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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정의 농업수다] 직불제와 농민

올해 농민들에게는 농민수당 도입과 직불제 개편이 주요 관심사다. 직불제 개편은 변동직불제 폐지, 면적 상한선 설정, 농민규정 재확립, 부당수령 근절 대책 마련, 예산 확대 등의 문제와 연결되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 이렇게 말 많은 직불제는 무엇이며 농민에겐 어떤 의미인가?

쌀 소득보전 직불제는 수매제 폐지 이후 쌀 가격 폭락에 대비하여 설계된 제도로 면적에 따라 고정된 단가로 지불하는 고정직불제와 쌀값 하락에 따라 차액의 일부를 지원하는 변동직불제 두 가지로 나뉜다. 고정직불금은 1ha당 100만원을 지급한다. 변동직불금은 쌀 목표가격에서 산지 쌀값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전한다. 변동직불제는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지지하지 못한 책임을 정부 스스로 지는 제도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직불금 부당수령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직불금 부당수령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뉴시스

조선시대 소작농 보다 못한 농민

농민들은 직불금이 달가울까? 그렇지 않다. 직불금으로 두 다리 뻗고 사는 농민은 없다. 쌀값이 내려가면 받는 직불금이 뭐가 좋겠는가. 그마저도 직불금을 지주가 받아가고 실지 경작하는 농민은 땅을 뺏길까 봐 신고도 못 한다. 21세기에 소작농은 조선시대 소작농보다 못하다.

농민들은 직불제 개편에 앞서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농지 이용실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농지에 누가 언제부터 무슨 작물을 심었는지, 불법 전용, 불법 휴경, 불법 임대를 하는지, 실제로 직불금을 받는 농민이 경작자인지 그냥 명의만 농민인지 가려내야 한다. 마을별 농지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부당 수령을 거르는 일에 농민이 참여해야 한다.

정부는 0.5ha 미만 농가에 ‘중소농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면적과 상관없이 모든 농가에 연 240만 원을 농민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농 직불금은 양극화 해소 정책이고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농업정책이다. 중소농 직불금은 전농이 주장하는 농민수당이 아니다.

2019년 현재 전체 직불제 예산은 1조 6천억 원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2조 4천억 원으로 늘리는 것에 동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전농은 국가 예산 대비 농업예산을 5%로 확대하고 (2010년 수준) 직불금 예산은 농업예산의 3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체 국가 예산 대비 농업 예산을 최소 5% 선까지 늘리는 로드맵이 나와야 직불제 개편 논의가 탄력을 받는다. 이것은 기재부도 농식품부도 아는데 대통령만 모른다. 대통령은 직불제에 관해 관심조차 없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근본적 농정개혁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근본적 농정개혁을 촉구했다.ⓒ사진 = 뉴시스

적폐 관료들이 만든 농업 정책

농민들은 ‘쌀값 보장 대책 없는 변동직불제 폐지 반대’를 말한다.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것은 농민들에겐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마저 끊어버리는 것이다. 본질은 단순하다. 정부는 변동직불금이 싫은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익형 직불제로의 농정 근본 변화, 말은 그럴듯하나, 농민이 보기에 정부안의 핵심은 변동직불제 폐지이며 이는 쌀값에서 정부가 손을 완전히 떼겠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농산물 제값 받으며 농사짓고 싶다. 농민은 이 땅의 식량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농민들은 억울하다. 변동직불제 폐지 반대를 말하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하는 농민수당 얘기를 하면 ‘직불금 올려달라고 생떼 쓴다, 정부 보조금 받으니 먹고살만 하겠다’는 오해와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직불제 개편 정부안은 농민이 철저히 소외된 채 적폐 관료들이 만들었다. 소통과 참여, 행동하는 양심을 귀중히 여기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은 직불제 개편안에 없다. 현재 정부안은 농민이 원하는 안이 절대 아니다. 정부는 농민과 충분한 소통을 가져야 한다. 농민이 주체가 되어 만든 농업정책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홍수정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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