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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정의 농업수다] 슈퍼예산 500조, 농업은 어디 있나

홍수정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이 새 필진으로 합류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내년도 정부예산이 5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 예측된다. ‘슈퍼예산’이다. 2017년 400조원이었던 예산이 3년 만에 100조 원이 증액됐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2018년 14조 4,996억 원(전년대비 0.08% 증가), 2019년 14조 6,596억 원(전년대비 1.1% 증가)이었다. 국가 전체예산 대비 농업예산 비율은 2019년 기준 3.1%에 그쳤다. 2010년에 5%였던 것을 생각하면 대폭 하락한 것이다. 게다가 2018년 변동직불금 예산 1조 800억 원 가운데 5408억 원의 불용예산이 발생했는데 이는 농업예산 증액 109억 원(0.08%)의 50배에 달한다. 불용예산을 반납하면 지난해보다 5000억 원 이상이 감액되는 것과 같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18.08.29)하고 지난해 9월, 농업예산 삭감 철회와 문재인 정부 농정을 규탄하는 전국농민대회를 진행 한 바 있다. 농민들은 농업예산을 국가 전체예산의 5%까지 확대하고, 전체예산 증가폭에 비례하게 농업예산도 같이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농정을 답습한 수준에 그쳤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회원들이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직불제 밀실야합 반대 등을 외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회원들이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직불제 밀실야합 반대 등을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방예산 8.2% 증가할 때 농업예산은 1.1% 증가뿐
농업예산 5% 확대는 9년 전 수준 회복하자는 것

농업예산은 갈수록 초라해지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국방비예산이다. 2019년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8.2% 증액됐다. 이는 2008년 이래 최고 수준이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평균 증가율 4.4%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평화번영의 시대에 ‘국방비 역주행’이 시작된 것이다.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이미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군사 분야 합의는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이라 평가해놓고 상대측의 지도부를 무력화하는 전쟁장비 구입예산을 확대하는 하는 것을 무어라 설명하기 어렵다. 2023년까지 국방비를 년 평균 7.5% 인상한다는 계획은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선언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선언을 역행하는 것이다.

농업예산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는 농민수당이다. 농민수당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생산하는 농민에게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보상함으로써 농업,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이미 농민수당은 빠른 속도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농촌사회 붕괴 해소, 농촌인구 소멸 방지, 지역활성화를 위해서도 농민수당제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둘째, 농지이용실태 전수조사다. 직불제 개혁을 앞두고 직불제 부당수령 문제가 대두됐다. 농사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 직불제를 받고, 정작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은 받지 못하는 폐해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인 농지이용실태 전수조사를 진행해 부당수령자를 찾아내 선별해야 한다. 마을별 농지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마을별 농민여부 확인, 직불금 부당수령 감시, 임차료 상한선제 심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농산물 값 보장이다. 채소값이 최근 폭락했다. 수입농산물이 밀려오는데 정부는 속수무책이고 농민들은 급기야 논밭에서 농산물을 갈아엎고 있다. 아무리 직불제를 개편해도 농산물 값이 떨어지면 농가소득을 보장받을 수 없다. 농민들이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려면 쌀 값 안정대책부터 세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정부는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를 빠른 시일 내 도입해야 한다. 수매비축 예산, 농협과 농민간 계약재배 예산 역시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농업예산 5% 확대는 사실 9년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정도다. 죽이지 말자는 주장이지 살려내라는 주장이 아니다. 500조 슈퍼예산 시대, 농업은 어디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농업홀대, 개혁 역주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 대폭 확대해야할 것은 국방비가 아니라 농업예산이다. 농업예산이 농업회생의 동력이다.

홍수정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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