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칼럼] ‘분노공화국’과 시민사회의 연대

기쁘고 행복했던 일보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많았던 2014년이 저물어갑니다. 올해를 돌아보는 민중의소리 필진들의 릴레이 기고를 며칠간 게재합니다.

결코 기쁘지 않은 2014년, 그리고 성탄. 우리사회의 분노와 슬픔은 아랑곳 않고 5월의 선혈이 낭자했던 구 도청앞 분수대에도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는 글자가 반짝이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주변을 밝히고 있다.

수많은 국민들의 분노와 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 속에 이렇게 또 해를 넘긴다. 생각해보면 근래에 올해만큼 숨 가쁘게 뛰어다니고 분노하며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던 적이 없었다. 지방에 있는 나로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광화문광장으로, 서울광장으로, 안산분향소로, 팽목항으로, 동네 촛불로 그리고 분노하고 절규하는 노동자투쟁의 현장으로 뛰어다닌 한해였다. 덕분에 서울나들이를 올해처럼 많이 한 적이 없었다. 1년내내 거의 주말마다 서울행을 하거나 팽목항으로 가는 ‘기다림의 버스’를 탔던 것 같다.

그런데 세상은 하나도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어 답답하고 슬프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세월호 참사, ‘사자방’이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부정부패와 국고손실... 끝없이 이어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실패와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시민사회 역시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최근 ‘문고리 3인방’이니 ‘십상시’니 하며 국가 체계를 뒤흔든 스캔들을 보면서 분노를 넘어 무기력해지기까지 한다. 국민을 대변해야 할 야당은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며, 서민들과 거리가 먼 자기 밥그릇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주의 도시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던 광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민사회 출신의 시민시장’, ‘리틀 박원순’이라 포장해 당선된 시장이 보수적 시장 때도 없었던 ‘세월오월’의 걸개그림을 걸지 못하게 해 광주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갈등을 조장하고 해결에는 무기력한 태도를 보여 오히려 시민사회에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시민사회도 다르지 않았다. 싸워야할 대상이 특정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한국사회 속에서 시민사회도 다중화된 불의와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자기 살길 찾기에만 몰두하며 허둥지둥한 한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사회가 분절돼 구심점을 찾지 못해 무기력하게 보내버린 안타까움과 회한이 크다.

진보당 해산 대책논의하는 비상원탁회의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따른 비상원탁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했다ⓒ김철수 기자

지금과 같은 사회 흐름으로 볼 때 새해에는 더욱 가혹하고 엄중한 고난의 시기를 각오해야만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필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정치로의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다. 시민사회를 향해서도 마녀사냥식의 탄압과 통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를 농단하고 국제적 망신도 마다하지 않는 정권을 견제해야할 야당마저도 종북이라는 딱지가 무서워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건국 이래 가장 추악한 사건들이 봇물 터지듯 줄을 잇는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이유도 바로 국민이 야당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후안무치한 이 정권 아래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할 유일한 희망은 시민사회라 할 수 있다. 이제 국민이 직접 나서고 시민사회의 결집하는 것만이 희망이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국민의 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청년과 원로를 가리지 말고 민주주의와 진보라는 깃발아래 강고한 연대체를 형성해야 한다. 새해에는 진보의 가치를 공유하는 모든 범시민진영이 튼튼히 연대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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