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어린진(魚鱗陳)으로 확인된 북·중 우호관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해외 순방지는 역시 중국이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3박 4일 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첫 해외 순방지는 역시 중국이었다. 이는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 되어 왔던 북·중관계 위기설을 단번에 뒤집는 행보였다. 3월 26일 오후부터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는 삼엄한 경비와 함께 구간별 교통통제가 실시됐다. 그리고 당일 저녁부터 이와 관련된 여러 영상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확산되어 갔으며, 동시에 베이징역을 통해 극비리에 방문한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의 공식 발표 이전에 이미 그 인사가 누구인지 추측할 수 있는 장면들이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소위 학익진을 펼치며 베이징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중국 경호부대의 경호모습이다. 당일 중국이 제공한 경호 수준은 외국특사 방문 시에는 볼 수 없으며, 여느 국가수반의 국빈 방문 시의 경호 수준과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단번에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확신 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26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탄 차량이  베이징 도심에서 오토바이 경호대의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고 있다.
26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탄 차량이 베이징 도심에서 오토바이 경호대의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고 있다.ⓒ뉴시스/뱌오파이 캡처

양국은 이번 방문을 비공식 방문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갑자기 이루어진 깜짝 방문이 아니었다. 지난 11월 시진핑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쏭타오(宋涛)는 이때 북한 측에 시진핑 주석의 방중 초청의 뜻을 전달했으며, 그때부터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은 준비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 과정에서도 쏭타오 부장은 직접 단동역까지 마중 나와서 북한의 특별열차를 맞이했으며, 북한 특별열차가 베이징을 떠나 단동역까지 가는 길 역시 함께 배웅을 했다. 또한 베이징 도착 후,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인민대회당에서는 양국의 국가가 연주되었고,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 기간 묵었던 숙소는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시 머물렀던 钓鱼台国宾馆养源斋(조어대 국빈관 양원제)였다. 이것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소위 ‘급번개’가 아닌 전통적인 북·중우호친선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라고 판단 할 수 있다.

평양 <->베이징, DF11z-0002A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선대 지도자들과 같이 철도를 이용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진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시 이용했던 특별열차명은 ‘DF11z-0002A’이다. 이는 선대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용했던 ‘DF11z-0001A’와 숫자만 다른 모델이다.

북한 평양과 중국 베이징은 1954년 5월 21일 철도 개통 이후 지금까지 그 노선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중국 베이징역에서 오후 17:27분에 발차하는 K27 열차는 베이징시, 천진시, 허베이성, 랴오닝성 등 4개 성을 지나 중국 측 접경지역인 단동역에 다음날 오전 07:22분에 도착한다. 약 3시간여의 출입경 수속을 거친 뒤, 오전 10시 단동역을 출발하여 중조우의교(中朝友谊桥)를 건너 북한 신의주역을 거쳐 평안북도, 평안남도 그리도 종착역인 평양역에 17:45분에 도착한다. 전체노정 1,364km의 철로를 꼬박 24시간 걸쳐 달리는 셈이다. 반대 노선 역시 같은 열차가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역순으로 운행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첫 해외 순방으로 중국을 선택하고, 중국 방문에 선대 지도자들이 이용했던 방식과 같은 방식인 철도를 이용한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타고온 전용 열차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타고온 전용 열차ⓒ뉴시스/AP

첫째, 전통적인 북·중우호관계의 계승이다.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항공편을 이용하면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적으로 보나 거리로 보나 철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편리함이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 지도자들의 방식과 같은 철도를 이용한 방중을 선택했다. 시대와 인물은 바뀌었지만 전통적인 북·중우호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자리에서 본인이 첫 해외순방지로 중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북·중우호관계의 전통 계승과 귀중한 북·중우의관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둘째, 북·중 경제교류의 정상화 및 전면화이다. 북한의 대외 무역 거래량의 90%는 중국과의 교역이다. 그리고 북·중 간의 교역은 대부분 단동-신의주를 연결하는 철도를 이용해 이루어지고 있다. 2016년 1월 진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 역시 국제사회의 제제 분위기와 보조를 맞추며 북한과의 거래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철도 방중은 이런 의미에서 시사 하는바가 크다. 북한은 작년 11월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핵·경제 병진 노선 중의 한 축인 국가핵무력 노선을 완성했다. 이제 나머지 한 축인 경제발전 노선에 집중할 시기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북·중 교역의 상징인 기차를 타고 압록강 철교를 건너 중국을 방문함으로서 대내외적으로 대북제재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경제발전 노선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북·중관계의 회복이 아닌
전통적 북·중우호관계의 확인과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서 나눈 대화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중·조(북한)우호전통(中朝友好传统)”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조 간의 전통적인 우의는 양당양국의 선대 지도자들이 직접 만들고 열과 성의를 다해 다듬어 온 쌍방 공동의 고귀한 재산”이며, “중국과 조선(북한)의 역대 지도자들은 꾸준히 밀접한 왕래를 유지해 왔으며 마치 친지와 같이 잦은 왕래를 이어왔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 동지는 중·조관계 발전의 체험자이자 증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양측의 선대 지도자들이 직접 만들고 발전시켜온 조선과 중국 간의 우의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정세 하에서 조선과 중국 간의 우의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전략적인 선택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양측의 정상들이 첫 만남의 시작을 이러한 대담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양국 관계는 전통의 계승과 발전을 이어가겠다는 선언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양국 정상은 이어지는 회담을 통해 각국의 국내 정세 설명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한반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조선이 이것을 위해 중대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중국 역시 계속해서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와 평화정착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한반도의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북·남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을 위한 북·남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이며,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남조선과 미국이 선의를 가지고 우리의 노력에 화답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여기까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양국 정상 간의 대화 내용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8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8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했다.ⓒ뉴시스/신화통신

북한과 중국은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부터 북한 핵문제는 북·미 양자 간의 문제라고 공통적으로 인식해 왔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른바 ‘중국역할론’을 주장하면서 중국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싶었던 미국의 입장이었으며, 북·중 간의 우호친선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최근 한반도 정세와 정상회담 국면에서 중국에 허락을 구하러 급히 찾아간 것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장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한반도 정세가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고, 적지 않은 중요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나는 인정상, 도의상 시진핑 총서기 동지에게 당면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북·중 관계는 예속과 종속 관계가 아니다. 허락과 승낙이 필요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양국은 중국 혁명시기부터 피로 만들어온 전통적인 우호와 친선의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거나 설득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 두 당사국이 직접 해결을 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 역시 일관되게 북한 핵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이기에 중국은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나 북한 인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제재는 반대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각에서 제기 되었던 북·중관계 와해, 해체, 냉각설은 모두 북·중 관계가 깨지길 바라는, 그리고 북한이 고립됨으로서 스스로 무너지기를 바라는 세력들에 의해 만들어진 내용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정상회담은 갑자기 성사된 행사가 아니다. 양국은 이미 작년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 이후부터 당차원의 교류를 진행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시기적으로 북한의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신년사를 통한 공세적인 대외전략 발표, 남·북, 북·미 정상회담 제안까지 이미 중국과의 정상적인 관계 속에서 진행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중국과의 정상회담 역시 그 과정 안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놓고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시계추 전략을 쓰는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들은 근거없는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앞으로 있을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은 그 다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2018년 로드맵에는 이미 이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북·미 대결의 국면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것 이상 이하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미 대결 국면이 평화적으로 해결됨으로써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구축 되면 자국 역시 안정적인 발전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남·북,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 환영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북한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북한이 중국의 힘을 빌려 미국과의 정상회담 국면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데뷔하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번 방중길에 리설주 여사를 동행 한 것 역시 앞으로 있을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에 영부인들이 함께 하는 것과 그 의미를 함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중관계는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첫 해외 순방이 성사되었으며, 김정은 위원장 역시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초청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타고 온 평양-베이징 간의 철도 노선을 통해 북·중 간의 정상적인 교역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고, 중국의 대규모 경제지원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다음 달부터 연이어 개최될 남·북,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진행되었을 가능성 역시 매우 크다. 2018년 봄, 한반도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아닌 평화의 바람이 기대된다.

김정은(왼쪽에서 두 번째)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맨 왼쪽),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5~28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김정은(왼쪽에서 두 번째)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맨 왼쪽),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5~28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뉴시스/신화통신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