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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현의 교육희망] 교사의 정치기본권 제한, 이제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 유·초·중등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삶이 불가능한 정치기본권 무풍지대다.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에게도 대부분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50만에 이르는 교원은 오직 선거일 단 하루만 정치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다. 모든 시민이 보장받는 정치기본권 중 오로지 무기명 비밀 투표권만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정당법에 의해 정당가입은 물론 지지 정당에 대한 정치후원금 기부조차 금지된다.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집단행위가 금지되어 시국 선언 같은 최소한의 정치적 의사 표현도 처벌받는다.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에 의해 근무와 상관없는 모든 생활에서 일체의 선거운동이 금지된다. 선거 기간에는 후보별 교육정책을 평가하여 표현하는 것조차 불법이다.

교사들은 교육정책의 현장 적합성을 잘 판단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후보별 교육정책의 장단점을 말할 수 없다. 의사표현은커녕 SNS에서 후보자 정책에 ‘공유하기’와 ‘좋아요’ 몇 번만 눌러도 선관위로부터 경고장이 날아온다. 심하면 고발을 당해 수사와 재판 그리고 처벌로 이어진다.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초·중등교육을 통할하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거나 공직선거법에 따라 모든 선출직에 출마하려면 교직을 포기해야만 가능하다.

민주시민을 육성해야 할 교사,
정작 정치기본권조차 없어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은 모든 국민이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데 목적을 둔다고 선언한다. 민주시민교육은 교사들이 교육법을 통해 부여받은 과제를 수행하고, 교육이념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정작 모든 국민을 민주시민으로 교육해야 할 교사들은 정치기본권을 박탈당한 채 70년을 살아왔다. 큰 희생을 각오하지 않고는 그들이 삶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실천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민주시민교육이 교과서 밖으로 나와 학생들의 삶 속에 녹아들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30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전국교사대회를 개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30주년을 맞아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전국교사대회를 개최했다.ⓒ김철수 기자

필자는 2005년~2007년 29개월 동안 월 1만 원씩 정당 후원금을 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소액으로 정당을 후원했던 교사 및 공무원을 무더기로 수사하여 1,920명을 기소했다. 2011년 12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88명의 교사들이 먼저 재판을 받았는데, 필자는 그 중 한 명이었다. 그 자리에서 ‘피고(교사)’들을 대표하여 다음과 같이 최후진술을 하였다.

“난생처음 법정이라는 곳에 서 봅니다. 검찰청이라는 곳도 처음 불려가 보았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뛰어놀고, 실패한 개그에 소심해지고, 아이들 표정과 말투 하나에 행복하고 화나는 평범한 교사인 제가 수많은 평범한 선생님들과 함께 재판장에 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중략]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가난으로 인한 가정해체와 문화적 소외가 뚜렷한 지역입니다. 올해 중학교 2학년 33명의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 한부모 가정 학생이 9명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이 누구보다도 절실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려는 개인적 노력만큼이나,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사회적 연대, 평등, 나눔, 약자 보호 등의 가치도 절실합니다. [중략]

저의 정당후원 행위는 거짓되지 않은 교사로서 살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었습니다. 연대와 나눔, 평등과 약자 보호를 몸소 실천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진실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렇기에 나눌 수 있는 것은 가급적 외면하지 않으려 애써 왔습니다. [중략]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저의 다양한 후원 행위를 고백하는 이유는 저의 정당후원 행위가 민주적 가치를 실천하려는 위와 같은 후원 행위들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직접 후원하는 것처럼 민주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실천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사회 활동과 정치 운동을 후원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중략]

제가 ○○○○당을 후원한 것은 그런 의미였습니다. 지역공부방, ○○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역의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곳, 나눔과 연대를 실천하려고 찾아다니는 현장에는 늘 그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도 힘들고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천 현장에서 늘 떡볶이와 어묵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학습 환경 개선과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부모님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무상급식과 완전한 의무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계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약자를 위한 제도 개선과 법안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셨습니다. 안정된 직업을 갖고 급여를 받는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월 1만 원의 후원금을 내는 것뿐이었습니다. [중략]

재판장님, 교사가 소신에 따라 교육 환경과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활동을 후원하는 것은 제2의 교육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주시민을 육성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은 교사입니다. 사는 대로 가르치고 가르치는 대로 살아가려는 평범한 교사입니다. 평범이 비범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재판장님께서 지혜로운 판결을 내려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위와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그에 따른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대하여 유죄와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제약하는 실정법에 근거하여 내린 판결이었다. 필자는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포괄적으로 부정하는 현실의 모순을 절감했다. 절망했던 대상은 유죄판결과 벌금이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민주시민교육의 현주소였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공동체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참정권은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과잉 금지할 때 결국 그 피해는 공동체에게 돌아간다. 특히 교육 부문 전문가 집단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제약하여 합리적인 교육정책 수립과 집행에 왜곡을 발생시킨다. 또한 삶 속에서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을 경험하지 못하는 교사가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할 리도 만무하다.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민주시민 전체에게 돌아간다.

국가인권위도 비판하는 교사의 정치기본권 전면 박탈
헌재도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 교원 정치기본권 관련 헌법소원 또는 위헌법률 심판이 있었다. 그때마다 헌법재판소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 다행히 기존 판결에서조차 교원 정치기본권은 필요에 따라 제한하더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요소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2012년 4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교사시국선언 사건을 유죄로 확정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유무죄 판단은 대법관 8대5로 갈렸다. 위법성과 가벌성 판단에서 찬반이 팽팽하였다. 2014년 3월 27일, 교원의 정당가입 금지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판결에서는 재판관 5인이 합헌 의견을 낸 데 반하여 4인의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명박과 박근혜 시절에도 대법원은 8대 5, 헌법재판소는 5대 4로 의견이 팽팽했다.

2017년 촛불시민혁명이 한창일 때, 광장을 넘어 민주주의를 삶과 교육 그리고 일터로 확장시키려는 생각을 공유한 교사들이 모여 ‘홍길동교사당’을 결성했다. 그리고 박탈된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찾기 위한 헌법소원운동을 결의했다. 당시 홍길동교사당 대표교사 강신만(현 전교조 부위원장)과 징검다리교육공동체 곽노현 이사장(전 서울시교육감)은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전교조, 교총, 서울교사노조, 실천교사모임, 좋은교사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다양한 교원단체와 사회원로가 참여하는 조직 결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3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첫 번째는 2018년 2월 28일 강신만 외 33인의 교사들이 1068명의 의견서를 첨부하여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이다. 교원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출마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조항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들은 교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퇴직을 강제하여 결과적으로 출마를 금지하는 법률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표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하며,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위배하여 결과적으로 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헌법소원은 모두 2018년 5월 29일에 제출했다. 각각 정당법의 교육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원의 정당 가입 금지 조항과 국가공무원법상의 공무원 집단행동 포괄적 금지 조항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들 조항 또한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여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김철수 기자

지난 4월 29일,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석도 나왔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규에서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가입,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헌법, 국제규약 및 해외사례, 그리고 과잉금지 등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공무원과 교원이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까지 붙였다. 전교조가 낸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사법처리 중단 및 교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정치적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관련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는 진정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미 국가인권위와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좌관의 권고,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 및 차별 개선을 권고한 바도 있다.

보수진보 넘어선 한목소리
교사의 정치기본권, 이제 풀어줘야

지난해 2월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1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헌법재판관 구성에 다소 변화도 있었다. 그렇더라도 위헌 판결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이해당사자인 교육부에 의견을 요청한 것에 대한 답변에서 교육부는 종전과 같은 부정적인 견해를 제출하였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방해하는 세력은 아직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오전 전남교육청에서 장석웅 전남교육감과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 상임공동대표인 강신만 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안양옥 전 교총회장 등이 만났다. 이들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에 합의하며, 정치편향 우려를 불식하는 데 필요한 교육 원칙을 만들어 민주시민교육 실천을 국민들 앞에서 선언하기로 합의했다.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협약(독일의 시민사회가 좌우 이념을 초월하여 합의한 정치교육 원칙을 말함)을 만들어 정치교육 활성화를 꾀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전제가 되는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법재판소에 공동의견서를 제출할 것도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광주교육청에서 장휘국 교육감과도 같은 합의를 이끌어 냈다. 광주와 전남에서 시작하여 전국 17개 시·도 지역에서 교사 학부모 200인 이상의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민주시민교육 원칙 합의 과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민주시민교육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 정치기본권을 실천하는 교사의 토양에서 보이텔스바흐 협약과 같은 정치교육 실천 원칙의 햇빛을 받을 때 민주시민교육은 꽃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종현(전교조 부대변인, 우신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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