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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아픈 역사 넘어’ 우토로 평화기념관에 머리 맞댄 시민사회
우토로역사관을위한시민모임은 26일 '시민과 함께 만드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워크숍을 갖고 우토로기념관의 건립 방향과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우토로역사관을위한시민모임은 26일 '시민과 함께 만드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워크숍을 갖고 우토로기념관의 건립 방향과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민중의소리

일본 우토로 마을 현지에 건립될 평화기념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 방향을 위한 다각적인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우토로역사관을위한시민모임(공동대표 류종열, 박연철, 정진우)은 지난 26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첫 번째 워크숍을 열고, 우토로 평화기념관의 건립 방향과 과제에 대한 토론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평화를품은집’, ‘이한열기념관’, ‘문익환 통일의 집’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 및 제안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평화를품은집 명연파 집장(대표)은 “우토로 평화기념관 내의 상설전시관을 ‘우토로의 슬픈역사’를 아우르는 ‘디아스포라(Diaspora, 원래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을 일컬음) 전시관’으로 꾸미면 좋겠다”며 “세계의 디아스포라 역사, ‘우토로의 슬픈 역사’를 함께 다룬다면 우토로 주민들이 갈망하는 ‘우토로의 슬픈 역사’가 우토로만의 일이 아닌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기에 보다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를품은집은 제노사이드(인종,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여 전멸시키려는 행위) 역사자료관을 통해 민간인 학살이나 제노사이드 사건의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평화에 대한 연구나 교육자료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또 문영미 이한열기념관 학예연구실장 겸 문익환통일의집 상임이사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을 서두르지 말고 준비 과정에서 가능한 많은 관련자를 만나고 유사한 박물관을 방문,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학예사와 같은 전문 인력을 시작단계부터 고용해 함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인권과 통일, 소통과 화해라는 주제를 가진 박물관으로 우토로 주민들의 역사를 후대에 잘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열기념관의 경우, ‘이한열운동화 프로젝트’를 예를 들면서 이한열 열사의 한 짝 남은 타이거 운동화 복원을 성공 사례로 꼽았다. 복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L의 운동화’라는 소설로 쓰이고 이후 영화 ’1987’에서도 운동화가 중요 모티브로 사용된 것을 설명했다. 문 실장은 “유물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매개체”라며 “이를 통해 당시를 겪지 못했던 이들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문성근 흥사단 정책기획국장은 독일 베를린의 호헨숀하우젠 추모지 박물관 등을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우토로 평화기념관이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아니라 다양한 도구(영상, 구술, 그래픽, 조형물 등)를 통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시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생동감을 유지하기 위해 학술적 연구가와 함께 병행되는 전시, 관람 후에 회의나 세미나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토로역사관을위한시민모임은 26일 '시민과 함께 만드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워크숍을 갖고 우토로기념관의 건립 방향과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우토로역사관을위한시민모임은 26일 '시민과 함께 만드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워크숍을 갖고 우토로기념관의 건립 방향과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민중의소리

이와 함께 김종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업본부장은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일반적인 기념관이 아니라 우토로 주민의 커뮤니티공간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면서 “고령화되어 있는 주민 구성 등을 생각할 때 기념관 뿐 아니라 앞으로 마을이 어떻게 변화되어 갈 것인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념관 안에 이야기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비록 작더라도 마을이 소유한 부지 전체를 활용한 확장적 구성을 상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를테면 마을로 이어지는 길, 마을 안의 길, 공원과 정원 등 부대시설에도 이야기를 담아내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 자리에 함께한 우토로 주민회 하수부 부회장은 “우리는 슬픈 역사를 뛰어넘어 한국과 일본, 재일조선인들과 시민사회의 연대로 우토로를 지키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힘을 합쳐 다음 세대를 위한 배움의 장, 한일 시민의 장으로서 우토로가 그 역할을 다해나갈 수 있도록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30년 넘게 우토로 주민들과 함께해 온 '우토로(ウトロ)를 지키는 모임'의 다가와아키코(田川明子) 대표도 “우토로에서는 남과 북도 없고, 재일조선인과 일본인의 구분도 없다. 모두가 우토로 주민이며, 이는 평화기념관의 컨셉을 잡아가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곳에 가면 누구나 만날 수 있고, 맛있는 커피와 김치를 먹을 수 있는 유대관계를 확산시킬 수 있는 공간이 평화기념관에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시민모임은 평화기념관 건립 비용(약 20억 원) 마련을 위해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배우 김혜수, 방송인 유재석, 하하, 김미화 등이 참여,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비용 모금에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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