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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다윗과 골리앗’...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 대표의 처절한 외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억울합니다. 주변에선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패가망신 한다고 모두 말렸어요. 하지만 너무 억울하고 억울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확실한 증거를 갖고도 우리가 진다면 대체 중소기업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아간단 말입니까”

현대자동차에게 기술을 탈취 당해 사실상 폐업 위기에 처했다는 중소기업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는 울분을 참지 못한 듯 눈시울까지 붉어지며 고함을 질렀다.

8일 오전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미래로에 위치한 비제이씨 사무실에 만난 최 대표는 오랫동안 직원들과 함께 연구해온 기술을 한순간에 빼앗긴 것도 모자라 자신과 직원들의 생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생각에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과연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기타

‘갑’과 ‘을’ 관계에서 협박으로 결국 공동특허 등록까지

현대자동차와 비제이씨의 관계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환경부가 교토의정서에 의거해 자동차 도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규정하려고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관련 규제를 지킬 수 있는 기술력이 없었다. 결국 이들 기업은 환경부에게 해당 규제 적용을 10년만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고, 환경부가 이를 받아 들였다. 하지만 언제고 규제가 다시 진행될 수 있어 기업들은 악취와 VOC 문제 해결에 나서야 했다.

“현대자동차는 처음 캠바이오라는 회사를 찾아 우선 악취와 VOC를 낮출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요청했어요. 하지만 실패했고, 저희(비제이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우리는 연구 끝에 미생물을 통해 악취와 VOC를 낮추는 데 성공했고, 현대자동차가 보는 앞에서 우리 기술을 증명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현대차와 계약을 하고 2004년부터 미생물 납품을 시작했죠.”

그러나 비제이씨는 VOC 저감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을 바로 진행하지 않았다. 환경부가 관련 규제를 유보해 규제 시행 시점에 맞춰 특허를 등록하려 한 것이다. 특허에 대한 보호가 출원일로부터 20년까지만 유효한 만큼 자신들의 기술을 보다 오랫동안 보호받기 위함이었다.

이후 현대자동차와 비제이씨의 관계는 원활한 듯 보였다. 하지만 2006년 비제이씨가 악취를 제거하는 기술에 대한 단독특허를 출원하려고 하자 현대자동차는 ‘공동특허’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막말로 현대차가 한 게 없는 데 공동특허라니 정말 어이없는 헛소리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우리에게 공동특허를 요구하며 한 말이 너무 위협적이었죠. ‘우리가 공동특허로 들어가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반대로 우리를 안 넣으면 우리는 내일이라도 너희를 자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압박을 했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비제이씨는 어쩔 수 없이 현대자동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억울하지만 강압에 의해 공동특허 등록을 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비제이씨 자료
비제이씨 자료ⓒ기타

‘기술탈취’ 현대차의 뻔뻔한 행동들

반강제로 악취제거 기술 공동특허 등록을 했기 때문일까. 비제이씨는 이후 9년 동안 평화(?)로웠다. 2013년 현대자동차 도장생산기술부가 회의를 소집하기 전까지 말이다. 현대자동차는 회의를 소집해 “환경부가 유보한 10년이 지나 다시 규제를 진행할지도 모른다”며, 비제이씨 VOC저감 기술의 테스트를 요구했다.

“규제가 시작된다면 당연한 요구이기에 우리가 가진 VOC저감 기술 테스트를 4개월 동안 진행했습니다. 그것도 자비로 말이죠. 기존에는 악취제거에 대한 미생물만 현대차와 거래해온 만큼 VOC저감 능력의 미생물까지 거래할 경우 매출이 크게 오를 거라는 생각에 현대차에 테스트비를 요구하지도 못했죠. 그리고 어차피 우리만의 기술이라는 생각도 있어 자비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현대자동차의 대응이 이상했다. 비제이씨는 자비로 제3의 분석업체에 테스트 결과 분석을 맡겼고 이렇게 나온 결과치를 현대자동차에 제출했지만, 현대차는 테스트 결과분석 업체를 직접 선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기술이라는 생각에 자신감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테스트를 마치고 난 후 현대자동차의 오더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 2015년 1월 갑자기 현대자동차가 신규 미생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고는 그해 4월 공개입찰을 하겠다고 나섰죠.”

처음엔 당황했지만 기술에 대해 자신이 있었던 비제이씨는 상황 파악을 위해 1차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것이 자신들이 꾸준히 연구해 온 기술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결국 2차 입찰을 포기하고, 자체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현대자동차와 경북대가 비제이씨 기술자료로 특허뿐만 아니라 논문까지 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후 현대자동차의 행보는 더욱 뻔뻔해졌다. 공개입찰 한 달 만인 5월 비제이씨와 거래를 중단한 현대자동차는 자체적으로 신규특허를 내 10년 전인 2006년 진행한 악취제거 미생물 공동특허가 필요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것이다. 그러나 비제이씨가 2016년 4월 현대차·경북대를 상대로 ‘특허등록무효심판청구’를 제기한 사실을 자각하고 태도를 180도 바꿨다.

“우리가(비제이씨) 중소기업 기술분쟁위에 신고한 사실을 자각한 현대차는 공동특허를 포기하면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직원의 개인 실수라며 공동특허 포기를 취소하겠다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얼마나 황당하던지...”

이에 비제이씨는 현재 현대자동차가 포기한 특허원부를 정리해달라는 민사소송도 함께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자료사진ⓒ뉴시스

“'기술자료 요구' 현대차, 이미 기술탈취 계획하고 있었다”

2016년 시작된 ‘중소기업’ 비제이씨와 ‘대기업’ 현대자동차의 특허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킨다. 이들의 싸움은 현대자동차의 승리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난달 27일 특허심판원은 현대차와 경북대가 공동으로 등록한 특허에 대해 기술 10가지 모두 진보성이 없고, 기존 특허와 동일할 뿐 아니라 특허구성과 균주를 비롯한 특허의 효과까지 기존 특허와 동일하다며 비제이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대차와 경북대은 특허등록은 무효라는 결정이다.

중소기업이 승리한 이례적인 결과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특허무효심판에서 중소기업 패소율은 작년 71.9%, 올해 1~7월은 93.3%이다.

“현대차가 계획적으로 우리 기술을 탈취했다는 사실은 2017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가 경북대를 감사하면서 드러났습니다. 2013년 11월 8일 우리(비제이씨)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한 현대차가 이미 그보다 3일 먼저 경북대와 산학과제 계약을 위한 기안서류를 결재했다는 사실이죠. 테스트 결과를 분석하는 업체를 직접 선정한다고 했던 것도 결과치를 경북대로 빼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실제 비제이씨의 기술자료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 직원인 이모씨의 석사 논문과 산학과제 결과 보고서, 현대차·경북대 특허에 기록된 ‘미생물 수처리 방법’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테스트 기간과 투입된 미생물, 이후 추가 조절된 미생물의 양 등까지 동일하다는 점은 기술탈취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이씨가 2014년 1월 지도교수인 경북대 산학협력단 박모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비제이씨의 기술자료가 첨부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현대차 직원 이모씨가 박모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
현대차 직원 이모씨가 박모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BJC제공

“대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선례 만들고 싶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기술탈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소기업 8219개 중 7.8%에 해당하는 644개사가 기술 탈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금액만 1조원에 달한다. 조정위가 권고를 내려도 강제권이 없어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비제이씨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힘겹게 승리했지만 현대차가 ‘재심 청구’ 카드를 꺼내들며 시간 끌기 작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벌써 2년째입니다. 현대차의 재심신청으로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지요. 기술을 뺏기고 계약해지를 당해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그래도 좀 더 지켜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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