왔다. 출품작이 들어오면 장편과 단편에 대해 예심을 거친다. 심사위원은 영화계 인사와 환경쪽 인사들로 구성되고, 이번에 장편·단편 각각 10편식 선정했다.

비경쟁부분은 큰 해외영화제와 주요 영화제를 다니면서 환경관련 영화를 뽑아서 컨텍하고 진행하게 된다. 환경영화제는 다큐영화제라 오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꼭 그렇진 않다. 들어온 영화를 비슷한 주제로 묶고 섹션으로 구분하는 것도 프로그래머의 역할이다.

-1년에 영화를 천편 정도 보시나?

천 편은 많고. 한 오백편 정도는 보지 않겠나. 암스테르담 영화제 같은 곳은 워낙 편수도 많아 시사실에서 컴퓨터로 본다. 한 5분 정도 보다 버리는 것도 있다. 시놉시스 보고 한번 골라낸 후 내용을 보고 다시 추린다. 환경관련된 부분은 주제적인 관련성도 따져야 하니까 거른 영화들 중 선별해 다시 보게 된다.

환경영화다 보니 단편이 장편보다 많은 편이긴 하다. 단편이 많은 이유는 고정섹션 중 '지구의 아이들'과 '동물과 함께' 섹션이 있는데, 관객이 주로 아이들이다 보니 장편보다 단편 선정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환경적인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애니메이션이나 극영화를 준비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준비했다. 아이들에게 장편을 보여주지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니 어렸을때 '똘이장군' 같은 70분짜리 장편을 본 기억도 있더라.

아이들을 위해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야외에 체험행사 부스를 설치해 멸종위기의 펭귄이나 각종 전시물. 종이제품을 재활용한 컵 등도 소개된다. 올해는 용산CGV에서 영화제를 준비했는데, 사실 멀티플렉스에서 영화제를 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접근성이나 부대행사를 위해 안전문제 등도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환경영화제는 '어렵다'는 전제가 깔리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딱딱하고 어렵지 않나.

올해 9회째라 틀이 잡히는 것 같은데, 사실 영화제는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가진다. 상업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이걸 왜 하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멀티플렉스가 영화를 독점하고 있는 와중에 상업성이 떨어지는 영화를 어디서 볼 수 있겠나.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관객을 만나기 어렵게 하면 안된다.

환경영화는 어디서나 상영할 수 있지만 이것을 집중해서 다양한 관객층에 맞춰 환경 관련한 모든것을 다룰 수 있는 영화제로 만들자는 것이 목표다. 환경과 영화를 맞추는 작업은 사실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대중은 '환경영화'에 대해 계몽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환경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

서울환경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

-'풀 먹고 고기먹지 말아라'등의 반감도 작용하지 않을까?

먹거리 관련해서는 매년 준비한다. 올해는 유난히 먹거리 관련 좋은 영화가 많다. 대표적으로 '스시로드'가 있는데, 사람들이 초밥을 너무 많이 먹어 참치 포획량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면 엄청나게 초밥이 먹고싶어진다. 영화를 소개했더니 '초밥이 땡겨 도저히 안되겠다'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웃음) 먹으면 안되는 것을 알지만 먹더라도 알고서 먹자는 취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먹으려고 노력하면 좋고. 물론 나도 영화포스터 보고 영화를 본 후 초밥을 먹게 되더라.

먹거리에 대한 선택을 까다롭게 하고 조심해서 먹으려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나.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는데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섭취할 수 없는 노릇이고. 일종의 합리적 소비라고 보면 되겠지.

해외 환경영화제의 경우 '아바타'를 상영하더라. 생각해보니 '아바타'도 환경영화 맞더라. 다큐 영화와 딱딱한 계몽적인 영화만 상영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인간의 거주권 문제를 다루는 '두개의 문' 역시 환경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올하는 '시네마그린틴'이라는 제도를 처음 시작한다. 외국은 무료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티켓없이 극장에 들어가기 어렵지 않나. 그래서 학교나 공동체, 청소년들이 미리 신청을 하면 우리가 티켓을 사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영화를 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올해 목표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는 것도 있다.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체험행사도 하고. 영화팬들도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영화제가 가진 본연의 특색과 축제성을 강조할 생각이다.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를 우리영화제가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우리나라의 환경영화 제작현실은 어떤가. '북극의 눈물'쯤 되면 블록버스터 급인가?

국내 환경영화는 방송다큐 아니면 제작되지 않는다. '북극의 눈물'은 우리영화제 개막작이었다. 이제 시장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방송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환경영화가 외국에 많은 이유는 해외의 경우 환경주제의 시장이 매우 크다. BBC나 네셔널지오그래피 등은 환경다큐를 엄청나게 제작하고 있다. 외국은 환경영화가 접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환경단체들이 시위갔다가 기록한 장면을 죽 이어붙이는 다큐들이 많았는데 점차 기획물도 생겨나고 있다. 환경재단에서 제작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비용은 많지 않지만 일정한 제작비를 지원해 주고 같이 상영하는 식으로 준비하는 영화도 있다. 앞으로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무엇인가?

해마다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섹션을 준비하는데 올해는 '후쿠시마'를 준비했다. 지난해 영화제는 5월인데 후쿠시마가 3월에 터졌다. 기획은 다 끝났는데 환경영화제에서 후쿠시마를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기획을 틀었다.

올해는 영화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준비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던 이와이 슌지의 영화(이와이 슌지의 친구들)를 준비했다.그리고 핵 관련 영화 몇개와 관련한 단편 몇 개를 묶어서 섹션을 완성했다.

환경영화제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주제는 아무래도 고정섹션인 '기후변화와 미래'다. 기후변화는 우리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나. '나시드의 도전', '전기자동차의 복수' 등 흥미로운 영화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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