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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북한에 ‘신체포기 각서’ 써줬다고 흥분하는 일부 전직 군 장성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는 앞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에 서명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는 앞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에 서명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우리 군을 무장해제하고 ‘신체포기 각서’를 써 준 셈이다”, “군사적으로 전쟁에 패배한 국가나 서명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서다”

지난 23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준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두고 일부 예비역 장성들이 주장했다는 말이다. 이분들 말대로라면 이번 군사합의서로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거덜났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기자는 일부 보수 언론 등에 보도되는 이러한 주장을 보고 아연실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장의 맞고 틀림을 떠나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국방을 담당했다는 사람들의 말이라고 하니, 국민들에게는 얼마나 파급력이 클 것인가 하는 우려였다.

또한, 굳이 이른바 ‘안보 팔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렇다면, 당신들은 여태까지 무얼 했다는 말인가”라는 비난이 절로 나왔다. 왜 이른바 ‘똥별’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는지, 그리고 국가안보 분야에서도 적폐 세력을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지를 실감했다.

단 1%의 사실과도 맞지 않는 이들의 주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의 슬픈 치부를 드러낸다. 이들의 주장은 ‘전부 우리 군이 양보했다’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합의서 어디에도 그런 문구는 없다. 사격 및 훈련 중지 등 전부 남북 ‘쌍방’이 동시에 취해야 한다. 그런데도 마치 우리 군만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허황된 주장인 것이다.

동·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 일정 지역을 남북은 모두 포사격이나 해상훈련을 중지하고 포문폐쇄 조치 등을 취하기로 했다. 아마도 이를 비난하는 전직 장성들은 현직에 있을 때 북한은 남쪽 방향 해안선 일대에 수많은 해안포를 설치하고 언제든지 연평도 등을 타격하고 수도 서울을 급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당시 그러한 위협을 막았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은 11월 1일부터 합의서에 따라 해당 지역 해안포 포문을 폐쇄하고 군사 훈련도 중단해야 한다. 남과 북이 과거에 이런 완충지역만 설정해 놓았더라도 많은 해상 출동 사건은 사전에 방지되었을 것이다.

‘쌍방 동시 조치’는 무시하고 “우리만 포기했다”고 여론 호도

군사분계선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우리 전방부대가 이제는 무인기 정찰도 못하게 되었다고 난리다. 그런데 청와대는 물론 남한 곳곳을 촬영하고 돌아가는 북한 무인기 사건을 언급하면서 큰일 났다고 떠든 것은 이들이 근무한 시절이 아니던가?

쌍방이 똑같이 비행금지구역인데, 마치 우리만 못한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정말 말이야 바로 하자. 올해만 해도 국방부는 국민세금 2조4천억 원을 들여서 미국의 최첨단 해상초계기 ‘포세이돈(P-8A)’ 6대를 미국으로부터 사 오기로 확정했다.

한미동맹으로 미국은 북한 상공에 이 잡듯이 군사첩보위성을 가동하고 있고, 최첨단 극비무인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고의 감시자산이 있다. 또 우리 군도 국민세금으로 북한은 도저히 따라올 수가 없는 감시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휴전선에 무인기를 못 띄어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탐지할 수가 없다고?

육상의 군사분계선 쌍방 5km 안에서의 사격훈련 및 기동훈련 중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혹 자신들이 근무할 때, 북한은 수도 서울을 집중 타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 등 모든 화력을 군사분계선 일대에 집중 배치해 놓았다고 국민 불안을 자극한 장본인들은 아닌가?

이들이 정말로 양심이 있다면, 왜 금지구역을 10km 범위로만 했냐고 하면서 상호 완충지대를 더 늘리라고 주장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의 군사도발도 막고 수도 서울을 위협으로부터 점점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그나마 전직 군관료 출신의 마지막 도리일 것이다.

“한국군이 그렇게 약해요?”... “긴장완화 없이 어떻게 평화정착 논하냐”

기자는 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주한미군 관계자에게 솔직한 답변을 요구하면서, ‘이번 남북군사합의서로 인해 주한미군의 훈련이나 준비태세에 지장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평소와 같다. 아무 지장이 없다”였다.

그는 기자가 ‘일부 한국군 예비역 장성이 이제는 아무 대비도 못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말도 있다’고 말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한국군이 그렇게 약해요?”라고 반문하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차마 부끄러워서 더 이상은 물을 수도 없었다.

기자는 또 최근 사석에서 우리 군의 영관급 장교에게 ‘우리가 정말 많이 양보한 것이 맞냐’고 솔직한 답변을 요구하자, “비무장지대를 원래 의미인 비무장지대로 돌리고 쌍방이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것이 무슨 양보 운운할 일이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다른 영관급 장교는 이에 관해 “평화정착을 말하면서 남북이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설정하고 이행해 나가지 않는 한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 첫 삽을 떠는 조치를 반대한다면, 다른 대안이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 장교들은 기자가 일부 예비역 장성의 주장을 언급하자 대책이 없다는 듯이 허공을 바라봤다. 이야기가 방산 비리 문제로 옮겨가자 한 장교는 “상명하복의 군대문화만 탓하면, 방산 비리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며 “비리가 생길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고 개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똥별’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우리 군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불신 속에서도 기자는 이들 영관급 장교들과의 대화에서 우리 군도 희망이 있다는 안도감을 다소 느꼈다. 그러자, 갑자기 정말 누가 우리 국방을 병들게 하는 ‘신체포기 각서’를 썼을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몰려왔다.

진정한 국방의 의미는 수십만, 아니 수백만 사람들이 피를 흘리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일부에 지나지 않는 예비역 장성들의 주장이지만, 기자가 ‘신체포기 각서’ 운운하는 이들의 말에서 ‘안보 팔이’로 방산 비리에 휩싸였던 과거의 악취를 느꼈다면, 나만의 기우일까.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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