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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현의 교육희망] 전교조 법외노조, 촛불 시대 적폐로 만들 것인가?

권종현 전교조 부대변인이 새 필진으로 합류했습니다. 권 부대변인은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을 역임하는 등 공교육 강화와 사립학교 개혁 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일까,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일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실행한 과거 정부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누구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권력 남용의 사례로 분명하게 인식했고, 집권하면 우선 해결할 것임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혔다. 촛불 항쟁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순리대로 곧 해결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법외노조 상태 방치는 전교조에는 부당한 희생을, 사회 전체에는 적지 않은 불필요한 비용을 계속 요구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집권 1년을 넘기고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결과를 얻은 후에는 곧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피해 구제와 원상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여전히 6만여 명에 이르는 교원들의 발목에 법외노조라는 족쇄를 채우고 있다. 기본권침해, 공익 가치 저해, 사회 통합 훼손 등 적지 않은 피해가 낭자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촛불 상식에 기반한 신뢰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권력 남용이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까지 이어지며 급기야 촛불 적폐로 명명될 시점까지 이르렀다.

전교조 조합원들과 해고자 등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법외노조 취소를 요구하는 10만5천여명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전교조 조합원들과 해고자 등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법외노조 취소를 요구하는 10만5천여명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김철수 기자

전교조에 노골적인 적대감 드러낸 이명박·박근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였던 2009년 6월 19일, 원세훈 국정원장은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며 척결할 것을 지시했다. 이듬해 노동부는 전교조 규약을 문제 삼아 1차 규약시정명령을 내렸다. 해고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것이었다. 조전혁 의원 등은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며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2011년 2월, 원세훈은 다시 전교조 불법화 추진 지시를 내렸다.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의 단체들이 끊임없이 전교조를 이념적으로 공격했고, 보수언론이 확대 재생산하며 팀워크를 맞췄다. 2012년 9월 노동부는 2차 규약시정명령을 내렸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박근혜는 대선 기간 중 TV 후보토론회에서 전교조를 해충에 비유하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취임 후 전교조와는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 9월 23일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하여 갑자기 10월 23일까지 규약 및 해직자 활동 배제 시정을 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총투표로 대응하였다.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전교조가 확인하려고 했던 것은 수용이냐 거부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수용이냐 거부냐의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 놓은 선택 메뉴에 불과했다. ‘수용’은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정체성 훼손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거부’는 법적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이었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노동조합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박근혜 정부의 노림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는 놀라웠다. 거부율 68.59%, 조합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했다. 6만 조합원들은 해직자와 전교조를 함께 책임지는 길을 선택했다.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게 한 장의 팩스로 법외노조임을 통보했다. 1999년 7월 1일부터 14년 4개월 동안 합법노조로 활동해왔던 전교조는 하루아침에 법상 노조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법외노조 통보 직후 ‘어버이연합’은 전교조 사무실 앞에서 협박 시위를 벌였고, 교육부는 미리 준비한 후속 조치를 전광석화처럼 발표했다. 노조 전임자 휴직허가를 취소하고 복귀를 명령했다. 조합비 원천징수를 금지하여 큰 혼란과 재정적 손해를 발생시켰다. 사무실 지원을 중단했다.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단체교섭을 중지했으며,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던 전교조 조합원의 위원 자격을 박탈했다. 노동위원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제소권도 빼앗았다. 본부와 지부에서 전임으로 근무하던 34명의 집행부가 해직됐다. 창립 당시 1,500여 명의 해직에 이은 두 번째 대량해직 사태다. 이 모든 피해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재판거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재판거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임화영 기자

전교조 둘러싼 일곱 차례 판결과 사법부의 재판 거래

법외노조 통보 직후 전교조는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일곱 번의 사법적 판단이 있었다. 법외노조통보처분의 취소를 구한 본안재판이 두 번 있었다. 1심과 2심 모두 전교조가 패소했다. 반면 본안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법외노조통보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 결정은 네 차례가 있었다. 1심과 2심에서 인용 결정이 내려졌고 전교조가 모두 승소했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2심재판부(재판장 민중기)의 가처분재판 인용결정에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했다. 즉각 소송으로 다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노동부는 당일로 2심법원의 가처분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장을 대법원에 제출했고, 대법원(주심대법관 고영한)은 2심재판부의 가처분인용결정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전교조의 패소였다. 그런데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의 재판부(재판장 김명수)는 다시 인용 결정을 했다. 이로써 본안재판이 아닌 네 번의 가처분재판에서 전교조는 1심과 2심은 승소, 대법원의 재항고심은 패소, 파기환송심은 승소라는 3승 1패의 성적을 거두었다.

또 한 번의 사법적 판단은 헌법재판소 판결이었다. 2심재판부는 가처분재판에 대한 인용결정과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재판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현직교사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조항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하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둘러싼 모든 논란은 종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가처분인용결정 재항고심과 2심 본안재판도 모두 헌재의 판결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헌법재판부는 재판관 8:1의 압도적 표차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교원노조법 제2조가 합헌이라고 해서 행정당국이 해직교사의 규모나 적법절차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노조 아님을 통보하라는 뜻은 아니다’라는 단서 문구에도 불구하고 합헌 결정은 이후 판결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어진 대법원 재항고심의 파기환송 결정과 2심재판부의 본안판결이 모두 전교조의 패소로 나타났다. 일곱 차례의 판결이 내려질 때마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는 계속 바뀌었다.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필자 제공

전교조를 공격하고 법외노조를 기획하여 집행하는데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그리고 극우단체가 긴밀히 공조한 사실은 이미 너무 많이 드러났다. 그런데 국민들이 더욱 경악하며 절망한 이유는 정의의 최후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사법부조차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와대에 보고하고 의견을 조율했다. 1심 본안재판이 이루어지기 전인 2014년 1월에 이미 재판 진행 상황을 파악하여 작성한 문건을 청와대에 직보했다. 고(故) 김영한 수첩에는 대법원 보고에 바탕해 승소를 예상한 실효성 확보를 위한 조치들이 가득 메모되어 있었다. 실제로 1심 본안판결이 전교조의 패소로 나오자마자 교육부는 후속 조치들을 시나리오대로 진행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며 노골적으로 치적을 자랑했다.

심지어 2014년 10월, 법원행정처 임종헌 차장의 컴퓨터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재항고이유서’ 문건이 발견되었다. 고용노동부가 아직 재항고 서류를 접수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나중에 고용노동부가 재출한 재항고장은 임종헌의 ‘재항고이유서’와 동일한 것이었다. 재판은 법과 양심에 따른 정의실현 과정이 아니라 거래에 따른 시나리오를 집행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가처분 인용 결정을 했던 민중기에서 양승태 키드인 황병하로 재판장을 교체하고 진행했던 2심 본안재판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울려퍼진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을 촉구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국제노동기구(ILO), 국제교원노조연맹(EI), 전국시도교육감협의 등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만 각각 여러 차례다. 특히 ILO는 2013년 3월 5일 전교조 법외노조 위협에 따른 1차 긴급개입을 시작으로 2013년 10월 법외노조 처분에 따른 2차 긴급개입, 2014년 3월 한국 정부의 결사의 자유 위반 371차 보고서를 채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2017년 6월 법외노조 처분 즉각 철회와 관련법 개정 권고, 2018년 4월 ILO 핵심협약 비준과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국제토론회 등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정부의 교사·공무원 노동권 보장과 관련 법령 개정을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국가기관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등에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2항을 폐지하고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 금지를 삭제하거나 행정부 직권취소를 통해 전교조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 또는 촉구했다. 2010년 10월 19일 이명박 정부 국가인권위원회서조차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근거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하였고,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주문했었다. 특히,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공무원에게까지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제출했었다.

교수연구자 423명의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 즉각 이행 촉구 선언(2018.08.16) 등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사태 해결 요구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의 새로운 논리와 명분은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침해 앞에서 얄팍한 정치적 셈법을 거둘 수 있는 위정자들의 용기일 뿐이다. 부당하게 권리를 빼앗긴 국민의 고통, 불필요하게 치러야 하는 이념적 갈등과 사회적 비용, 교육 개혁 과정에서 제약당하는 현장 협력에 대한 입법, 사법, 행정 당국의 냉철한 인식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교조 사무실을 찾아 권정오 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유 장관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위해 전교조와 함께하겠다”고 적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교조 사무실을 찾아 권정오 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유 장관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위해 전교조와 함께하겠다”고 적었다.ⓒ민중의소리

전교조 창립 30주년 이전에 해결해야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묻는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일까,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일까. 과거 정부가 입법부작위, 행정 권력 남용, 사법 거래를 통해 일으킨 교육 농단 사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도 입법부작위는 변함이 없고, 행정부작위에 의한 기본권침해 상태도 여전하며,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3심 본안판결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법원에서 기약 없이 잠만 자고 있다. 전교조는 여전히 이마에 새겨진 법외노조 낙인을 달고 청와대와 대법원 앞에서 힘겹게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소송 중 법상 지위를 회복했던 기간을 제외한 법외노조 기간 일수는 총 754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외노조 상태로 피해가 방치된 기간은 며칠일까. 오는 6월 4일은 대통령 취임 755일째가 되는 날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피해 기간이 문재인 정부에서 더 길어지는 날이다. 다가오는 5월 10일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며, 5월 25일은 전교조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예정한 날이다. 지난 2월 20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유은혜 장관을 30주년 기념식에 공식 초청하였다.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고 대통령의 축하 메세지를 들고 참석해달라”는 요청이었다.

6월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100주년 기념 총회를 개최하는 세계노동기구(ILO)는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했다. 국제사회에 노동인권 향상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참가를 희망한다고 한다. 만약 그때까지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교조 법외노조 기간이 실질적으로 박근혜 정부 때보다 길어진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실질적으로 촛불 시대의 적폐이며 문재인 정부의 교육 농단이 되는 시점이다. 그러므로 법외노조를 해결할 적기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기를 맞이하는 5월 10일 이전이어야 한다. 늦어도 전교조 창립 30주년 기념일 이전이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교육개혁을 지향하는 전교조와 문재인 정부 그리고 적폐 청산과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열망하는 국민 모두에게 큰 불행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권종현(전교조 부대변인, 우신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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