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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 원어민 교사가 본 정당후원 교사 징계

정당 가입과 후원금 모두 허용돼..친구들은 “네가 있는 곳이 북한이냐?” 농담까지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0-11-12 16:57:37 l 수정 2011-02-25 23:04:15

영국인 케빈(가명, 남)씨는 지방의 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원어민 교사이다.

그는 젊고 잘 생긴데다 학교 행사 때도 열심히 참여해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좋고 주변 교사들과도 친하다. 주변에서는 그를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다고 평가한다.

그런 케빈씨가 최근 ‘이상한’ 사건을 목격하고 우울해졌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강정희(가명)씨가 교육청으로부터 정직이라는 징계를 당했는데 그 이유가 정당에 후원금을 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근 학교에는 교사가 해임을 당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케빈과 정희씨는 가끔 커피를 마시며 수업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정희씨 핸드폰에 있는 아이 사진을 보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런 정희씨가 이번 학기에는 더 이상 학교에 출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케빈씨는 슬퍼졌고, 교사가 왜 이런 일로 징계를 당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가 고국의 친구들에게 전화해 이런 사실을 알리자 충격적이라며 “너가 있는 곳이 혹시 북한이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전교조 제주지부

전교조 제주지부 회원들이 29일 제주교육청에서 '법원 판결 전 징계'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케빈씨는 이번 인터뷰로 인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져 문제를 겪게 될까봐 걱정이 많았다. 그는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아래는 케빈씨와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이다.

-정희씨는 어떤 사람이었나?
=매우 친절하고 업무에도 전문성이 있는 분이었다. 또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당에 후원금을 내 유죄판결을 받았고 정직이라는 징계가 내려졌다. 많은 교사들이 징계를 받았다.
=그 얘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 정희씨가 징계를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는 한국에서 아주 좋은 대우를 받고 있고, 한국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교사들의 징계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슬펐다.

-영국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한 적 있나? 영국 교사들은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나?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정치적 신념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다.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자신의 주장들 학생들에게 가르치지는 못하게 돼 있다.
교사라고 해서 정치적 의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교실 안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영국에서는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군도 노동조합 결성이 매우 보편적인 일이며 법으로 보장돼 있다. 가입 여부는 개인의 자유이며, 노조 가입 여부가 개인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법이다. 다시 말해 노조 가입 여부가 해고나 정직의 사유가 될 수 없다.
예외적으로 교사들은 영국 국민당(BNP)에는 가입할 수 없다. 국민당은 인종주의 조직이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국민당 당원들의 공직 참여를 배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모두 허용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당신의 친구들은 뭐라고 하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설명했을 때 매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었다. 교사들이 정치적 신념 때문에 해직됐다는 데 대해 놀랐다고 했다. 어떤 친구는 농담으로 '거기가 북한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정희씨에게 하고싶은 말은?
=정희씨가 보고 싶다. 학교로 하루 속히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정치적 신념 대문에 처벌받지 않도록 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케빈씨는 정희씨에게 “도와주고 싶었지만 도울 길이 없어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위로의 선물로 작은 케이크를 사서 건넸다.

정희씨는 "다른 나라에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보편적인 노동자의 정치적 권리가 보장되어 케빈씨가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마지막 피해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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