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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 칼럼] ‘택시운전사’ 천만 관객, 오월 광주는 아직 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5.18 37주년 기념사와 더불어 최근 개봉된 영화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광주의 5.18이 다시 우리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의 폄훼 발언이 5.18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민방위훈련을 담당하는 강사들까지 허위날조로 왜곡된 내용을 늘어놓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광주는 분노했다. 그래서 ‘택시운전사’ 흥행은 더욱 위안을 주고 있다.

필자는 현지에서 이런 현상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복잡한 소회를 갖는다. 특히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5.18기록물은 청년시절 치열하게 독재와 맞섰던 당사자로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한 증거이자 또 하나의 현장이었다. 익숙한 영상물이지만 영화를 보며 분노와 회한이 교차하며, 어려운 시절의 추억과 인물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택시운전사 캐릭터 포스터 송강호-크레취만
택시운전사 캐릭터 포스터 송강호-크레취만ⓒ사진제공 = 쇼박스

가장 생생한 증거이자 생계비를 마련해준 힌츠페터의 영상

80년 5.18 이후 당국의 철저한 탄압과 통제로 광주에서마저 5월 학살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진실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천주교에서 제작, 배포한 VCR 필름과 몇 장의 사진으로 된 사진첩을 가방에 넣고 투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뛰어 다녔는데, 가장 큰 증거이자 무기가 바로 위르겐 힌츠페터의 취재물이었다. 당시 유동 YWCA에 있던 단체 사무실 앞에서는 수배자를 체포하고 감시하기 위해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 소위 불온유인물(?)을 소지만 하고 있어도 국가보안법으로 체포되던 시절이었다. 건물 뒷편 담을 넘어 시내로 나가 직장과 단체들을 찾아다니면서 진실을 알리고 비디오테이프와 사진첩을 팔았다. 이 돈으로 지명수배로 은거해있는 동지들의 생계비도 마련하고 투옥된 동지들의 영치기금도 마련하는 역할을 맡았다. 찾아가는 곳마다 진실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의 관심과 열정적인 후원이 이어졌고, 어떤 측면에서는 힌츠페터의 비디오와 사진이 우리 운동단체들의 생계비를 만들어 주었던 추억이 새삼 가슴 아리다.

영화를 보고 진실을 알았다는 많은 관객을 보면서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지금도 5.18의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광주시민사회는 일베와 지만원, 전두환 회고록 등등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유언비어에 대응하느라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달려야 했다. 이러한 왜곡과 폄훼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더욱 기승을 부렸고, 심지어는 여당과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광주의 진실을 규명하고 지키기 위한 투쟁은 아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진실을 바로 세우는 것이 문재인 민주정부의 출발점

광주 5.18이 아직도 끊임없이 왜곡과의 전쟁을 할수 밖에 없는 원인은 지역차별을 조장하고 진보민주세력을 색깔론으로 몰아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정치권과 이에 편승하는 세력들의 준동 때문이다. 이는 더 거슬러 일제 친일부역자들의 단죄로 역사가 바로서지 못하고 적폐가 그대로 쌓여온 때문이다.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여 백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끊임없는 논란과 국가적 소모전이 지속되는 것처럼, 광주의 진실도 똑같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며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도청앞 전일빌딩 건물에서 헬기의 기총소사 흔적이 명확히 증거로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해 당사자들은 기총소사와 중무장 병기 동원을 부인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5월 사적지인 옛 도청건물 복원도 원형은 깡그리 훼손된 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5.18은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애매한 용어로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촛불혁명의 핵심적 가치는 ‘진실’이다. 세월호의 진실, 백남기 살인의 진실, 5.18의 진실을 규명할 시대적 사명이 있다. 촛불혁명과 이에 앞선 87년 6월 항쟁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소위 민주정부의 탄생은 궁극적으로 80년 5.18의 시민정신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와 5.18기념사에서도 분명히 규정하고 있듯이 5.18을 바로세우고 진실이 진실답게 자리매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사회의 출발이자 문재인 민주정부의 정체성을 세우는 기초가 될 것이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동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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