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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출범 앞두고 북미 외교전 시작

한국은 YS식 발목잡기 외교 시작..한일공조로 난관 조성?

기자

입력 2009-01-14 17:32:29 l 수정 2009-01-14 18:33:42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북핵문제 해결과 관계정상화를 둘러싼 북미 간 치열한 외교전의 신호탄이 올랐다.

北, 힐러리 청문회 맞춰 '관계정상화' 메시지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와의 협상에 기대를 갖고 협상준비를 하는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 직후 리근 국장을 미국에 파견해 오바마 측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나게 했고, 최근에는 6자회담 북측 단장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보내고 싶다는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대미 비난 대신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 공화국의 자주적인 대외정책의 정당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힘있게 과시되고 있다"고 밝혀 핵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북측이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

북측이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


탐색기를 갖던 북한이 13일 드디어 오바마 행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첫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이 상원외교관계위원회에서 인준청문회를 하는 날에 맞춰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공식입장을 통해 미국에 '북미관계정상화'에 대한 메시지를 날렸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새로울 건 없지만 매우 직설적인 내용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관계 정상화에 적극 나서면 북핵문제도 손쉽게 풀릴 수 있고, '관계정상화'를 시작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천명한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해보자는 메시지다.

아울러 이날 북한은 2003년 마약밀수혐의로 체포해 5년이상 억류해 온 일본인을 석방하고, 요도호 납치범 자녀를 일본에 귀국시키는 등 인도주의 조치를 취했다. 또 이례적으로 영변 미사용 연료봉 실사를 위한 한국대표단의 평양방문에 동의했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은 미국이 '전면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입지를 넓혀주는 등 유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순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도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한반도 구상카드를 하나씩 꺼내보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지명자는 상원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강경과 온건의 조화를 이룬 '스마트 파워'를 차기 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특히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의 핵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시급성'을 갖고 행동할 것"이라고 말해 중동사태로 인해 북핵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일각의 부정적 관측을 보기좋게 뒤엎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지명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지명자


힐러리는 이날 청문회 자리에서 "(북미)관계정상화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제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또 한편으론 '평양을 방문해 북한 외무상 등을 만날 용의가 있으냐'는 질문에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외국 지도자라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답해 북미수교와 북핵 폐기를 동시에 추진하는 '포괄적 일괄타결'에 대한 기대 또한 저버리지 않았다.

와중에 재 뿌리러 다니는 한국

이 와중에 지난 주 미국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민관 합동 외교자문단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측 인사들에게 "고위급 대북 특사 파견을 서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14일자 <조선일보>보도는 전형적인 'YS식 발목잡기 외교'가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승주 전 외무장관,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이정민 연세대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방미단은 "미북 고위급 대화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모두 정체된 상황에서 대북 특사 등을 너무 서두르면 북한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오마바 차기 행정부 관계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1차 북핵 위기 때도 '북미 핵문제'라는 구조적 특징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김영삼 정부는 북핵협상의 고비마다 미국에 훈수를 두고 발목을 잡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확인해 왔다. 93년 북미고위급 협상을 통해 북미간 가합의된 '포괄적 접근 방안'이 한국의 격렬한 반대로 엎어져버린 적도 있다. 그해 11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북한에 속지 말라'며 회담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쳐가면서 클린턴 대통령에게 항의한 사건은 유명하다. 그러나 결국 김영삼 정부는 북미 고위급 회담에 참여해 보지도 못한 채 제네바 합의에 따른 경수로 책임만 뒤집어 썼다.

한일 정상회담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 총리가 건배를 하고 있다.


문제는 실패한 대북정책의 대표격인 'YS식 대북정책'을 현 정부가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대북전문가들은 한미동맹 강화를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초반엔 미국과 엇박자를 낼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에 가선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한국이 미국과 엇박자를 낼만한 처지와 조건이 안된다"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한국에 협조를 구하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 또 한미동맹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갑자기 미국과 등지고 싸우겠다고 할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문제와 관련 "한국도 똑같은 납치문제를 안고 있다"며 "일본의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힌 점은 심상치 않다. 일본은 이제까지 6자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이유로 들며 북핵문제 해결에 어깃장을 놓아왔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도 납치자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 일본과 공동대응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납북자.국군포로'문제가 북미협상에 어깃장을 놓을 카드로 사용될지 안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로써 북한을 상대로 한 한일공조의 계기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원칙에 흔들려선 안 된다는 보수진영의 주문을 뿌리치기 힘들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강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있고 일본과 공동전선을 펼쳐 오바마 행정부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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