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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의 정의로운 에너지] 정의로운 에너지의 조건 : 지열발전소와 핵발전소

*편집자 주: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의 칼럼을 새로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경주에 이어 5.4 지진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지진 피해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경주에 이어 5.4 지진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지진 피해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민중의소리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작년 경주 지진과 달리 포항지진은 진원 깊이가 얕고 도시 지역에서 일어나 피해 규모가 더 컸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란 말이 유행어처럼 돌지만, 우리의 준비 상황은 일천한 상황이라 국민들의 걱정은 매우 크다.

이제야 알게 된 지열발전소의 존재

작년 경주 지진이 활성단층 인근에 핵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기여했다면, 이번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의 존재를 국민들에게 알렸다. 전통적인 지열발전소는 천연의 증기와 열수를 그대로 활용한다. 우리나라도 온천이 있기는 하지만 발전소를 운영할 만큼 충분한 증기를 얻을 수 없다. 미국의 GE는 이런 지역에서 이용하기 위한 기술로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란 기술을 개발했다. 수 km 땅 속에 구멍을 뚫고 높은 압력으로 물을 넣어 지열로 물을 끓인 후 여기서 생산되는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인위적으로 구멍을 뚫고 물을 넣기 때문에 전통적인 지열발전소에 비해 제약조건이 적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해외에서 논란이 되었다. 2006년 스위스 바젤에서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일으켰다는 소송을 제기되었다. 당시 30여 차례의 지진이 있었고, 가장 큰 지진은 규모 3.4에 달했다. 오랜 소송 결과 고의로 지진을 일으킬 의도는 없었다며 발전소 측은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추가 피해를 우려해 시추는 중단되었고 이것이 지열발전소 안전성 논란의 계기가 되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지열발전소에서 주입하는 물의 양과 속도에 따라 지진 빈도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바꿔 말하면 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해 지진 발생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식이 제안되었고, 이에 따라 발전소의 위치 선정과 운영 방식이 바뀌었다. 포항의 경우 해외 사례에 비해 적은 양의 물을 주입했고, 이번 지진 발생 직전에 물을 주입한 적이 없어 지진과 발전소의 인과관계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지열발전소가 규모 5.4에 달하는 큰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느냐는 점 역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한 것은 EGS 방식의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과 인근 지역주민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모든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정의할 때, 중요한 요소는 그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화력발전소나 우라늄 같은 광물을 이용한 핵발전소가 재생에너지가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면만 고려한다면 지열발전소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이다. 지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땅 속의 지열은 무한정 사용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한 발전소는 연료 걱정 없이 계속 운영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이 재생에너지가 모두 친환경적이거나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계획이 백지화된 서해안의 조력발전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이다. 하지만 갯벌을 막아 거대한 댐을 건설해야 하는 특성상 조력발전소는 해수 유통을 막아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환경파괴적 재생에너지 발전소이다.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에도 지붕이나 주차장 등 유휴 공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환경적 영향이 적지만,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산을 깎거나 갯벌을 매립한다면 환경파괴적인 태양광 발전소는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포항 흥해에 건설된 지열발전소
포항 흥해에 건설된 지열발전소ⓒ뉴시스

정의로운 에너지는 인근 주민·생태계와 함께 해야 한다

핵발전소나 석탄화력발전소 같은 거대 발전소가 지적받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양의 온배수, 송전탑 문제, 석탄재나 핵폐기물 문제 등 거대 발전소 인근엔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는 또 다른 차별과 불평등을 낳게 된다. 단지 발전소 옆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피해를 입지만 정작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는 이들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차별과 불평등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리고 인근 주민들은 다양한 위험성과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이에 반대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전환을 단순히 탈핵, 탈석탄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의 다양한 문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그 대안이 단순히 재생에너지로 귀결되어서는 안된다. 어떤 재생에너지인지,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는 인근 주민과 생태계에 피해를 주지 않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이 깔려있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또 다른 차별과 불평등을 낳게 된다면 그것은 핵발전소나 석탄화력발전소처럼 사라져야할 대상이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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