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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단톡방’ 로이킴 처벌이 가벼울 수밖에 없는 이유
음란물 유포 혐의로 가수 로이킴이 10일 오후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으로 광수대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br
음란물 유포 혐의로 가수 로이킴이 10일 오후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으로 광수대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경찰은 가수 로이킴과 에디킴을 ‘음란물 유포죄’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지난 11일 밝혔다. 두 사람은 가수 정준영 등이 참여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성적 촬영물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로이킴 등에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 음란물 유포죄는 성폭력범죄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법 체계에서 음란물 유포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로 금지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음란물 유포죄는 이른바 ‘야동’을 유포해 온라인의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친 행위를 규제한다.

이는 정준영·승리·최종훈 등의 혐의인 ‘동의 없는 유포죄’와 다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2항은 성적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현행법은 동의 없는 유포가 온라인 성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제는 음란물 유포죄와 동의 없는 유포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두 죄목을 가르는 기준은 촬영·유포에 대한 촬영대상자의 동의 여부다. 그러나 촬영물만으로는 대상자의 동의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합의하고 찍은 성적 촬영물일 경우, 촬영물에서 대상자가 ‘유포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피해 촬영물임을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실상은 촬영대상자가 촬영·유포에 동의하지 않은 촬영물을 유포했을지라도,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확인하지 못하면 음란물 유포 혐의가 적용된다. 온라인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고, 알려질까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특정도 쉽지 않다. 이 경우 성범죄자는 성폭력 처벌법을 빠져나가게 된다.

음란물 유포죄는 처벌 수위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동의 없는 유포죄와 달리, 음란물 유포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실제 처벌도 미미…불법촬영 유포에 사실상 무방비

실제 처벌은 더욱 미미한 수준이다. 음란물 유포죄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4월 18일부터 1년간 해당 혐의에 대한 각급 법원의 판결문을 검색한 결과, 초범인 피고인 중 실형을 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동종 전과가 있거나 음란물 유포죄와 함께 다른 혐의를 받았다.

피해 촬영물을 웹하드 등에 대량으로 올리는 헤비 업로더에게 내려진 처분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 이태영 판사는 음란물 수백 건을 유포한 A 씨 등에게 “죄질이 불량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또 지난 1년간 판결문 검색에 따르면, 웹하드에 수천 건의 음란물을 유포한 헤비 업로더들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1618회 음란물을 유포한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5066회·1만5000회 음란물을 유포한 B·C 씨에게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런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에 따르면, 성적 촬영물 유포 혐의를 받는 다수의 피고인은 해당 촬영물을 다른 곳에서 퍼온 것일 뿐 불법 촬영·유포된 촬영물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의 없는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법정에서 피해 촬영물인지 몰랐다고 주장해 공판 중 법리를 재검토하는 사례도 있었다.

온라인 성범죄의 핵심인 유포 행위에 대해 현행법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한사성 이효린 대표는 “언제까지 동의 없이 촬영물을 유포한 성범죄자들이 사회에 그대로 풀려나는 모습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현행법은 사이버 성폭력 범죄자를 계도하고 규율하는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피해 촬영물 재유포자들까지 포괄할 수 있게끔 성폭력 처벌법 제14조를 개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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