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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차이나 패싱? 북한이 왜?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25~28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25~28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했다.ⓒ뉴시스/신화통신

2018년 4월 27일, 지난 65년간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남북 정상들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12시간여 동안의 대화와 행동들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판문점은 더 이상 분단의 상징이 아닌 화해와 협력, 평화와 번영의 상징이 되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전체 3개조 13개항으로 구성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채택되었고, 남북의 최고 지도자는 공동 발표를 통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전 세계에 천명했다. 상상 그 이상의 반전이었다. 이 글에서는 굳이 판문점 선언의 내용과 의의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이 글의 목적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불거진 ‘차이나 패싱’에 대한 실제 의미에 대해 짚어 보는 것에 있다.

왕이 외교부장의 급파?

지난 5월 2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장관급)이 1박 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국내외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 현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급하게 왕이 외교부장의 방북이 진행되었다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이런 여론을 조장하고 있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차이나(China)가 패싱(Passing) 당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국의 훼방과 몽니로 이번 국면이 깨지길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왕이 외교부장의 방북은 이미 남북정상회담 이전부터 예정이 되어 있었던 사안이다. 이번 북·중 외교장관 회담은 북·중 양국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 예상되는 한반도의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지난 3월에 합의했던 시진핑 주석의 방북 일정에 대한 조율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 방문이 중국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한반도 문제에서 자신의 역할과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급하게 외교부장을 파견했다는 의견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정확한 사실에 기반 하면 이번 왕이 외교부장의 방북은 중국이 급하게 파견을 한 것이 아니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공식 초청에 의한 외교라인 간의 교차방문이다. 이미 양국은 지난 3월 28일 진행된 북중정상회담을 통해서 북·중 전통적 우호친선관계의 재확인과 함께 남북,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 중국이 ‘차이나 패싱’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교부장을 급파했다? 사실도 아니지만 만약 이게 실제라면 중국과 북한의 밀당(?)이 너무 심한 게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해 7월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해 7월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시진핑이 전화를 안 받는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이어 전화 통화를 진행하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 그러나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가 늦어지면서 또다시 ‘차이나 패싱’이라는 단어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정상 간의 핫라인은 대통령이 전화를 하고 싶다고 직접 전화를 하고 상대방에서 ‘따르릉’ 소리를 듣고 직접 받는 것이 아니다. 실무라인에서 미리 조율을 통해 합의된 이후 각 정상들 간의 통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전화통화 요청에 중국정부에서는 현재 인도 총리의 국빈 방문으로 각종 현안들에 대한 정상회담과 지방 출장이 진행중이라 며칠 뒤에 통화를 했으면 한다고 답해 왔다. 그리고 중국은 북한과의 소통을 먼저 진행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북·중 양국은 남북정상회담 진행 직전에 진행된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준비 현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고,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대한 협의 역시 예정되어 있었던 수순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볼 때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리용호 외무상이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의 방북을 초청한 것은 매우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5월 4일 ‘차이나 패싱’으로 화가 난(?)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전화통화가 진행되었고, 양국 정상은 서로에 대한 덕담과 함께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시진핑 주석의 화가 그사이에 풀린 것일까?

차이나 패싱? 누가 원하는 것일까?

일부 언론에서 ‘차이나 패싱’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 중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으로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판문점 선언’ 제3조 3항의 내용이다. 이 조항을 보면 그 의미에 대해 중의적으로 판단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선언문에서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회담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를 한 것이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혹은 서명 당사국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선언문에 있는 ‘또는’이라는 표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회담 당사국 결정 과정 역시 중국과 사전협의를 통해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을 빼고 남·북·미 3국이 종전선언에 서명하는 것은 사실상 그 국제법적 효력에서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또한 정전협정 체결의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보면 중국이 당사국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때문에 설령 남·북·미 3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합의와 협력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이 현재 국면에서 중국을 배제할 필요가 있을까? 북한은 지난 4월 20일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노선을 제시했다. 그리고 열흘 후인 4월 30일에는 이를 관철하기 위한 당·국가·경제·무력기관 간부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내용은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과학교육사업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건설 목표 실현을 위해서 다각도의 전략을 마련해 왔다. 그중 가장 많이 분석한 모델이 바로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 추진할 사회주의 경제건설 과정의 모델은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여기에 북한의 특성을 결합한 새로운 북한 특색 사회주의 경제노선일 것이다. 과학기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월말 방중 했을 때 중국 베이징의 실리콘 밸리라고 할 수 있는 중관촌(中关村)과 중국과학원을 방문한 것 역시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9일 방중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선물을 소개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2018.03.29.
북한 조선중앙TV가 29일 방중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선물을 소개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2018.03.29.ⓒ뉴시스 /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체제의 보장과 안전은 미국과의 관계이지만, 체제 발전과 경제발전은 중국과의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개선되고 이후 북미 수교가 맺어지는 수준까지 발전한다고 해도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고수한다는 북한을 적극 지지하거나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된다고 해도 북한은 중국과 잡은 손을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미국과의 국력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을 선택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도리어 미국과의 담판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북한에게는 이번 담판 테이블을 보증해 줄 수 있는 중국이 더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누구 한쪽이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국경을 접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북한과 중국이 서로를 배척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차이나 패싱’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미국과 남한의 일부 세력들이 꼼수를 부려 이번 국면에서 중국을 배제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을 배제시키면서 중국의 훼방과 몽니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중국의 훼방과 몽니로 이번 국면이 깨지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을 배제하면서 이 국면을 돌파하고자 하는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이며, 남한 정부 역시 사드 보복으로 최악의 관계에서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이에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차이나 패싱’을 바라고 있는 분들에게 정중히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는 늦은 듯 싶습니다. 그러니 어렵게 찾아온 역사적인 기회를 ‘차이나 패싱’이라는 꼼수로 방해하는 우(愚)를 범(犯)하지 마시길...”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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