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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을 통해 마주하는 ‘엄마’의 삶… 영화 ‘시인할매’와 ‘칠곡가시나들’ 2월 개봉
영화 ‘시인할매’와 ‘칠곡가시나들’
영화 ‘시인할매’와 ‘칠곡가시나들’ⓒ기타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무엇일까?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그럴싸하게 말해보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그 길이 어떠한 지 우리는 잘 모른다. 어르신들의 깊은 주름을 볼 때마다 그 주름에 새겨진 모진 풍파와 세월이 떠오르는 듯 하다. 글도 모르고, 배운 것도 없다며 자신들의 이야기는 마냥 참으며 살아온 할머니들이 어느날 글을 배웠다. 그리고 글을 통해 지난 세월을 담아낸다.

전남 곡성의 윤금순 할머니는 “사박사박/장독에도/지붕에도/대나무에도/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잘 살았다/잘 견뎠다/사박사박” 사박사박 내리는 눈에도 당신이 살아온 삶을 위로받는다. 경북 칠곡의 박금분 할머니는 “몸이 아프면 빨리 죽어야지 시푸고, 재밌게 놀 때는 좀 살아야지 시푸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따뜻한 통찰을 시 ‘내 마음’을 통해 전한다.

오는 2월 이들 할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바로 이종은 감독의 영화 ‘시인할매’와 김재환 감독의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다.

오는 2월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시인 할매’는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어 폭발적인 호평을 이끌어낸 화제작이다. 세월의 풍파에 밀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도 못한 채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에게 ‘시’와의 만남은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도 같았다. 서봉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열린 후, 할머니들은 인생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고 서툴지만 아름다운 시를 써내려 나가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일하다가도, 자식들을 떠올리다가도 펜을 들고 시를 썼고, 삶의 모진 풍파를 담담하게 담아낸 할머니의 가슴 따뜻한 음절들은 우리의 마음 깊숙이 자리잡았다. 2013년, 성인문해교육시화전에서 할머니들의 시가 장려상을 받으며 2016년 ‘시집살이 詩집살이’ 출간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할머니들은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버티고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영화 ‘시인할매’는 ‘시집살이 詩집살이’ 속에 담긴 할머니들의 일생과 회환이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지난 세월을 관통하는 우리 시대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만드는 헌사와도 같은 이번 작품은, 책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따스한 시골 풍경과 할머니들의 소소한 일상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어머니’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2월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칠곡 가시나들’도 비슷하지만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이 영화는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의 일곱 할머니들 이야기로, 매일매일 일용할 설렘을 발견하며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향해가는 ‘웰컴투에이징’ 다큐멘터리다.

평균 나이 86세, 생전 처음 배운 한글로 마음에 문뜩 떠오른 사랑, 공부, 자식 등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짧은 시로 승화시켜 2015년 ‘시가 뭐고?’라는 시집을 출간,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할머니 시인’들로 공인된 할머니들이 주인공이다. 특히 카랑카랑한 경상도 사투리 콕콕 박힌 서툰 글씨로 툭툭 던지는 할머니들의 시에는 유머 넘치는 삶의 통찰과 지혜와 듬뿍 담겨있다.

‘트루맛쇼’, ‘MB의 추억’, ‘쿼바디스’, ‘미스 프레지던트’를 연출하고 ‘자백’을 프로듀싱한 김재환 감독이 3년 간 마음을 부은 휴먼 다큐 ‘칠곡 가시나들’은 우리 모두의 할머니, 어머니,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바치는 헌사의 영화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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