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칼럼] 광주는 무엇에 분노하고 고민하는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분주함 못지않게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하늘을 이고 같이 살 수 없을 만큼 살기어린 독설을 퍼붓던 정파와 하루아침에 깜짝쇼 하듯 통합을 발표하는가 하면, 80년 5월 광주를 피바다로 만들고 탄생한 정권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국보위의 위원이 새정치를 하겠다며 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다.

황당함에 광주시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아무리 정치가 의리도 상식도 없는 복마전이라지만,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도 있구나”하는 자괴감에 분노를 넘어 허탈하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보궐선서에서 1당 독주의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최악을 무너뜨리기 위한 차선의 대안으로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천정배 의원의 갈지자 행보를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천정배 의원은 “호남정치의 복원과 정치세력 교체”를 구호로 내걸었다. 그를 선택하고 당선시켰던 광주 시민사회는 요즘 그가 던졌던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호남정치를 바꿀 신인이 설 자리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거꾸로 갖지 않을 수 없다.

박주선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3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창당대회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주선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3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창당대회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의 깜짝 합당 발표에 더하여 박주선 의원까지 함께 한다고 한다. 우리 시민사회에서 이미 성명서를 통해 입장을 밝힌 바가 있지만 호남지역에서 바뀌어야 할 구태정치인들을 대거 합류시켜서 그 정체성마저 팽개쳐버린 행태는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정교과서 문제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그 철회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승만을 국부라고 주장하는 인물을 영입하고, 5월의 광주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물들이 광주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망월동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광주가 갈망하는 후보는 누구인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국정교과서 저지.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전교조 법외화와 노동개악 철회, 남북관계 개선 등 어느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광주시민들은 이런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총선 후보를 갈망하고 있다.

농민의 아픔을 함께하고 세월호참사와 용산참사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후보를 갈망한다. 6.15공동선언을 이행하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헌신할 후보를 갈망한다. 피해자이면서도 굽신거리고 쩔쩔매는 비굴한 외교가 아니라 일제에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일본과 미국에게도 국가와 민족의 자존을 세울 수 있는 후보를 갈망한다.

광주가 바라는 정치는 결코 말로 화려한 수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 노력과 행동을 의미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폭압적인 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대명제 앞에, 한국정치사에서 진보개혁을 선도해온 광주는 참으로 고민스럽다. 낡은 정치세력을 갈아엎고 새롭고 개혁적인 정치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염원에 부응할 새로운 정치!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줄 참된 진보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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