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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서방의 비난처럼 일대일로는 실패하고 있을까

중국 베이징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고 있다.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베이징 현지 분위기나 입국하고 있는 각 국 정상들의 면모를 보면 여러 언론에서 보도해 왔던 일대일로 협력 당사국의 경제 파탄, 부채 폭탄으로 인한 계약 해지 속출 등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져 시진핑 정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일대일로’에 대한 평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대일로(一带一路) - 실크로드 경제벨트+21세기 해상실크로드

일대일로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2013년 9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방문 시 제시한 ‘실크로드 경제벨트(丝绸之路经济带)’의 ‘일대(一带)’와 같은해 10월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 방문 시 제시한 ‘21세기 해상실크로드(21世纪海上丝绸之路)’의 ‘일로(一路)’를 건설하자는 구상의 줄임말이다.

두 단어에는 모두 ‘실크로드’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역사상 중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가 바로 과거 실크로드로 세계 무역의 중심이 되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가 내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슬로건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 서부 및 중남부 지역과 유라시아 연결 핵심 거점 지역인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지역은 물론 유럽 대륙과 아프리카에 철도, 도로, 항만, 공항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육상, 해상 연계망을 건설하여 운송 인프라를 구축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중심으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유라시아 경제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즉 안으로는 중국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재도약을 이루고 밖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주도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해 글로벌 차원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다목적의 전략이다.

중국은 2017년 10월 개최된 제19차 당대회에서 당장(党章)에 일대일로를 명시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즉 ‘일대일로’는 시진핑 주석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순방 중 지역 국가들과의 우호협력 관계의 확대를 위해 언급한 수사 중 하나가 아니라 중국 발전 국가대전략의 핵심이 된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AP

실패의 길을 걷고 있다던 일대일로는 어떻게 돌아 왔나?

2017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는 중국의 굴기와 함께 야심차게 준비해 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개최됐다. 당시 29개국 정상과 130여 국가, 70개 국제기구에서 총 1,5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한 대규모 국제행사였다. 마지막날 중국 포함 30개국의 정상들은 원탁회의를 통해 상호 협력과 발전을 실현하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앞으로 ‘일대일로’를 주제로 하는 정상포럼을 2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2년이 지났다.

지난 2년 동안 중국의 일대일로는 파탄 일로를 걸어 온 듯하다. 적어도 한국의 언론에서는 말이다. 지난 2년 동안 언론을 통해 비춰진 일대일로는 쇄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인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이 협력국에 돈을 대출해 주고 중국 기업은 이 돈으로 이익을 챙긴다. 그리고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수행에 들인 비용은 해당 국가의 부채로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한 국가들은 심각한 경제 파탄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채를 빌미로 중국의 내정 간섭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일대일로에 함께 하기로 했던 국가들의 이탈이 연이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이징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도 되어 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2년 만에 개최되는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는 러시아, 이탈리아, 스위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37개국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 IMF 총재 등 두 곳의 국제기구 수장을 포함해 150여개 국가와 90여개 국제기구에서 약 5,0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한다. 이는 매년 1월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의 규모를 훌쩍 넘어서는 초대형 국제포럼이다.

일대일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실력을 키워 오던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국으로서 큰 걸음을 내딛는 시작을 알린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진행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최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의 설립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세계에 눈엣 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때부터 미국은 일대일로에 대해 중국의 패권 전략이자 부채에 기반을 둔 외교술인 '채무 함정 외교'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 언론은 그 내용을 그대로 번역해서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일대일로가 미국과 여러 서방국가들이 비난하는 것처럼 중국의 거대한 자본을 중심으로 협력의 틀이 만들어 지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및 동·서남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과정에서 사업 추진이 재검토 되거나 일부 계약이 파기된 경우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멀쩡했던 국가 경제가 중국의 압박에 의한 과도한 인프라 건설 계약으로 인해 파탄 나고, 그 과정에서 중국이 정치적으로 이익을 얻어간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의 왜곡을 넘어 거짓된 정보를 유포하는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달갑지 않은 세력들의 시선과 달리 일부의 사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대일로 관련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중국 정부에서 발표한 ‘일대일로 공동 건설 구상:진전, 공헌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제1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중국과 협력 프로젝트에 서명한 국가 또는 국제기구가 68개였으며, 5개 분야, 76개 대항목, 279개 구체조항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3일간의 짧은 포럼 기간이지만 150여개 국가들이 대표단을 파견하고 ‘일대일로’라는 한 가지 주제로 공통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은 분명 참가국 대부분이 일대일로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대일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공동 협의, 공동 구축, 공동 향유’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5통(通)’을 제안한다. 5통은 정책, 시설, 무역, 자금, 민심의 다섯 가지 분야의 적극적인 연결과 연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번 일대일로 정상포럼은 150여개 국가들에서 참석한 5,000여명의 대표단들이 일대일로의 긍정적인 부분에 동의하며 더욱 긴밀하게 통(通)하는 유라시아 네트워크 조성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들을 찾는 자리이다. 지난 2년간 중국의 영향력과 집행력은 더 커졌으며, 일대일로 관련 국가들과 중국의 네트워크 역시 강화되었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했다.ⓒ뉴시스/AP

이렇게 일대일로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올해 개최된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은 2년전인 제1회 정상포럼에 비해 모든 면에서 확대 되었다. 그리고 실제 유라시아 대륙에서 관련 국가들 간의 투자와 협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유럽연합 창립국이자 유럽연합내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가 G7 국가로는 처음으로 일대일로 협력을 선언했고, 그동안 미국과 함께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던 프랑스, 독일 역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의 협력에 참여해야 한다는 전향적인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중국의 일대일로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극도로 경계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특히 한국에서 더욱 더 그러하다는 것이다. 미국이야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부담스러워 일대일로를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치더라도 한국 언론의 관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도리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현 정부의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과 중국 일대일로 구상과는 접점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남과 북의 공동 번영과 통일 한반도를 준비한다면 더욱 더 중요한 지점이다. 중국에 대한 감정을 앞세우는 것이 아닌,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닌 한국의 이익을 위한 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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