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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공황과 한국[1] - 한국경제는 경제공황으로 갈 것인가

편집자주/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박승호 박사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전망을 다룬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글은 4월 15일 <김수행 콜로키움>에서 발표된 논문을 일부 수정하고 순서를 바꾼 것으로 19일부터 다음과 같이 4차례에 나누어 실릴 예정이다. 이 글은 그 첫번째다.

(1) 한국경제와 총선 이후의 전망
(2) 21세기 대공황의 제2국면
(3) 2016년 초 세계경제의 양상
(4) 전망과 관련된 쟁점

한국경제의 전망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쟁점이 잘못 형성되어 왔다. 관변과 제도권 언론에서는 한국이 세계경제 상황에 따라 또다시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 즉 제2의 IMF 사태가 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자본유출로 인한 금융위기 여부가 주 초점이 되고 그에 대한 대책이 문제로 되고 있다. 또 가계부채 문제도 그로 인한 은행위기의 문제로 주로 언급되고 있다. 요컨대 경제공황 문제로 종합적으로 제기되지 않고 있다.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재벌의 대변지인 중앙일보는 노동개악과 규제완화를 관철하기 위해 현재 상황이 ‘경제위기’라고, ‘제2의 IMF 사태’와 같다고 선동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전망 문제는 외환위기 여부 문제가 아니라 경제공황 여부 문제이다. 여러 경제지표를 놓고 보면, 올해 제2차 세계금융공황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한국경제에 외환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막대한 외환보유고와 막대한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덕분에 설혹 상당한 자본유출이 발생하더라도 외환위기 위험은 거의 없다.

문제는 실물경제에 있다. 제2차 세계금융공황으로 인한 신흥국 경제위기와 중국의 경착륙은 물론이고 설사 연착륙이라 하더라도 성장저하로 인한 수출 급감,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그로 인한 대량실업과 가계부채 문제의 폭발, 주택거품의 붕괴, 은행위기와 신용경색 등 일련의 사태가 서로 연관되어 경제공황으로 발전하느냐의 여부가 문제다.

경제공황으로의 발전은 필연이다

한국경제의 주요 문제를 살펴보면, 경제공황으로 발전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우선, 한국경제의 주요 버팀목인 수출은 2015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15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1, 2월에는 두자릿수 감소(-18.5%, -12.2%)를 보였다. 3월의 한자릿수 감소(-8.2%)를 ‘감소세 둔화’로 반길 정도다. 이미 한국경제는 중국의 성장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2015년 대중국 수출 –5.4%).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그 타격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 수출의 중국 비중은 25%이고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비중은 58%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성장둔화와 신흥국 실물경제의 위기는 그대로 한국경제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수출 규모가 GDP의 절반을 넘을 정도인 수출의존 경제구조의 문제다. 이를 반영해 2015년 광공업 생산은 –0.6%로 2009년(–0.1%) 이후 6년 만에 감소했다. 또한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4.2%로 1998년(67.6%)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물경제의 위축은 이미 2015년부터 시작되었다.

다음으로, 재벌 대기업들은 세계불황으로 인한 과잉생산·과잉공급 문제에 대해 인력감축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을 이미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재벌은 2015년 13,636명(5.8%)을 이미 감원했다. 전자·철강·조선·건설 대기업에서 감원이 진행되었다. 30대 재벌 그룹의 고용은 2015년 0.4% 감소했다. 21세기 대공황의 제2국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세계경제로부터 충격이 오면 제조업 대기업들은 더욱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가운데서도 한계기업들은 파산위기에 내몰릴 것이다. 이에 따라 연관된 하청중소기업 등 수많은 중소영세기업들의 파산과 자영업자의 파산도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2015년부터 ‘노동개악’에 목을 매고 무리하게 관철시키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자유롭고 대대적인 해고를 실시하려는 재벌들의 강력한 요구였다.

이번 4/13총선 과정에서도 박근혜 정권과 재벌의 선제적 구조조정 입장은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 공약으로 제출되었다. 정부 돈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양적완화’로 포장했지만, 미국·유럽연합·일본의 ‘양적완화’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정책이다. 이는 1997년 IMF사태의 경험을 살려 경제공황과 기업파산 이후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기업을 파산시키지 말고 사전에 공적자금을 지원해서 기업 구조조정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재벌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고’다. 자신들의 구조조정 비용을 정부의 공적자금, 즉 국민의 세금에 떠넘기면서 소유권은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부추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문제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5년 연간 사상 최대로 122조 원이 증가돼 누적 1,207조 원을 넘어섰다. GDP의 84%를 넘어서 국제기구로부터 그 위험성이 계속 경고되고 있다. 이 비중은 신흥국 1위다. 가계부채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 와서 ‘미세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생긴 문제를 돌이킬 수는 없다. 올해 이미 세계적 불황의 여파가 밀려오고 있고, 제2차 세계금융위기가 본격화되어 그 충격이 순차적으로 한국 실물경제에 파급되어 올 때 가계부채 문제는 터질 수밖에 없다.

내수문제는 박근혜정권이나 재벌이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은 이미 여러 경로로 표현되었다. 노동개혁이야말로 노동자의 자유해고와 임금삭감을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내수부양에 대한 정책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정권의 확고한 긴축정책 의지는 연금개혁이나 여러 사회보장지출에 대한 거부(대표적으로 노인연금과 급식문제,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수당에 대한 거부 등)에서 이미 표현되었다. 이런 근본적 계급 역관계와 관련된 문제에서 재벌과 박근혜 정권은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그들은 내수확장도 규제완화를 통한 재벌의 투자확대에서 추구하고 있다.

이상 주요 지점을 연관시켜 보면, 실물경제에서 세계경제에서의 충격이 한국경제에 파급되어 오면 수출이 더욱 감소하고, 제조업 부문에서의 선제적 구조조정이든 파산위기이든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며, 이 두 요인만으로도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을 터뜨려 주택거품 붕괴와 은행위기를 중심으로 한 금융위기로 연쇄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면 전면적 경제공황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여기에 세계금융시장의 붕괴로 인한 한국금융시장의 불안정화는 실물경제에서 공황으로 발전하는 메커니즘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이 과정은 거의 자동적인 시장 메커니즘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런 공황 발생의 자본주의적 시장 메커니즘에 대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서 조절하거나 저지할 여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재벌과 박근혜정권의 위기대책은 노동개악과 선제적 구조조정 등에서 확인되듯이 내수를 더욱 축소시켜 이 연쇄관계를 더 강화하고 경제위기를 더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들의 위기대책은 모두 재벌 살리기에 맞추어져 있다. 한국은 재벌공화국이다. 재벌의, 재벌에 의한, 재벌을 위한 공화국인 것이다.

박근혜정권은 왜 파쇼화 하는가?

세월호 사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노동개악 강행과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 등 박근혜 정권이 갈수록 파쇼화되어 가는 추세에 대해서도 쟁점이 잘못 형성되어 있다.

파쇼화 현상에 대한 현실진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에서 쟁점이 잘못 형성되어 왔다. 박근혜 개인의 개성 문제냐 아니면 올 총선과 그 이후 대선 구도를 위한 것이냐 등의 분석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예컨대, 총선/대선 구도를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 반대한민국’ 구도로 만들어 수구보수세력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짜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이런 분석은 제도권 야당(정의당을 포함한)과 제도권 야당에서 대안을 찾는 소부르주아 시민운동 내에서 득세해 왔다. 이는 전형적으로 선거를 중심으로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런 선거 중심의 정세관은 당연히 파쇼화 공세에 대해 선거 중심으로 대응하려고 하기 때문에 경계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파쇼화하는 원인에 이런 개인적이고 선거대응적 요인들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것이다. 이런 정치적 요인의 토대에 더욱 중요한 심층적 요인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이고, 이미 국내 세력관계에서는 지배계급 내에서 재벌이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다. 노동개악을 중심으로 한 주요 경제활성화법이 재벌들의 ‘민원사항’이라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한국 정치는 대내적으로는 재벌에 의한 ‘금권정치’이다. 대북관계와 대외적으로는 미 제국주의에 종속된 ‘매판정치’이다.

박근혜 정권의 파쇼화는 21세기 대공황이 더욱 심화되는 제2국면이라는 경제에서의 중요한 변화에 조응하는 정치적 대응이다. 이는 한국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현 시기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노동운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광동성 등 남부지역에서 2015년 말부터 중국 정부에 의한 노동운동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되었다.

이런 경제에서의 규정을 바탕으로 해서 박근혜 개인의 소명―아버지 박정희의 명예를 회복한다는―이든, 새누리당의 선거전략이든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재벌의 요구와 새누리당, 그리고 박근혜 개인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똑같은 수구보수정당이지만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차이를 규정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경제상황에서의 차이다. 21세기 대공황의 제1국면이었던 이명박 정권은 중국특수에 힘입어 2008년 21세기 대공황의 발발에 따른 경제위기를 쉽게 타고 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이제 21세기 대공황이 더욱 심화된 제2국면이 다가오면서 더욱 파쇼적 형태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21세기 대공황의 제2국면이 더 구체화되고 본격화되면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은 제도정치권을 더욱 강하게 규정할 것이다. 또한 새누리당만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로 규정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파쇼적 공세와 노동개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동요하거나 부분적으로 야합하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부터 총선 전까지 민주노총과 노동자‧민중의 총궐기투쟁이 더불어민주당의 동요와 야합을 저지했다.

이번 4/13총선에서 국민은 기득권 보수양당을 모두 심판했다. 기득권 보수양당체제를 붕괴시킨 것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다. 다만 투표행위라는 소극적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일차적으로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이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동시에 심판했다. 전자는 새누리당의 참패와 여소야대 국회로 표현되었고, 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참패하고 전국 정당지지율 2위를 국민의당에 빼앗기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은 민생이 더욱 악화된 노동자‧민중은 물론 중산층까지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분당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약진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심판’이 노동자‧민중과 중산층의 민생악화를 대변한 측면이 있다.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은 ‘불통’ ‘오만’ ‘막장 공천’ 등 행태상의 문제와 더불어 그 바탕에 경제침체와 이에 대한 정권의 친자본‧반노동적 대응에 따른 민생악화라는 토대에서의 더욱 심각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6포세대’로 고통받고 있는 20대의 투표율이 19대 총선보다 13%포인트 높아지고 이들이 야권에 몰표를 행사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재벌과 박근혜 정권의 공세는 일단 주춤하겠지만

일단 재벌과 박근혜정권의 노동개악 공세는 당분간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의 ‘심판’이 소극적인 투표행위에 의한 것이고, 그 심판이 아래로부터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공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보수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자칭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의 돌풍과 그에 압박받은 힐러리 클린턴의 좌클릭 현상과 비교해 보면 더욱 선명히 대비된다.

4/13 총선지형은 정치적 양극화가 아니라 정치적 우경화가 지배했다. 특히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우클릭이 더욱 심화되었다. 두 야당은 노동자‧민중의 요구와 열망으로부터 더 멀어진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은 19대 때보다 후퇴했다. 19대 총선에서 정당투표 11.9%(통합진보당 10.3%, 진보신당 1.1%, 녹색당 0.5%)를 얻었는데,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정당투표 9.0%(정의당 7.2%, 녹색당 0.8%, 민중연합당 0.6%, 노동당 0.4%)를 얻어 더 위축되었다.

따라서 외형상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나타났지만, 이것은 내용이 아닌 형식에서의 구도개편에 불과하다. 과연 국민의당이 어떤 내용으로 이런 구도개편을 채워나갈 것인가? 이미 총선에서 내용적 쟁점은 실종되었고, ‘정권 심판’, ‘야당 심판’, ‘양당체제 심판’만이 부각되었다. 당연히 총선 후 ‘여소야대’, ‘대화와 타협’, ‘협치’가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경향에서도 한목소리로 나오고 있다. 4/13총선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앞으로 정부·여당에 대해 반대만 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을 하겠다는 것을 제일 먼저 말했고, 더 나아가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 정당이 아니라 정국을 주도하는 정당이라며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민생현안 처리를 위한 개원을 제안했다. 심지어 정의당의 노회찬 당선자는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화와 타협’ ‘협치’만 하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가?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 ‘협치’라는 행태 또는 형식이 아니다. 그것은 4/13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으로 ‘여소야대’ 국회이기 때문에 박근혜정권이나 새누리당으로서는 불가피한 것이다. 문제는 그런 형식에 담길 내용이다. 당연히 재벌과 박근혜정권은 국민의당을 집중 공략할 것이다.

따라서 내용적으로 보면 이번 총선의 ‘심판’과 ‘승리’는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는 내용을 담보한 것이 없는 ‘심판’이고 ‘승리’다. 박근혜정권과 기득권 보수양당에 대해서 ‘심판’은 했는데, 그 이후 대안적 내용을 채워나가는 데 있어 아무런 담보가 없는 것이다.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국민의당은 정체성과 정책에 있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우경적이고 새누리당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거짓말로라도 최저임금정책을 제시했는데, 국민의당은 최저임금정책 자체가 없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미 총선지형에서 두 야당 모두 우클릭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의 대권경쟁이 ‘중도보수’ 경쟁구도 아래에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더욱 우클릭할 것이고, 국민의당이 그 우클릭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내년 대선 때까지 세계경제의 위기가 더 심화되어 한국경제에도 위기가 본격화되면 이 경제위기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를 더욱 더 우클릭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총선 이후 불가피하게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이 형식적으로 ‘대화와 소통’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그래서 두 야당과 ‘협치’를 한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문제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내용이 노동자·민중의 요구와 열망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문제에서 두 야당으로 분열하기 전의 새민주통합당은 이미 노동자‧민중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총선 직후에 열린 4. 16 제2주기 행사에 두 야당 대표가 모두 불참했다.

앞으로 경제위기가 본격화될 때 두 야당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두 야당 모두 현재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인 재벌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 이들은 ‘포용적 경제’나 ‘공정경제’를 주장하지만 재벌체제의 기술적 합리화 이상의 개혁을 추진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4/13총선에서의 ‘심판’ 이후 공은 다시 노동자·민중에게 돌아왔다. 총선에서의 ‘심판’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박근혜정권이 경제위기 대책을 일방적인 폭주로 강행하는 것은 일단 저지한 셈이지만, 앞으로 두 야당과 ‘대화와 소통’을 통해 총선 전과 똑같은 내용을 조금 완화된 형태로 관철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총선으로 ‘심판’을 받았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노동개악’을 서둘러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야당에 노동자·민중의 요구와 열망을 새겨 넣으려면, 다시 말해 ‘여소야대’와 ‘협치’의 내용을 채워나가려면 다시 노동자·민중의 투쟁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4/13총선에서 ‘선거혁명’은 결코 아니지만 박근혜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한 점에서 대중의 분노와 역동성이 확인되었다. 사실 재벌과 박근혜정권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분열을 지렛대로 새누리당의 압승과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를 기대하고 총선 후 더불어민주당을 무너뜨리는 정계개편까지 꿈꾸었다. “여당이 압승해도 야권의 패배라고 보는 게 맞다. 아마 역사책은 이번 총선을 낡은 진보에 대한 심판으로 기록할지 모른다.”, “더민주의 참패는 ‘운동권의 자멸’이나 다름없다.”며 1990년대 일본의 제1야당인 사회당의 몰락과 해체, 그리고 자민당/민주당으로 재편과 같은 정계개편을 기대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해체하고 새누리당/국민의당 양당으로의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심판’으로 이런 식의 위로부터의 정계개편은 저지되었다.

그러나 재벌과 박근혜정권은 3당 구도 아래에서 여전히 위로부터의 정계개편을 형태를 달리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야당에서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전투성’과 ‘서민지향성’—그들은 이를 ‘운동권’이라 표현한다—을 완전히 거세하려는 정계개편이다. 총선지형에서 여야 간 경계가 어느 정도는 이미 허물어졌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상층 지도부를 주고받았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상층 지도부는 물론이고 지지자들까지 사실상 경계가 없다. 총선 이전과 형태만 달리 하는, 똑같은 ‘권력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앞으로 대권을 둘러싼 정계개편 문제로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위기는 두 야당을 더욱 우경화시킬 것이다

이런 3당 구도의 내용과 ‘그들만의 리그’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제도권 야당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오히려 소극적인 투표행위지만, 이번 4/13총선에서 박근혜정권을 심판하고 보수양당체제를 붕괴시킨 것으로 표출된 대중의 분노와 역동성, 특히 ‘각자도생’의 늪에 빠져 좌절감을 느끼던 20대가 투표행위를 통해서나마 변화에 대한 열망을 능동적으로 표현하려는 조짐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한국경제의 위기가 본격화되면 재벌과 박근혜정권은 대량해고와 임금삭감 등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이고, 동시에 이런 공격에 저항하는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 민중운동에 대한 탄압을 한층 노골화할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선 전 졸속으로 통과시켰던 ‘테러방지법’의 시행령을 총선 직후인 15일 발표했는데, 이 시행령에 대테러 특공대의 활동에 대해 “경찰력의 한계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여 대책본부의 장이 요청한 경우 군사시설 이외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15년 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제동이 걸렸던 내용이다. 박근혜정권은 이처럼,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드러난 바와 같이, ‘테러와의 전쟁’을 핑계로 한 노동자‧민중운동에 대한 탄압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위기 아래에서 더욱 노골화될 재벌과 박근혜정권의 공격과 탄압이 예상되는 대선국면에서 노동자‧민중은 투쟁으로 대응하면서 동시에 투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조직하는 길 말고는 대책이 없어 보인다. 아래로부터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새롭게 준비할 것이 요청되는 정세이다.
“우리도 포데모스!”

박승호(경상대‧성공회대 정치경제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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