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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여름휴가' 펴낸 재일동포 소설가 유미리

[인터뷰] 소설가 유미리

현석훈 기자 radio@vop.co.kr

입력 2013-01-07 17:48:21 l 수정 2013-01-07 20:43:1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좋은 느낌으로 와 닿는 아름다운 국명, 내게는 환상의 조국이다."

한 매체가 '친북작가가 출판기념회를 여는 세상'이라고 비판한 문장이다. 책 속의 많은 내용 대신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문장이기도 하다. 문장을 책에서 고스란히 들어내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은데... 왜 이 말을 그대로 두었는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유미리(45) 작가는 이런 우문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번역 문장을 확인할 수 없어서.(유 작가는 한글을 모른다) 그리고 둘째는 자신의 조국은 '조선'이라는 말이다. 소설을 쓰는 작가의 관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없는 문장이지만 '남쪽정부'와 '남쪽 사람들'은 이 말에 파르르 떤다.

그녀는 재일교포다. 외조부와 모친은 경남 밀양 출신이며 외조부는 해방시기 공산주의자로 몰려 투옥됐다가 탈옥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것이 그녀가 일본에서 살게된 계기다. 국내에서 '천재 작가'로 소개되는 재일교포 작가에게도 어김없이 '친북'이라는 딱지가 붙는 세상이 됐다. 표현의 자유가 더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바야흐로 '자기검열'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

신간 '평양의 여름휴가' 출판기념차 서울을 찾은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가 7일 오전 서울 소공동 인근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평양의 여름휴가'는 2008년 처음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마음이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고백한 작가가 2010년 두 차례의 방북기까지 합쳐서 낸 책이다.

"남북통일이라는 의미입니다. 대한민국도 조국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조국이지요. 제 고향은 한반도 입니다. 외조부가 건너오실 당시에는 군사분계선이 없는 '조선'이었으니까요."

"일본은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음... 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는데 엄밀히 말해 고향은 아닙니다. 타향이지요. 굳이 말하자면 저는 조선사람 입니다. 대한민국 사람도 아니고 북한사람도 아니고. 나의 조국은 '조선'입니다."

유 작가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2008년 10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방북했고, 자신의 방북기를 담은 책 '평양의 여름휴가 - 내가 본 북조선'을 출간했다. 남북한 포함해 '조선'에 대해 적대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일본 언론은 '납치'나 '미사일'등 정치적인 부분 이외에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또 일본 역사교과서 역시 '조선'의 근대사를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어 젊은이들은 메이지 시대 이후 '조선'에 어떤 일이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고.

'조국'의 평범한 일상이 보도되지 않는것이 이상하다고 느낀 유 작가는 직접 가서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그리고 그녀는 방북당시 만났던 북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평양의 여름휴가'를 통해 차분히 풀어냈다.

국적이 '대한민국'인 까닭에 법무부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엄연히 존재한다. 또 일본의 '넷우익'등이 '북한으로 떠나라'등의 말을 그녀의 트위터에 퍼붓기도 한다.

'평양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생각은 없는지'를 묻자 '북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책의 내용이 북에서 주로 많이 노출됐으면 하는 명승지나 기념비, 기념탑 등 큰 구조물이 적혀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것만 적혀 있어서 원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 작가도 '자기검열'을 하고 있었다. 본인은 '절제'라고 표현했다.

"북에서 주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큰 건물이나 번듯한 명승지 대신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썼기 때문에 원치 않을거라 생각해요. 법에 저촉되는 것도 불안하기도 합니다. 또 제 글 때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곤란해지거나 혼란이 오는 것은 피하고 싶기 때문에 충분히 절제해서 쓰고 있습니다."

유 작가는 책을 통해 북에서 만난 다양한 '일반'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을밀대에서 손자와 산책중인 할아버지를 만났고, 대동강에서 팔장을 끼고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남녀의 모습과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학생을 그렸다.

한강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고, 전력 사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동강에는 해 질 무렵까지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저녁무렵 일본은 스킨쉽이 많은 편이나 대동강에서는 손을 잡고 팔장을 끼는 정도. 나라와 환경은 다르지만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크게 차이가 없다. 그녀는 "미사일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 명의 이름만 거론되는 미디어를 대신해 '사람의 표정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행문을 '글'로 읽지 않고 정치적인 해석을 강요하는 복잡한 사회가 2013년 '남쪽정부'의 모습이다. 마음 둘 곳 없는 일본에서 조국을 '한반도'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그녀에게 과감히 '친북' 딱지를 붙이는 사회는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도서출판615의 책 소개 - 평양의 여름휴가


 경남 밀양이 부모님의 고향인 그녀는 우리말 우리글을 모른다. 자신의 국적은 대한민국이고 아들의 국적은 일본이다. 조부는 해방 후 공산주의자 혐의를 뒤집어쓰고 투옥당했으며, 조부의 남동생은 좌익운동 혐의로 남한 군인들에게 사살당했다. 이러한 가족내력은 오늘날 재일교포들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2008년 1차 방북에서 유미리 작가가 가장 감동을 받은 장면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보내온 선물로 가득찬 국제친선전람관이나 유명한 옥류관 냉면, 최근 지은 만수대 살림집 아파트가 아니라 대동강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안아주며 달래주던 청년, 사탕을 볼이 불쑥 나오게 어린 소녀 입에 넣어주고 다정히 손잡고 산책을 즐기는 할아버지, 을밀대에서 가족사진을 조금이라도 멋있게 찍으려 애쓰는 젊은 아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에서 남다른 감동을 받았음을 자신의 체험과 대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 집필작업 과정에서 심한 정신적 질환이 재발하여 요양원 입원을 권유받지만 그녀는 고심끝에 입원 대신 2차 방북을 결정한다. 2010년 4월 2차 방북에서는 태양절 행사, 마라톤대회, 대집단체조 <아리랑> 등을 관람한 이야기가 담담하게 전개된다. 특히나 대동강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을 보며 자신도 아들을 데리고 와서 꼭 함께 산책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같은 해 10월, 드디어 아들과 동거남과 함께 3차 방북을 한다. 그토록 바랬던 아들과의 대동강변 산책, 개선청년공원에서 유희, 판문점 방문 그리고 백두산 등반까지 가족과 함께 한 평양의 여름휴가를 지낸다. 자신의 아들을 친아들처럼 대해주는 안내원과 훌륭한 선생님 역할을 해준 통역사에게 진한 가족애를 느끼며 그들과의 이별에 ‘혼이 빠져버릴 것 같은’ 슬픔을 느낀다. 그 마음은 곧 통일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작가 약력>

1968생. 고교 중퇴 후, 극단 「도쿄 키드 브라더스」에 입단.

93년, 『물고기의 축제』로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최연소로 수상. 

96년, 첫 소설집『풀 하우스』로 이즈미 교카 문학상 ∙ 노마 문예신인상 수상.

97년, 「가족시네마」로 아쿠다가와상 수상.

99년, 『골드 러시』로, 키야마 쇼헤이 문학상 수상.

2001년, 『생명』으로 편집자가 뽑은 잡지 저널리즘상 수상, 이어 『혼』이외, 『생명』4부작은 누계 백만부를 넘는 베스트셀러가 됨.
 
 그 밖의 작품으로,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8월의 끝자락』(각각 신쵸사 출판)외. 근간 『야마노테선 안쪽 노선』(가와데쇼보 출판), 『온 에어』『패밀리 시크릿』(각각 고단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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