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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의 청년전태일들] 산재 사망사고, 죽음에 대한 예의는 없었다

“산재 사망사고는 작은 일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또 한편은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말이다. 한해에 약 2400명이 산재 사고로 죽는다. 한 사람이 죽는 것만이 아니라, 그 가족까지 ‘하나의 세계가 죽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산재사망 사고이다. 아침에 출근하겠다고 인사하고 퇴근 전에 죽음 소식을 듣는 것, 이후 사망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진실을 밝힌 뒤에는 부재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산재 사망사고 가족들이다.

산재 사망사고가 ‘작은 일’이라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유가족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안다. 필자는 2011년 이마트 냉동 창고에서 죽은 故황승원 학우 가족부터, 최근 故김용균의 어머니까지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을 만나왔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이후를 보면, 산재보험을 제외하고, 놀랍게도 정부가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하나도 없다.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는 기업살인처벌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 죽음 이후 책임을 부정하고, 법에 의해 집행유예를 받거나, 처벌받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며 안전시스템을 다 지키면 이윤이 나지 않아 회사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더 힘이 센, 한국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예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산재 사망 가족,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은 그 이후 생계를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한다. 산재 사망사고를 당한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없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매번 ‘국가의 부재’를 느낀다. 현장실습을 하다가 죽은 故이민호 가족들은 제주도교육청에 추모비 건립을 지속 반복적으로 요구했지만, 제주교육청은 실행하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오른쪽)가 유족인사를 마친 뒤 눈물을 닦으며 발언대를 떠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오른쪽)가 유족인사를 마친 뒤 눈물을 닦으며 발언대를 떠나고 있다.ⓒ김슬찬 기자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산재 사고 유가족들

필자가 겪은바에 한하면 가족들은 죽음이 헛되게 되지 않길 바란다. 故김용균의 어머니는 산안법 개정과 동료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것으로, 故이민호 아버님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자식의 죽음이 헛되게 하지 않길 바랐다.

“사회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에 질문을 던진다면 책임선이 최대한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산재 사망 사고 이후 가족들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정부, 지자체, 기업의 주요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유가족의 고통이 덜해질 때까지 정부, 지자체, 기업가 구체적인 지원을 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매번 사망사고 이후 가족들에게 죄스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 이슈가 됐을 때 함께하지만, 사회적 지원 없이 가족들이 감당하는 것을 보면서 항상 죄스러운 마음을 가졌다. 최근 산재를 당한 유가족들이 모여 ‘다시는’이라는 모임을 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에 힘을 쓰기로 했다는 결정을 들었다. 소식을 듣고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청년전태일도 2019년 정기총회를 통해 앞으로 청년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단발적 사고해결이 아니라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사회가 산재 유가족에 대한 예의를 갖출 때까지 행동할 계획이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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